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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124)/ 위험한 정치 팬덤박충년 칼럼위원(전.전남대학교 부총장)

2013년 10월 21일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은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일약 스타가 되었고, 이것이 현직 대통령이 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만을 중용하고 쓴 소리한 사람은 가차없이 내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지난 공천과 당직 임명에서 알 수 있듯 쓴 소리했던 사람들 모두 내치고 충성하는 사람들로 주위를 채웠다. 두 정치지도자가 사심을 드러내는 과감한 행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두 든든한 정치 팬덤이 있기 때문이다. 

팬덤(fandom)이란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의 'fanatic의 fan'과 '영지(領地) 또는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로서 특정한 인물(특히 가수, 배우, 운동선수)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하여 그 속에 빠져드는 사람(팬)들의 모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쉽게 말해 열정적인 팬 무리를 의미한다.

정치 팬덤은 정치인이나 정치 집단을 열광적으로 따르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노사모’, ‘태극기 부대’, ‘문빠’, 개딸‘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반적으로 팬덤은 지지의 대상에게 큰 힘이 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가수나 배우, 운동선수들에게 팬덤의 열렬한 응원과 격려는 그들이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하게 하는 동기부여의 계기로 작용한다. 팬덤이 있는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다. 

팬덤은 음악, 영화, 드라마, 만화, 소설, 게임 등의 문화 분야에서 나타나는 문화 팬덤과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 팬덤으로 나눌 수 있다. 문화 분야의 팬덤은 자신의 선호 분야에 따라 선호하는 사람과 작품에 따라 자생적으로 형성된다.

문화 분야에서는 대체로 절대적 가치가 선호의 이유 즉 팬덤 형성의 요인이 된다. 따라서 문화 팬덤에게는 상대적 가치나 경쟁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경쟁이 있다 해도 선의의 경쟁이랄 수 있다. 스포츠에서의 치열한 경쟁도 팬덤에게는 스포츠를 즐기는 한 방법이지 상대를 적대시 하지는 않는다. 어쩌다 승패에 과잉 몰입된 팬에 의한 무력 충돌이 있긴 하지만. 반면 정치 분야는 경쟁의 성격이 다르다. 경쟁이 치열하고, 승패가 엄청난 결과로 나타난다.

팬덤 대상의 삶은 물론 그 결과는 팬덤의 삶, 더 나아가 국민 삶의 질과도 연결된다. 따라서 정치 팬덤은 문화 팬덤에 비해 상대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경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치 팬덤은 종종 불안정한 정세 가운데 혁신적 비젼을 제시하며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정치인에게 곧잘 형성된다. 

어느 분야나 자연스럽게 팬덤이 생성될 수 있고, 활동도 민주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 규제할 명분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정치 팬덤의 경우에는 문화 팬덤과는 달리 심각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경쟁의 승패에 민감하다 보니 자신의 지지 대상을 위해 상대를 집단 테러하는 행위이다.

물론 사회 정보망을 통한 비물리적 행위가 대부분이지만 집단적 사이버 공격은 물리적 폭력에 버금가는 테러 행위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팬덤 대상인 정치인이 팬덤의 눈치를 보는 것 즉 팬덤에게 휘둘리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점은 정치 팬덤을 이용한 팬덤 정치이다. 팬덤의 힘을 이용하면 정적들을 합법적으로 제거하기가 쉽다. 독재자들이 즐겨 사용해 왔다. 정적들을 제거하고 나면 독재의 유혹에 빠진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가 대표적이다. 대선후보 시절 주권자인 국민만 바라보겠다던 윤대통령은 당대표 선출 시 당원 비중을 100%로 높여 당내 충성 경쟁을 유발하고, 이재명 대표도 당원 비중을 높여 공천에서 정적과 비충성파를 내치는 데 성공함으로써 다음 대선 후보 자리를 확고히 하였다. 모두 강성 당원 즉 정치 팬덤을 이용한 사례다. 민주국가 민주 정치를 외치면서도 팬덤정치가 자신은 실상 비민주적 통치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 팬덤의 부작용은 근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팬심(충성심)에서 나온다. 한두 가지 정치적 일치가 멋진 이미지를 만들고 이것이 발전하여 정치적 팬덤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이 팬덤 대상이 처음엔 정책 또는 그 사람의 정체성이었는데 사람으로 바뀌기 쉽다는 것이다. 팬덤의 대상이 정책이나 정체성일 경우 지지는 하지만 객관성을 잃지 않는다.

즉, 정책이나 정체성이 바뀌면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팬덤의 대상이 사람일 경우 행위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무조건적 지지 팬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 팬덤의 경우 무조건적 지지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므로 큰 문제가 아니나 정치 팬덤의 경우는 무조건적 지지는 악용되어 다른 사람들(국민)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따라서 정치 팬덤이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이 팬덤 대상을 정책이나 정체성에 국한시키고 사람으로 확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의견을 좇지 사람을 좇지 않아야 한다. 사람을 좇다 보면 분파를 만들기 쉽고, 분파 간 비이성적 대립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대선에서는 패했지만 지난 총선에서 대승한 이재명 대표는 막강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팬덤의 무조건적 지지에 판단이 무뎌지거나 힘자랑에 빠질 위험이 있다. 지난 총선 승리가 민주당이 최선이어서 선택되었는지 최악을 피하기 위해 억지 선택된 차악이었는지 깊이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최악이 사라지면 차악이 최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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