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판문점 공동 경비구역(JSA)에서는 25세의 북한군 병사 한 명이 빗발치는 북한군 경비병들의 총탄세례를 맞으면서 남쪽으로 귀순했다. 귀순 과정에서 이 병사는 북한 경비병의 조준 사격을 받아 내장파열 및 유실 등 중상을 입은 채 수원에 있는 아주대 병원 중증외상센터로 이송되었고 총상 치료 전문가 이국종 교수가 수술을 집도했다.

참 의사 이국종 교수의 헌신적인 의사 이야기나 수술 실력은 이미 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골든타임, 낭만닥터 김사부 등이 이 교수를 모델로 제작되었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까지도 이 교수를 미국의 유명한 의학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오는 ‘맥드리미(McDreamy)’라고 부를 정도로 실력 있는 의사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후송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돈 보다는 환자 살리기에 애착이 강한 의사다. 세상이 야박하게 의료법을 들먹이며 사람의 생명보다 치료비 부담을 얘기할 때 그는 자신이 치료비를 부담하면서 생명을 살려냈다. 그렇게 해서 진 빚이 8억 원이며 24시간 환자만을 생각하면서 병원에서 주로 지내는 이 교수는 한쪽 눈을 실명한 상태다.

이런 이 교수가 북한 병사를 치료하고 난 후 받은 것은 칭찬보다 비난이 먼저였다.
어떤 국회의원은 이 교수가 북한군 병사 장기에 있는 기생충, 분변, 위장 내 옥수수 등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자세히 설명한 것은 의료법 19조 위반에 해당하고 귀순 병사의 인격에 테러를 가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언젠가 어떤 지방병원 원장은 이 교수가 중증 외상환자도 아닌 아덴만의 영웅 석 선장을 데리고 와 멋진 수술 쇼를 만들어 내고 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이 통과되도록 했다는 비난을 했던 때처럼 이번에도 이해할 수 없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북한 병사를 살려 낸 이 교수에 대해 어떤 이는 빨갱이라 하고 또 다른 이는 친미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이 교수는 열악한 중증 의료 현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싸늘한 비판만을 하는 현실에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했다. 어떤 일간 신문에서는 수술실에서 분변과 피가 튀는 것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을 적폐로 몰고 가는 한심한 세력들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북한 병사 귀순과 수술 후 생존이 혹시나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걱정하는 세력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세력들은 이 교수와 같은 헌신적 의료행위를 북한 병사의 인권을 무시한 적폐라고 비난한다. 또 국내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과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적극적이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이상하리만치 눈을 감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북한군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 이상 더 중요한 일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번 이 교수가 행한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순수한 의료행위는 아직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가 이를 뒤따르지 못하는 문제도 보여줬다. 아주대 중증외상센터는 돈벌이와 무관하여 연간 10억 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돈벌이는 안 되어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고 있는 의료업의 결손에 대해서는 국가가 어느 정도 배려해 주어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었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이번 북한 귀순 병사에 대한 치료과정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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