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군민기자석 귀농일기
2018담양천년 기획특집(담양담양사람들) / 귀농으로 새희망을 일구다(5)신이 내린 선물을 품다 이 병 우

“젊어서 누렸으니 나이 들어서는 고향에서 고생하는 것도 나름 괜찮다 싶었지요.”

이병우씨는 이력이 화려하다.
홍익대학교 산업 미술대학원을 1년 수료하고,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수료했다. 우성그룹 홍보실장을 거쳐 종합광고 대행사와 기획사 등 세 개 회사를 경영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원광미술인상 공로패를 비롯하여 대한산업미술가협회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에서 여러번 입상했고, 한국일보 건설부문 광고대상을 수상했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그는 아파트 컬러 도색의 일인자로 통했다. 여러 대기업은 물론 주공도 그에게 자문을 요청할 정도였다. 취미생활도 열심히 했다. 바쁜 시간에도 틈틈이 스포츠댄스를 배웠는데 댄스의 매력에 흠뻑 취해 라틴 부문 지도자 자격증까지 땄다. 또한 중등 미술 정교사 자격증도 있다. 그런 그가 서울을 떠나 담양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나름대로 누렸다고 생각했어요. 젊어서 누렸으니 나이 들어서는 고향에서 고생하는 것도 나름 괜찮다 싶었지요. 아내도 쉽게 수긍하더라구요.”

귀농을 결심하고 작목 선정을 위해 1년 전부터 정보를 수집했다. 고향에서 논 여섯 마지기를 짓는 친척의 일손을 거들며 종목을 고민했다. 여섯 마지기에서 얻은 소득은 이백여만원에 불과했다. 농촌 출신이지만 벼농사 수입이 그렇게 적은 줄 처음 알았다. 그걸 보고 벼농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굳혔다.

그가 버섯을 선택한 이유는 맛 때문이었다. 버섯을 처음 맛보았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스친 것이다. 버섯의 매력에 흠뻑 취해 버섯에 대해 보다 세부적으로 알아보았다. 어떤 이는 버섯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 준 세 가지 선물 중 하나라고 했다. 선물의 첫째는 신앙이고, 둘째는 버섯, 셋째가 사랑이라고 했다. 신앙과 사랑은 추상적인데 버섯은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이다. 신앙과 사랑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 그런데 버섯을 그런 고귀한 단어와 동격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버섯으로 결정하고 준비를 했다. 버섯 재배에 관한 교육을 꾸준히 받았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버섯 전문가에게 45일 동안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그분은 종균을 개발하고, 일본을 오가며 버섯을 연구하는 교수였다. 교수를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커다란 행운이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론교육을 받았고 선도농가에서 한 달간 실습 교육도 받았다. 실습이 끝날 무렵 교수님이 그러셨다.

“당신은 지금 시작해도 실패하지는 않겠네요.”

그 말을 듣고 바로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가 고향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수구초심이란 말처럼 고향이 그리웠고, 버섯재배에 고향만큼 좋은 지역이 없다고 보았다. 그의 고향은 봉황리 죽림동이다.

“고향에 봉황이 우리동네 대나무에 앉았다는 전설이 있어요. 전설에는 봉황이 대나무에만 앉는다고 나오기도 합니다. 봉황이 상상속의 새라 대나무에 앉았을 리 없지만, 그만큼 명당이라는 의미겠지요. 그리고 버섯은 산소를 먹고 자랍니다. 대나무는 일반 식물보다 여섯 배 이상 산소를 많이 공급해요. 그러니 얼마나 천혜의 조건입니까?”

그는 내려오자마자 손수 객토 작업을 하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모르는 분야라 일일이 묻고, 배우고, 품을 들였다. 농사에 문외한인 그가 객토과정을 거쳐 종균 작업을 하기까지 채 4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뛰어난 추진력이었다.

“버섯은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

▲버섯 생육상태를 살피는 이병우씨

그는 50평짜리 비닐하우스 두 동, 그러니까 100평에 버섯을 키운다. 부부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했다. 자칫 과부하라도 걸리면 포기할까봐 그렇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격이 작용한 것이다. 끝을 보더라도 좋은 쪽으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품질 만큼은 철저히 관리한다.

