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사육의 선구자 - 강철식

“곤충을 좋아해서 집에서 키우던 게 직업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강철식 씨는 귀농하기 전 광주, 대구 등 대도시에서 살았다.

뼈 없는 치킨을 수입하여 프렌차이즈 사업을 했고, 정수기 사업도 했다. 수년 전부터 정수기가 히트할 거라고 판단해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했다. 판매를 하다 보니 모터 소음이 거슬렸다. 한국인 정서에 맞지 않다는 생각에 독일산 모터를 수입하여 소음을 해결했다.

하지만 판매로 연결되지 않았다. 지금이야 정수기가 집집마다 있을 정도로 보급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너무 앞서간 탓에 정수기를 찾는 고객이 극히 드물었다. 뼈 없는 치킨으로 번 돈을 거의 까먹었다. 그는 버티다 못해 끝내 정수기 사업을 접었다.

그런데 2년 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가 터졌다. 두산전자의 페놀원액 30톤이 옥계천을 거쳐 대구 상수원인 다사취수장으로 흘러들어 물을 오염시켰다. 수돗물에서 악취가 심하다는 시민들의 신고가 폭주했다. 대구 뿐만 아니라 낙동강 물을 먹어야 했던 밀양, 함안, 마산, 부산 등에서도 신고가 폭주했다. 이 사고로 정수기가 불티나게 팔렸다. 2년만 버텼다면 초대박을 칠 수 있었는데, 그 열매는 그에게 사업을 물려받은 사람이 따먹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두통이 생길 정도였다. 마음을 삭히려고 집에다 곤충을 키웠다.

담양으로 귀농, 고소애(고소한 애벌례) 사육하다

“곤충을 좋아해서 집에서 키우던 게 직업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연고지도 아닌 담양으로 귀농을 해서 곤충을 사육했다. 일명 고소애(고소한 애벌레를 줄인 말로 공진청에서 주최한 이름 공모전 당선작)라고 불리는 갈색거저리를 선택했다. 곤충을 사육하는 게 전망이 좋다는 교육 강사들의 홍보에 곤충을 선택했지만 사육이 쉽지 않았다. 초창기다보니 곤충 사육에 대한 매뉴얼이 없었다.

그는 전국을 돌며 곤충을 공부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정보나 뾰족한 대안을 얻은 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녔지만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스스로 터득하기로 마음먹었다.

“노력은 쓰나 그 열매는 달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구자는 노력도, 열매도 씁니다.”

강사들은 곤충이 블루오션이라고 했다. 블루오션이란 레드오션의 반대 개념으로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잘 알려져 있지 않아 경쟁자가 없는 유망한 시장을 일컫는다. 경쟁자가 없기에 높은 수익과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하는 기회가 존재한다. 때문에 광범위하고 깊은 잠재력을 지녔다. 하지만 이론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선구자들에게는 뜬구름과도 같다.

쓰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정수기 때처럼 후회의 전철을 밟을 수 없었다.

곤충은 노동력이 적게 들고, 사육하는데 그리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먹이는 3일에 한 번만 주면 된다. 여름에는 아침 여섯 시부터, 겨울에는 여덟 시부터 시작해 오후 다섯이 이전에 끝난다.

고소애가 식품으로 등재되어 있으니 유해 성분이 검출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 6개월에 한번은 성분 검사를 했다. 갈색거저리에서 나올 수 있는 유해 성분은 크게 두 가지 비소와 카드뮴이다. 비소는 지하수를 정수하지 않아서, 카드뮴은 야채를 먹이기에 검출된다.

그는 농가들에게 유해 성분 검사와 유해 물질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한다. 유해 성분이 있다는 뉴스를 타면 곤충 사육 농가가 한방에 훅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가들은 유해 성분을 관리하는데 노력한다. 그 역시도 유해성분을 줄이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비소를 줄이는 일은 간단하다. 지하수를 정수만 잘 하면 되니까.

하지만 카드뮴은 다르다. 흔히 카드뮴을 줄이기 위해 절식을 시킨다. 2일이나 3일 또는 4 일간 절식하면 눈에 띄는 차이는 아니지만 카드뮴 성분이 줄어든다. 그러나 생산량에서 차이가 난다. 굶었으니 그만큼 살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곤충의 살이 빠지지 않고, 카드뮴 검출도 거의 없는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런덕에 타 농가보다 30% 이상 수확량이 많다. 그가 사육하는 공간은 18평에 불과하다. 한 번의 사이클을 기준으로, 한 평당 10kg 정도 생산하는 게 보통이지만 그는 평균을 훨씬 뛰어 넘은 것이다.

“곤충 사육은 과학입니다.”

그가 수확을 많이 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곤충의 서식 환경과 특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단위 면적당 사육 수를 높였다.

“곤충 사육은 과학입니다. 체계적인 분석을 거쳐 데이터를 축척해야 합니다.”

그는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폐사율이 낮으면서도 우수한 곤충을 생산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대량 사육의 매뉴얼을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아직도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뭉쳐야 놀아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곤충을 모두 유통업체에 판매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 것과 같은 판매 구조다. 그러다 보니 유통업자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생산 농가들이 개인플레이를 하지 말고 뭉쳐야 놀아나지 않습니다.” 그는 생산 농가들을 규합해 제 값을 받으려한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자문을 필요로 하는 농가는 언제든지 자문에 응한다. 다만 한 가지, 그가 터득한 카드뮴 저감 노하우는 아직 아니다. 어렵게 터득해서이기도 하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을 아직은 공유할 수 없다. 투자 대비 수입이 궤도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수입이 만족할 만큼 아니지만 보람도 있었다. 농장을 방문한 학생들이 사진과 글로 대상을 수상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수상자가 사장님 덕분이니 사장님이 상금을 받아야 한다며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 했다. 물론 펄쩍 뛰며 거절했지만 흐뭇했다.

“곤충 사육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희망을 갖습니다. 그날을 대비해 생산량을 늘려가야지요.”
그는 말을 마치고 사육실로 방향을 틀었다.(귀농인 강철식 연락처 : 010-2977-2046)
/ 특별기고=강성오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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