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民家-용면 두장리 허창우 古家

# 용면 두장리 허창우 古家 전경

담양뉴스는 '2018 담양천년 특별기획'으로 <담양의 인물> <담양의 마을탐방> <추억의 우리동네> <담양의 근대건축물> <담양, 꼭 알아야할 100가지> 등 '담양 알기'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이번호에는 <담양의 근대건축물>(6) ‘담양의 民家’ 편을 게재합니다.
 <담양의 근대건축물> 편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담양 지역사회 여러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던 근현대기 건축물로써 보존가치가 높은 것을 발굴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조선후기에서 구한말, 그리고 일제시대 및 해방과 6.25동란을 거쳐 근대기 이후까지 담양읍에는 천석꾼, 만석꾼이 살았던 고래등 같은 와가(瓦家), 고택(古宅)이 즐비했다.
그만큼 당시의 담양은 호남의 곡창지대로 기름진 땅에서 거둬들인 곡식으로 창고를 가득 채우고 고래등 같은 와가(瓦家)에서 살던 부호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세상도 급속히 변해 당시 천석꾼, 만석꾼 가문의 영광도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그 흔적마저 잊혀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더 늦기전에 과거 담양을 호령하던 천석꾼, 만석꾼 부호들의 본가를 찾아 아직 남아있던 고택(古宅)의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 지면에 보도중이다.(본지 2017년 2월22일자 제28호 4면 ‘특집/담양의 고택’ 참고)

본지 취재에 의하면, 담양읍에는 현재까지 담양의 만석꾼 부자 김인기 古家(담양읍 객사리)를 비롯 천석지기 독림가 김재호 古家(담양읍 천변리), 자유당시절 국회의원 김동호 古家(담양읍 천변리), 담양국씨 명문가 국쾌남 古家(담양읍 천변리), 담양의원을 창업한 정용도 古家(담양읍 지침리) 등 5곳의 고택(古宅)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남겨야 할 몇몇 고택과 가옥들이 있었으나 원형을 대부분 훼손한 상태여서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담양뉴스가 ‘2018담양지명 천년기념’ 기획특집으로 보도중인 <담양의 근대건축물> 에 소개된 지역의 문화자산들은 그 자체로 우리가 보존해야 할 미래의 문화유산으로, 향후 담양군 등 관계당국의 관심이 절실한 실정이다. 따라서 더 늦기전에 현존하는 담양의 고택을 비롯한 지역내 다양한 근세 및 근대 문화자산이 더 이상 훼손, 망실되지 않고 잘 보존돼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호에는 용면 두장리 허창우 전.의원이 살고 있는 조선후기 전형적인 한옥 민가(民家)로 그 사례를 찾기 쉽지 않은 가옥을 답사하고 전해지는 이야기와 보존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 용면 두장리 허창우 씨 古家
   200년 된 사랑채, 구조·용도 보존가치 높아

# 허창우 고택의 200년 된 사랑채

용면 두장리 허창우(許昌祐) 씨의 살림집인 본채와 사랑채는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실재한다.
허창우 씨는 초대 담양군의회 의원을 지낸 인물이며 과거 허씨 집성촌 이었던 두장리 허씨 가문중 하나이다.

허 전.의원이 어렸을 적에 두장리는 대략 120여호 중 70호 가까이가 모두 허씨 가문일 정도로 양천 허씨 집성촌 이었다. 물론 마을의 유지들 대부분은 허씨 문중에서 나왔고 용면장을 비롯 지역 기관장을 지낸 허씨들이 대부분 이 마을 출신이어서 심지어 용면의 행정기관을 ‘허청’ 이라고까지 불렀다고 전해진다.

당대는 물론 자손들도 번창해 외지에서 출세한 인물들이 적지않다. 관료를 비롯 의사, 학자. 교사 등 공무원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 곳이 또한 두장리 허씨 가문이다.
이렇듯 용면 두장리 허씨들은 마을에서 유세가 있는 가문이었고 먹고사는 것도 남들보다 우월하고 부유해서 집집마다 가옥도 그에 걸맞는 고대광실에서 살아왔다.

