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문화재 대성전 등 ‘창평향교’ 있는  마을 
● ‘배산임수’ 지형에 풍광도 아름다운 곳 

▲교촌마을(전경)

▲마을회관

꺾일 줄 모르는 늦여름 더위 때문에 대낮에 집을 나선다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시간을 흘려보낸 다음 5시 경에야 집을 나섰다. 사실 막상 집을 나오고 보면 견딜만한 더위이건만,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더위에 주눅이 들어있는 것 같다. 

한 번 와야지 했던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04호 ‘창평향교’에 찾아왔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보니 언덕 위에 지어진 향교가 어른처럼 마을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듬직하게 느껴졌다. 마을 앞으로는 큰 하천이 흐르고 있는데, 바로 옆에는 작은 천을 하나 더 만들어둔 것은 옛 어른들의 지혜일까? 혹시 큰물이 지면 물이 바로 마을로 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기능을 위해서 말이다.

▲창평향교

여러 마리 두루미가 휴식하고 있는 하천을 감상하고 나니 마을 입구 500미터 전방에 새로 만들어 세워진 하마비(下馬碑)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옛날에 ‘하마청(下馬廳)이라 불렸던 곳이다. 향교 안에는 보물 제2099호 대성전이 있는데 대성전에는 5성, 송조 4현, 우리나라 18현의 위폐가 모셔져 있다. 그래서 하마비가 있는 것이다.

향교에 오는 사람은 누구든 말에서 내려 존중하는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 향교에는 강당 모양을 한 ‘강학공간’인 보물 제2100호 명륜당, 교생들의 학습장인 동제(東濟)와 서제(西濟), 그리고 기우제를 지내던 려단 등이 있다.

▲지붕선이 아름다운 마을정자

교촌마을은 오씨가 처음 입촌했고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날 무렵 장흥고씨가 입주하면서 마을이 번창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마을은 하천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고 25호 정도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광주에서 가깝고 경치가 아름다워 이주민이 증가세인 것은 당연지사다. 2008년에 지은 깔끔한 마을회관과 마을정자 교동정(校洞亭)을 먼저 둘러 본 다음 창평향교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언덕배기에 세워진 창평향교 앞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학교로서 이보다 더 좋은 자리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앞으로 큰 하천이 흐르고,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으며, 건너편의 앞산까지 모두 펼쳐놓은 듯 잘 보여 호연지기가 저절로 길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평향교는 보수공사로 주변에 여러 흙과 돌 등의 재료가 쌓여있었고 문이 잠겨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수령 500년 가량의 은행나무

창평향교는 조선조 초에 유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지방에 세운 국가교육기관으로 당시에는 토지·노비·책 등을 지급 받아 학생들을 가르쳤으나 갑오개혁 이후 교육적 기능은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도 봄·가을 두 차례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이곳 서책은 지방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된다. 창평향교는 1399년 정종 원년에 창건, 성종 10년 1479년에 현 위치로 이전, 숙종 15년(1689)에 대성전과 명륜당 수리, 임진왜란 때 소실을 거쳐 후에 중건했다. 현존 건물은 대성전, 명륜당, 동재, 서재, 내삼문, 외삼문, 고직사 등이다.

창평향교 밖에서 이모저모로 감상하다 내려오는 길에 말소리가 들려서 담장 넘어로 들여다 보니 마을 어르신 두분이 토방에 앉아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골목길을 걸어서 두 분이 계시는 곳으로 가서 몇 가지 여쭈었다. 한 어르신이 삶은 감자 몇 개를 주셨다. 감자를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으면 맛있다면서 재차 권해서 가방에 받아 담았다. 

마을을 나오려고 돌아서려는 순간 시목리댁 어르신이 “우리 집으로 잠깐 들어올라우?”라고 물으셨다. 내가 당신 친가 옆 마을에서 왔다고 해서 댁으로 맞아주신다는 것이다. 오래전 무월마을과 시목마을로 들어가는 ‘용마루재’ 길을 칡뿌리 캐서 먹으면서 길을 닦았던 이야기, 광주댐 건설로 살던 곳을 나와 교촌마을 100년 된 집을 사서 이사 온 이야기, 친정아버지께서 나인들이 지나가면 불러서 식사를 대접했던 이야기, 38세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형편이 어려운 집으로 시집와 맨 손으로 벌어 논밭 사지 않고 자식들 가르쳐 4명 모두 대학에 보낸 이야기 등을 나누던 중 “저녁 잡수고 가실라요?”라고 물으셔서 염치없게 저녁까지 같이 먹으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네 한 바퀴> 취재는 이번이 78번째인데, 처음으로 마을에서 식사를 하다니...감회가 남달랐다. 캄캄한 밤이지만 마치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을 마주한 것 같은 진한 감동을 등불 삼아 기분 좋은 마음으로 마을을 나왔다. /양홍숙 군민기자

(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