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뉴스는 ‘2018담양지명 천년’을 기념하는 기획특집 일환으로 <담양,담양사람들> 코너를 신설하고 경향각지에서 활약중인 담양사람들과 담양의 이야기를 발굴, 소개합니다.
기획특집 <담양, 담양사람들> 은 각 분야에서 소신과 신념으로 열심히 삶을 꾸려가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담양의 농업인, 귀농인을 비롯 향토업체, 출향인과 향우기업, 그리고 문화예술계와 전문분야에서 활약중인 <담양, 담양사람들>에 대한 소식과 스토리를 소개하고 ‘2018담양천년’에 모두 함께 동참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우선, 몇차례에 걸쳐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담양으로 귀촌, 새희망을 일구고 있는 귀농인들의 이야기를 특집으로 보도합니다. / 편집자 주.

“하늘에 욕까지 했습니다.”

오영석 씨는 대전광역시에서 무선통신 관련 사업을 했다.
무선통신은 정책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었고 그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답답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치솟았다. 방치하다가 어떤 일이 생길지 몰랐다. 머리를 식힐 겸 주말이면 형 농장을 찾았다.
형은 어머니와 함께 담양 봉산면 와우리로 이사해 딸기를 재배하고 있었다.

“딸기가 빨갛게 달려있는데 그렇게 예쁘게 보이더라구요.”

그때 본 딸기에 반했다. 막연한 동경심이 생겼다. 딸기를 재배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는 귀농에 대한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 그는 아내 설득을 서두르지 않았다. 차분히 귀농을 준비했다. 형을 도우며 조금씩 배웠다. 선도 농가를 찾아다니며 눈동냥, 귀동냥했다.

텀을 두어 아내를 설득했지만 아내는 완강했다. 결국 혼자 먼저 봉산면 와우리로 내려왔다.
그는 딸기 농사를 위해 와우리에 내려온 뒤 담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시행한 교육을 꾸준히 받았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멘토를 연결해주었다. 멘토가 구세주 같았다. 농사는 물론 딸기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그는 멘토에게 매달렸다.

“한 일 년 봐주고 그만두실 거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자고 했지요.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는 멘토의 조언을 토대로 딸기를 재배했다. 첫해에는 육묘를 잘못 구입해 실패했다. 시작부터 실패한 탓에 경제적으로 굉장한 타격을 입었다. 그렇지 않아도 귀농 초기에 수입이 없어 마음고생이 컸다. 매월 일정한 수입이 있었는데, 고정 수입이 없으니 자기도 모르게 나약해졌다. 갈수록 통장의 잔고가 줄어가는 것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아야만 했다. 게다가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미래가 아득했다.

일도 힘들었다.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지면 물고를 내야 한다. 딸기로 물이 가지 않도록 끝없는 삽질을 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하우스로 물은 들이닥치려 하니 삽질을 멈출 수 없었다. 삽질을 해도 해도 끝은 보이지 않았다. 허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얼마나 힘들던지, 하늘을 쳐다보고 욕을 했다니까요.”
과거의 삶도 오버랩되었다.

대전에서 살 때 집안에 화초를 키웠다. 화원에서 알려준 대로 정성을 다했다. 물을 자주 주지 말라는 말을 충실히 따랐고, 물을 자주 줘야 한다는 화초에는 매일 주었다. 그렇게 정성을 들였는데도 한 달 이상 자란 화초가 없었다. 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죽어나가기 일쑤였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식물하고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한다면 그동안 들였던 시간과 노력, 비용 등이 고스란히 날아갈 판이었다. 아내와 지인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게 뻔했다. 그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이를 악물었다. 다시 딸기 재배에 나섰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조언해준 대로 현지인들과 친하게 지냈다. 품앗이해가며 비닐하우스도 늘렸다.

멘토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수시로 방문하여 지도했다. 멘토가 바쁘면 그가 나섰다. 모종을 뽑아 멘토에게 가져가 보이며 자문을 구했다. 그럴 시간마저 없을 때는 사진을 찍어 도움을 받았다. 멘토는 증상과 대책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꽃이 피는 과정을 초고속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잖아요? 조금 과장하면 마치 그런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니까요?”
지금은 딸과 아들의 성장도 가까이서 지켜본다. 아내가 남편을 따라 귀농한 것이었다. 가족의 귀농은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오영석씨의 딸기 하우스

▲오영석씨의 와우리 딸기하우스 전경

“와우리 딸기는 피와 땀의 결정체지요.”

