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된 사진작가
김기호

“침술 공부를 하러 중국에 갔지요.”

그는 광주 금남로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개인전을 열기도 했고, 강의를 다니기도 했다. 그의 피사체는 소나무, 일출, 북해도, 명승지 등 다양했다. 하지만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게 약초였다. 산약초 동호회에 가입하여 수시로 산에 올랐다.

그가 약초에 관심을 가졌던 건 유년시절의 경험 때문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함평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는 한의사였다. 지금은 약재를 다양한 경로로 구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직접 구해야 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산을 오르며 약초를 캐러 다녔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약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담양으로 귀농한 동기는 특이하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스튜디오가 사양산업에 접어들었다. 스튜디오를 정리하려다보니 고가의 장비 처분이 문제였다. 잘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손때 묻은 장비를 처분하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방법을 찾았다.

“후배가 담양 봉산에 빈집이 있으니 거기다 보관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는 후배의 제안에 따랐다.
“그런데 한 달이나 지나서, 집을 팔아야겠다고 합디다. 그래서 그랬지요. 한 달 뒤에 팔 생각이었으면 말을 꺼내지나 말지 이제 와서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그랬더니 후배가 그럽디다. 형은 여유가 좀 있으니 그 집을 사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덜컥 집을 샀지요.”
작가는 재물이나 재테크에 눈이 어둡기 마련이다. 그도 재테크라기보다는 소중한 장비를 보관할 용도로 구입했다.

스튜디오를 정리한 그는 은퇴 후를 설계했다. 대체의학에 관심을 두고 중국에 들어가 침술과 약초를 공부했다.

“침구, 침술은 우리나라가 원조지만 약초는 중국이 앞섭니다. 그래서 중국으로 갔지요. 스펙을 쌓기도 할 겸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려구요. 중국에서 자격증까지 땄어요.”
하지만 중국에서 배운 침술과 지식을 정상적으로 펼칠 수 없어 봉산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창고 용도로 구했던 집을 손수 작업실 겸 대체의학 연구소로 개조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배운 침을 재능 기부 형식으로 주민들에게 봉사했다.
“4~5년 정도 봐드렸지만 지금은 시간이 부족해서 오랫동안 연을 맺었던 분에 한정해서 봐드립니다.” 지금은 농사일로 바쁘기 때문이다.

가마골에서 아로니아를 재배하다.

봉산으로 귀농한 그가 관심을 가진 종목은 아로니아였다. 유년시절의 경험과 중국에서의 공부 등으로 자연스럽게 약용 작물에 관심이 갔다. 그가 아로니아를 선택한 것은 아로니아의 특성 때문이었다.

“제가 공부할 때까지만 해도 아로니아가 산화를 막아주는 유일한 식품이었어요. 산화는 쉽게 말해 세포가 죽어가는 겁니다. 지구상에서 아로니아만큼 항산화 기능이 강한 식품이 없어요.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불로초 열매라고 해서 ‘불로매’라고 부르지요. 또한 안토시안과 폴리페놀은 혈병에 좋은 성분인데 아로니아에 풍부합니다. 그래서 아로니아는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요. 그런데 일반인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몰라요. 홈쇼핑에서 효능을 자꾸 강조해서 어느 정도 알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인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는 가마골에서 아로니아를 재배한다. 처음에 스무 그루를 구입해 심은 후 5년 만에 2,000평까지 번식했다. 그가 생산한 제품은 주로 산약초 회원들이나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구매한다.

“아로니아로 와인을 함께 만듭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 숙성이 되면 자신의 항아리에서 와인을 따라 가지요. 식초를 원하시는 분은 1년을 더 기다려 식초가 되면 가져가곤 하지요.”
그는 일하고, 연구하고, 응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돈 만드는 기술은 부족하단다. 그게 큰 단점이라는 말을 가족에게 듣고 작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 그는 가장으로서 미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게 약입니다”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약입니다. 심지어 우리가 무심코 밟고 다니는 잡초마저도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삼백예순하나의 혈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약초도 그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풀이 우리 몸에서 필요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어떻게 접근하고 ‘법제’하는 지가 중요하지요.”

▲동결 건조한 아로니아 상품

그가 아로니아를 법제하는 방법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그는 아로니아를 밤에는 영하 25℃에서 보관하고 낮에 볕이 좋은 날에만 햇볕에 쬐기를 반복한다. 그런 과정을 무려 스물다섯 번에서 서른 번을 반복한다. 일반적으로 홈쇼핑에서 동결 건조해서 판매하는 상품과 색상에 서부터 차이가 난다. 동결 건조한 제품은 색상이 고운 반면, 법제 과정을 거친 제품은 흑색에 가깝다.

“제가 햇볕에 말리기를 반복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비타민 D는 햇볕에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지구 상 어떤 물질에도 없습니다. 냉동실과 햇볕, 즉 극과 극을 반복하여 비타민 D를 함유하게 법제하는 거지요. 일반적으로 60℃면 고온에 들어가지만 태양열 60℃는 저온입니다. 성분이나 영양소가 파괴될 염려가 없다는 말입니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것과 색상이 다른데 정품이 맞느냐는 문의가 가끔 들어왔어요. 그래서 저도 어쩔 수 없이 동결 건조한 제품을 만들었어요. 담양에는 동결건조기가 없어 무안이나 진도까지 갔지요.”

그는 그렇게 두 종류의 아로니아 제품을 생산했다. 물론 가격은 법제 과정을 거친 제품이 비싸다. 깎아달라면 길게 설명하지 않고 동결 건조한 제품을 권한단다. 암환자들은 법제 과정을 거친 제품을 선호한단다. 그는 현재 부트 졸로키아도 생산한다. 부트 졸로키아는 인도가 원산지인데 청양고추보다 백배는 맵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도와 토양이나 기후가 달라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는단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상위 1%만이 먹는단다.

“발효로 미래를 설계 중입니다.”

▲발효과정 점검

그가 설계하는 미래는 아로니아의 발효다. 발효를 거치면 와인이나 식초가 생산된다. 유럽에서는 포도 와인보다 아로니아 와인을 선호하는데 그는 발효 과정을 거쳐 와인과 식초를 생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동양의학은 단점을 보완해가며 수천 년을 이어왔습니다. 서양의학처럼 과학으로 증명할 순 없지만 효능은 검증되었다고 봐야지요. 제가 발효에 관심을 두는건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플러스알파 요인 때문입니다.”
그는 틈틈이 발효를 연구한다. 그리고 공식적인 판매를 위해 절차를 밟을 예정이란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하겠단다. (김기호: 010-9785-8575) / 강성오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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