그는 품질을 위해 그 좋아하던 골프를 접었다. 요즘은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휴대폰으로 비닐하우스의 온도나 습도, 상태를 살필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필드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과거에는 골프광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의 아내는 일주일에 1년에 200회 이상 필드에 나갔으니 매주 4번쯤 필드에 나간 셈이다. 아내보다는 자주 나가지 않았지만 실력은 그가 좋다. 그는 싱글 수준이다. 그런데도 버섯의 품질을 위해 골프를 접은 것이었다.

“직접 보는 게 정답입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이라면 누구나 품질에 신경을 쏟기 마련이다. 대부분 가격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그가 품질에 신경을 쏟는 이유가 독특하다.

“버섯이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 같은 것이었어요. 그런데 어찌 신경을 쓰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신경을 쓴 탓에 판로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는 버섯을 주로 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한다. 백화점에서도 달라고 하지만 생산량이 미치지 못한다. 탄탄한 육질에,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맛이 좋다는 것을 바이어들이 알아본 것이었다.

그가 생산한 품종은 송화버섯. 송화버섯은 추재2호의 배지 브랜드 중 하나다. 추재2호에는 송고, 송화, 고송 등이 있다. 지금은 송화버섯을 재배하지만 다른 브랜드를 재배할 수도 있다. 배지 상태에 따라 수확량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배지가 안 좋으면 거의 망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보상받을 길도 없어요. 배지회사에서 받을 수도 없고, 정부에서 해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오직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머리에 쥐가 날 일이지요. 그래서 배지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버섯사 객토작업

“대화 상대가 없어요.”

그는 서울 생활과 귀농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이 대화 상대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본다. 그가 말하는 대화란 사전적 의미가 아니다. 그가 좋아했던 골프며, 스포츠댄스, 산업디자인 등 관심 분야를 화재삼아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귀농하고 보니 대화 상대가 없어 그런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었다.

“여기에 살다보니 누가 칭찬해 주는 분이 없습디다. 진짜로 한 분도 안 계셨어요. 제가 내려오기 전에 우리 동호회 스포츠댄스 회장이 그랬지요. 이 사장은 내려가서 살기 힘들다고. 이유를 물었더니 이 사장은 누가 칭찬을 해줘야 탄력을 받아 열심히 하는 분인데, 그런 분이 없을 거라는 이유를 댔지요.”

하지만 그는 칭찬에 개의치 않고 버섯 생산에 몰두했다.

“버리는 게 남는 것이고, 버려야 행복하다.”

▲출하직전의 버섯

서울에서 살 때, 월급날이 다가오면 급여 지급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회사가 세 개였고, 월급 날짜가 달라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모든 걸 접고 오니 마음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귀농을 전적으로 잘했다라고 생각은 않는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약간의 후회가 남는다. 비율로 따지면 귀농을 잘했다는 생각이 95%, 후회가 5%쯤 된다. 전망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골은 암흑이다. 초저녁에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서기 때문이 아니다. 예측 불가능, 즉 불확실성 안에서 살기 때문에 암흑과 같다. 시골에서는 산술적인 계산이 되지 않는다. 매월 얼마가 들어오는지, 지출해야 하지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어림잡을 뿐이다. 도회지에서의 삶에 익숙한 그는 불확실성 때문에 한동안 고민했다.

또 다른 불확실성도 있었다. 그가 버섯 교육을 받을 때 100평 기준으로 평균 년 매출이 1억4천정도 된다고 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생산을 잘못한 것도 아닌데 1억을 넘기지 못했다. 평균 매출보다 약간 낮은 소득을 예상하고 여타 계획을 세웠는데 어그러진 것이다.

“결국 깨달았습니다. 버리는 게 남는 것이고, 버려야 행복하다는 사실을.”

▲하나로마트 송하버섯 판매

버섯을 궤도에 올려놓은 그는 이제 꽃벵이도 사육한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곤충에게 밥을 준다. 그리고 버섯 하우스의 온도와 습도, 발육 상태를 점검한다. 그는 그렇게 새벽을 연다. 그는 그렇게 조금씩 암흑을 걷어낸다.(귀농인 이병우 연락처 : 010-5255-4118) 
/특별기고=강성오 농업전문기자

담양뉴스  webmaster@dnnews.co.kr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담양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