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경제가 별로 좋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그 여파가 국내 기업에도 미치는 파장이 큰 것 같다.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파산절차를 받고 있는 것이 그 사례다. 한진해운의 배들은 세계 곳곳에서 발이 묶였다. 그 여파로 부산항은 업무가 마비되어 당장 우리나라 수출입 업무에 차질이 생겼고 수출산업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40년 동안 일궈온 한진해운의 국제 경쟁력이 무너지자 그 틈을 중국의 해운업이 파고들고 있다. 또 중국에 자리를 뺏기는 것 같아 애가 타들어 간다.

우리나라는 해외 수출로 살아가는 국가다. 국가는 각 기업들이 제품 생산과 수출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국제 경제활동에서 기업이 밀리게 되면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국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을 도와주어야 한다. 이게 국가 경영이고 경제정책 수행이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국민들의 세금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도와주지 왜 내가 낸 세금이 재벌들이 잘못해서 부실해진 대기업에 투자되어야 하는지 정부를 비판하고 분개한다. 정부인들 망해가는 기업에 구제 금융을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겠는가마는, 하물며 그 부실기업 종업원들이 회사를 살리려고 임금을 삭감하기는커녕 임금을 올리고 성과급이나 챙기고 파업이나 벌인다면 그 심정 어쩌겠는가.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이 된 배경에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그리고 기업에 소속된 임직원과 근로자들의 수고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수고에 대한 합당한 보수를 받고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업이 쓰러져 가는데 수고에 대한 대가를 고집하며 파업을 하는 것은 과한 측면도 있다. 국가의 경제 정책 속에서 기업이 움직이고 기업이 살아있기에 기업과 함께하는 종업원이 있고 종업원들의 소비가 있기에 지방 경제가 살아서 움직인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기업의 윤리를 지키고 각자가 최선을 다할 때 가장 바람직한 경제활동이 된다.

오늘도 기업 들은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경제외교를 펼쳐야 하고 국가정보원은 경제 정보를 물어다 줘야 한다. 기업이 망하면 그 여파가 결국은 국가에 해를 끼치고 그 피해는 결국 모든 국민이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이런 굵직한 경제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정부의 경제정책 회의가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청와대 서쪽에 있는 별관에서 이런 말 못할 고통스런 경제 문제를 해결 할 정책회의를 해왔던가 보다. 이곳에서는 정관계 금융계의 고위직들이 모여서 거시경제 즉 굵직한 경제 정책 결정을 위한 비공개 회의를 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비밀스런 정책회의를 한다고 한들 모이는 사람, 시간, 의제, 그 결과가 비밀이 보장되겠는가. 죽어가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 회의에 줄을 대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법을 지켜가면서 무슨 염치와 체면을 차려가면서 이 회의의 처분만을 기다리겠는가.

우리들도 잘 몰랐던 청와대 서별관의 존재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은 죽어가는 부실한 대우조선해양을 엄청난 규모의 국가 재정지원으로 살려주었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자구책을 마련하는 대신 임직원들의 성과급 잔치나 하고 부정 청탁이나 하면서 또 다시 파산위기에 몰렸다. 이것은 서별관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제 정신이 아니거나 부정 청탁을 받아 대우조선해양을 살려주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거제시는 조선업에 관련된 인구가 거의 80%에 육박하여 조선업계의 부실여파는 당장 시 자체가 없어 질 정도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문제는 부정, 도덕적 해이, 갖가지 로비, 지자체의 생존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국민의 혈세로 직원과 거제시를 살려야 하느냐, 이번 기회에 안타깝지만 확실한 기업 윤리를 정립하자는 측이 맞서는 가운데 이런 사태를 만든 책임이 서별관회의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야당은 국민의 혈세가 투자되는 결정을 이렇게 비공개로 해도 되느냐며 당시 서별관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과 대우조선해양의 구제 금융 지원과 관련된 인사들을 청문회로 불러 낼 모양이다. 여당은 어떤 언론사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의 호화 로비를 받고 대우조선해양에 우호적인 사설을 써 주고 지원을 위한 로비를 하지 않았느냐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 청와대는 아예 어떤 언론사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고위층의 연임을 부탁하는 로비를 해왔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최근 그 신문사와 청와대는 언론사 주필의 비리와 청와대 수석의 비리를 놓고 연일 한판의 전쟁을 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국회는 여야 합의를 거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제금융의 실체를 파헤치는 소위 서별관 청문회라는 것을 9월 8~9일에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작년도 국정감사에서도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다그쳤지만 별로 얻어낸 소득 없이 끝나고 만 일이다. 어찌되었던 이 청문회는 부실기업인 줄 알면서도 정치적 고려 하에 즉 대우조선해양의 밑 빠진 독에 정부에서 누가 물 붓기를 지시했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국회, 청와대, 언론이 뒤죽박죽이 되어 싸우고 있을 동안 한진해운은 급하게 침몰하고 있고 국가의 물류 대란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진해운이라는 급한 불을 우선 꺼야 하는 정부에 대해 뒷북치기, 무능한 정부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정책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는가. 국가 경제가 파탄 나고 실업자가 생겨도 거제시가 망해도 망할 기업은 망하게 놔두겠는가. 아니면 밉지만 다시 한 번 기회를 줘야 하겠는가. 기회를 주되 과거사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 책임을 물을 것은 확실히 묻고 재발방지책을 강구해 나가겠는가. 분노에 찬 감정보다는 차분한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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