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시는 시아버님의 신발이
너무 낡아보여 새로 사드렸다.
하지만, 아버님은 익숙한 것이 좋다며
낡은 신발을 신고 가신다고 하셨다.
그런 아버님의 고집이 서운하여
조용히 말씀 드렸다.

"아버지의 모습이 자식들 얼굴이예요.
다른 사람들이 볼때 신발 하나 못사주는
자식들이라고 생각할까 싶네요."

여행 가시는 날, 아버지는 아무말 없이
날 보고 웃으시더니 새 신발을 신고 가셨다.
그런데...
그게 마지막 길이 되어 버렸다.

추석을 일주일 남기고 떠나셔 버린 아버님.

모든게 내 탓처럼 여겨진다고
새 신발을 신고 가시지 않으셨으면
그리 황망하게 떠나지는 않았을거야 하는 자책이
아버님 기일이 돌아오는 이 즈음이면
한번씩 날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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