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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57)

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
담양뉴스는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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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녹음 짙은 여름향기 자귀나무꽃차

여름이다. 신록이 짙어지고 아침 안개와 이슬이 예쁜 계절이다. 아침 햇살 드리울 때 길을 나섰다. 월산면 바심재 고개를 좌우로 살펴보니 곱디고운 자귀나무꽃이 바람을 일으키듯 피어있었다. 장마가 오기 전 시작하는 대표적인 여름 꽃 중의 하나가 자귀나무꽃이다.

담양에는 여름을 대표하는 세 가지 꽃이 있다. 무궁화, 배롱나무꽃, 자귀나무꽃이다. 무궁화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꽃이기도 하고, 여름철을 대표하는 꽃이기도 하다. 도동마을 입구 쌈지공원의 무궁화도 월산면 쌈지공원의 무궁화도 개화가 시작되었다. 온 세상이 푸르른 여름의 한복판에서 하얀빛, 분홍빛, 붉은빛 무궁화가 예쁘게 장식을 시작한 것이다. 

분홍빛의 배롱나무꽃은 담양의 대표적인 누정과 누각이 있는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가사문학길로 접어드는 길에 가로수로 식재된 배롱나무꽃은 오가는 이의 마음을 아름답게 정돈시킨다. 용흥사 진입로로 들어서면 분홍빛이 아닌, 별처럼 쌀처럼 햐얀빛의 흰배롱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자귀나무 또한 정원수로 고즈넉한 정원이 있는 곳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라도에서는 ‘짜구대나무’라고 불리고, 충청도에서는 공작의 깃털을 닮았다고 하여 ‘공작화’라고도 한다. 꽃이 아름다워 보는 것만으로도 호강할 수 있다. 밤이 되면 잎이 합해져 ‘합환수(合歡樹)’라고 하며 영명은 ‘Persian silk tree’, 비단 같은 꽃으로 불린다.

동의보감과 본초도감에 의하면 신경쇠약이나 불면증에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껍질을 합환피(合歡皮), 꽃을 합환화(合歡花)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합환주를 만들어 먹기도 하였는데 긴장을 완화하고 숙면을 도와주며, 이름 뜻의 ‘합한다’에 의미를 더해 전통 혼례에 사용되는 등 예로부터 가양주로 사랑받아 왔다.

자귀나무꽃이 집 뒤뜰에도 피었고, 농장에도 예쁘게 피었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꽃의 색이 진분홍으로, 예쁘다. 가뭄 끝에 핀 꽃이라 색이 깨끗하여 선명함이 눈을 사로잡는다. 차를 만들기로 결심, 가지를 하나 잘랐다. 꽃봉오리와 수술이 눈앞에 툭 하고 떨어졌다. 복을 쓸어 담는 고운 빗자루 같다고 해야 할까. 보기에는 실크 같지만, 소낙비도 견뎌낼 만큼 견고하다. 분홍 수술은 쉽게 망가지지 않으며 부드러운 듯 거친 느낌이 쓰다듬기 좋다.

꽃차를 만들 때는 개화하지 않는 꽃과 개화한 꽃을 구분하여 만드는 것이 좋다. 식품건조기가 있다면 45℃ 온도에서 24시간 건조한 후 뚜껑을 연 채로 수증기에 15초간 살짝 표면을 증제한다. 피자팬이 있다면 팬 위에 대바구니를 올리고 그 위에서 건조하면 되는데, 수술 끝에 꽃가루 정리를 잘해주어야 꽃차를 우렸을 때 깨끗한 찻물을 만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자귀나무를 처음 경험한 때를 기억해본다. 맛의 경험도 나이에 따라 성숙해지듯, 그때 알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던 자귀나무꽃차의 향과 맛이 시간이 흐른 지금, 이토록 좋아질 줄 몰랐다. 2004년도 《마음맑은 우리꽃차(송희자.2004.아카데미북》에서 자귀나무꽃차의 맛과 향은 ‘향기에 비해 맛이 부드러운 편은 아니지만,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라고 적었었다.

지금은 자귀나무꽃차의 맛과 향이 녹음 짙은 여름 향기를 몰고 온다. 맑고 깨끗한 아침 녹음을 맛볼 수 있는 부드럽고 단맛이 풍부한 꽃차이다. 제조방법의 차이도 있고, 올해 자연환경이 맛있는 차를 만날 수 있게 해준 점도 있는 것 같다.

지역적으로 관광상품을 개발하여 관광지에 여름꽃을 심고 오가는 발걸음을 멈출 수 있게 하는 요즘, 과거부터 지금까지 마음속 간직해온 여름의 대표꽃을 생각하며 담양의 이곳저곳을 발걸음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300ml 다관에 자귀나무꽃 0.5g을 넣고 100℃ 끓는 물을 부어 2분간 우려내어 마신다. 쪽빛 초록 바다를 펼쳐놓은 듯 연한 찻물을 볼 수 있다. 실크처럼 바람 타듯 흔들리는 수술을 바라보면, 곧 다가올 긴 장마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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