# 조선후기 살림집 구조와 용도 등 원형이 잘 보존된 사랑채

허창우 전.의원도 본인 뿐아니라 선대와 일가들의 유세가 만만치 않았으니 본가의 고가(古家)도 잘사는 부잣집 중 하나였다.
다만 허창우 고택이 더욱 특별한 것은 두장리 여러 허씨 가문중에서도 유독 허창우 고택의 사랑채는 지은 지 200여년 가량의 오랜 세월동안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또한 조선후기 한옥 민가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가옥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지붕을 제외하고는 내,외부가 거의 원형이 보존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초가지붕이었으나 새마을운동 당시 지붕개량사업으로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가옥의 구조는 물론 황토를 바른 벽, 안방과 작은방, 툇마루, 외양간, 창문(봉창)까지 조선후기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가옥형태를 아직도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건축에 쓰여진 황토와 짚의 상태도 붉은듯 누런 황금빛 색감이 마치 오래지않아 지은 집처럼 변함없는 질감을 보이고 있어 당시의 황토집 건축기술에 대한 민속문화 사료적 가치와 함께 가옥 자체의 향토문화유산 또는 미래유산의 가치가 높아 시급히 보존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적지않다.

대대로 터를 잡아 두장리 이 고가(古家)에 살고 있는 허창우(78) 전.의원은 “윗대 어른인 5대조부 때 이 집을 지은 것으로 들었으니 200년 가까이 나이를 먹은 집인데도 지금껏 단 한차례도 개보수 한 적이 없으니 얼마나 잘 지어진 집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 이라며 “한옥 전문가들도 이 집의 구조와 황토벽을 살펴보고는 민가 살림집으로는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된 집이라고 이구동성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선대에 사랑채를 먼저 지어 사시다가 뒤이어 본채를 건축하고 거처를 옮기신 것으로 알고 있다” 며 “본채로 옮기신 후 사랑채는 손님을 접대하는 사랑채와 하인들의 거처로 사용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추월산 약다식 취재 관계로 허 전.의원의 아내인 이순자 여사의 ‘추월산 약다식 체험전수관’을 찾는다는 학계 인사들도 이 고가(古家)에 대해 한결같이 “200년 넘도록 황토벽이 온전한 상태로 유지된 가옥은 보기 드문데다 한옥 살림집의 구조도 옛날 그대로 원형을 갖추고 있어 민속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이들은 허 전의원의 고택이 황토를 볏짚과 짓이겨 지은 황토가옥 으로서는 건축자재와 가옥의 구조 모두 조선시대 옛 살림집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고 원형이 완벽히 보존된 몇 안되는 民家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 본채 광마루 밑에 지하 비밀공간도 시설
   조선시대 민가로는 특이하고 흥미로운 사례

# 본채 광마루 밑 비밀 지하공간 숨구멍

허 전의원 고가(古家)에는 또 한가지 특이한 비밀이 있어 흥미롭다.
대대로 본채로 쓰고 있는 고택은 큰방과 작은방 사이에 광마루가 있고 부엌이 딸린 구조는 여느 옛집이나 같은 형태지만 이 고택의 광마루에는 지하공간이 시설돼 있어 다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이 집의 광마루는 약 3평 가량으로 애초 집을 지을 당시에는 곡물이나 식품을 보관하는 곳간, 창고 등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제강점기때는 전쟁에 징집되지 않으려고 자녀들을 숨기는 비밀공간으로 사용했고, 6.25전쟁때도 가솔들이 숨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다해냈다고 한다. 이 광마루 지하공간은 현재의 지하실처럼 석축으로 벽을 튼튼하게 기초를 했고 외벽쪽에 여러개의 숨구멍을 뚫어 공기흡입은 물론 바깥 상황을 살피는 용도로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살림집으로 지어졌던 옛 한옥들이 대부분 비슷비슷한 구조와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에 견주어 볼 때, 이 집의 본채는 조선후기인 1800년대 당시 민가의 살림집 광마루에 지하공간을 시설했다는 자체가 특이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이같은 가옥의 구조와 형태, 그리고 칸칸마다 용도에 맞게 설계된 옛 한옥으로서의 이 고택은 연대도 오래됐지만, 현재까지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데다 민속사료적 연구, 보존 가치가 높아 담양군이 ‘2018담양 지명 천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추진중인 ‘담양의 미래유산 100선’ 대상에도 적합한 건축물로 여겨진다. / 장광호 국장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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