딸기를 재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수경재배라고도 하는 양액재배와 땅에서 기르는 토경재배로 분류한다. 전국적으로 보면 토경재배가 많지만 양액재배 농가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토경재배는 초기 투자비가 적은 대신 많은 노동력을 요한다. 상대적으로 수확량도 떨어진다. 그뿐이 아니다. 토경재배는 한 장소에서 길어야 3년이다. 한 번 재배 하고 나면 같은 장소에서 다시 재배하지 않은 인삼처럼 딸기도 그렇다. 그만큼 지력이 중요하다.

“비닐하우스 네 동인데, 세 동은 작년까지 했고,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동이 있거든요. 그런데 처음 시작한 땅에서 자란 딸기의 성장이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벼를 길러 지력을 튼튼하게 하면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해봤는데, 그보다 훨씬 낫습니다.”
기간이 경과하여 장소를 옮길 때, 비닐하우스를 철거하여 다시 설치하는 작업 또한 간단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토경재배를 선택했다.
“맛 때문입니다. 땅에서 생산한 딸기는 맛과 향이 뛰어납니다.”

그의 비닐하우스는 원시적(?)이다. “자동화에 너무 기대지 말소. 기계 믿고 있다가 갑자기 고장이라도 나면 어쩔껀가? 한해 농사 망친 거 아니겄어? 좀 힘들어도 손으로 하는 게 제일 안전하다네.” 라고 한 주민의 말을 따른 것이다.

그는 아직 조언을 충실히 따른 편이다. 주민들이 원시적인 농법을 강조한 이유에 수긍이 갔다. 주민들은 인위적인 환경에서가 아닌 자연환경을 우선시한다. 겨울에 난로로 온도를 높이는 것보다. 햇볕을 최대한 쪼이는 방식을 택한다. 그렇게 하려면 비닐하우스의 개폐가 최단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해가 뜨자마자 비닐하우스를 열고, 해가 떨어지기 직전에 닫아야 한다. 자동화해서 해가 떨어졌는데도 비닐하우스를 닫을 수 없다면, 그 피해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손으로 하는 게 안전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와우리 딸기는 피와 땀의 결정체라고 봐야지요.”
그는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딸기한테 인사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잘 잤는지를 묻고, 춥지 않았는지 묻는다. 비록 대답은 듣지 못해도 딸기가 모두 알아들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루를 마감할 때도 딸기에게 인사를 건네는 걸 빠트리지 않는다. 오늘 저녁에는 추울 거 같으니까 조심해. 잘 자고 내일 보자. 같은 인사를 건넨다.
“수익 대상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심이지요. 그래도 저는 약괍니다. 땅에 입을 맞추고, 딸기에 입을 맞춘 분들도 많은데요 뭐.”

그는 한 동에서 3천만원가량의 소득을 올렸다. 선도농가에 비해 소득이 떨어지지만 감사함은 누구보다 진하게 표현한다. 한해 농사를 끝내고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딸기에게 극진한 예를 표하며 오래도록 따뜻한 시선을 딸기에게 보낸다.

▲가족처럼 보살피는 딸기

“아이들이 기억하는 아빠의 모습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귀농하기 전 게으르고 나태한 삶을 살았는데 그렇게 농사를 지으면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눈이 제일 게으르다고 하잖아요? 초기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겁이 났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가 농사 다음으로 신경을 쓰는 게 아이들이다. 귀농하면 애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 거라 예상했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아이들이 기억하는 아빠의 모습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다정다감한 아빠로 기억되고 싶어, 애들에게 무척 신경 쓴다.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손수 만들어 함께 먹곤 한다. 맛없는 음식일지라도 맛있게 먹어주는 애들이 고맙고 대견하다.

그의 딸은 아림이다. 그는 딸을 내가 낳은 알이라는 의미를 담아 애칭으로 알이라고 부르곤 한다. 아들 이름은 찬기다. 아들과 딸의 이름을 따서 농장 이름을 ‘알찬농장’이라 지었다. 그는 농장 이름처럼 정말 알찬농장으로 키워보고 싶다. 애들이 언제 현판식을 할 거냐고 조르는 통에, 현판식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어떻게 할지 구상 중이다. (오영석: 010-8810-0016)/특별기고=강성오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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