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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먹고사는’ 걱정 덜어줄 도지사·시장·군수를

이 정 록(전남대 교수, 前대한지리학회장)

구정 아침 일찍 시골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아들이 물었다. “아버님! 이곳에 젊은 사람이 많이 삽니까?” 고속도로 톨게이트 옆으로 보이는 홍보성 캐치프레이즈를 보고 하는 말이다. “응, 이 도시가 전남에서 젊은 인구가 가장 많이 살잖아, 제철소 때문에”라고 필자가 말했다.

구정 때 시골에서 만난 친인척과 지인들 넋두리는 온통 먹고사는 걱정이었다. 취업을 못해 ‘백수’인 자녀들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뉴스도 거론됐다. 경영진과 강성 노조 문제는 물론이고 산업은행과 정부의 잘못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남의 동네 일이 아니라는 눈치다. 경기(景氣)가 예전 같지 않아 이러다가 제2의 IMF 사태가 오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6.13 지방 선거 이야기에서도 먹고사는 걱정이 빠지지 않았다.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평은 다양했다. 선호하는 후보도 제각각이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선택 폭이 좁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전남도지사 후보로 화제가 바뀌면서 먹고사는 문제는 더 강조됐다. 인구 절벽에 처한 늙은 전남에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지역을 잘 아는’ 젊은 지사를 뽑아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지극히 당연한 푸념이자 주문이었다.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장(이하 지자체장)을 뽑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인사권과 예산권과 각종 사업 인,허가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지방 소통령(小統領)’을 뽑는 일이어서가 아니다. 어떤 사람이 지자체장이 되느냐에 따라 주민의 일상(日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직장이 있고, 아이들을 키우고 학교에 보내고, 병원과 쇼핑 활동이 직접 이루어지는 생활공간의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체가 지자체장 아닌가.

지자체장의 비전과 능력에 따라 지역 모습은 수없이 바뀐다. 여수시를 보자. 여수는 민선 이후 지금껏 재선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작년에 1천3백만명 관광객이 여수를 찾았다. 2012엑스포 덕분이다. 해양 엑스포 개최를 계획하고 이를 성사시킨 허경만 전 전남도지사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여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해남군은 정반대다. 민선 4,5,6기 군수가 연달아 구속되면서 어떤 군세(郡勢)를 보이고 있는지 말이다.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국가 내에서 지자체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의 양과 질은 엇비슷하다. 복지 관련 서비스가 좋은 예다. 하지만 일자리 분포는 지역 간 차이가 많이 난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가 정부가 아니고 기업이라 그렇다. 기업이 특정 장소에 입지하려면 노동,산업연계,교통,시장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 이런 조건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충족된다.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일찍 만든 곳과 그렇지 않은 곳간에 일자리 분포는 달라진다.

여기에 중요한 사실이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려면 지역사회가 긴 호흡으로 노력해야 한다. 일자리는 하루아침에 결코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여러 조건이 결합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과 환경이 성숙됐을 때만 가능하다. 지역 간 무한 경쟁 시대인 오늘날은 더욱 그렇다. 관건은 일자리 관련 정책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지자체장이 지역사회에 존재하느냐의 여부다.

먹고사는 걱정을 덜 하려면 유능한 지자체장이 등장해야 한다. 다음의 세 가지 자질과 능력은 겸비한 지자체장 말이다. 첫째는 지역을 잘 알아야 한다. 오랫동안 그 지역에서 살아야 지역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잠재력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래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비전과 청사진을 마련할 것 아닌가. 둘째는 ‘커리어’가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주민을 비롯한 여러 이해당사자들 기업주, 투자가, 지역 상공인, 중앙과 지방정부 등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관련 분야 경력과 경험은 필수다. 흔히 말하는 ‘해봤어’다.

두 가지보다 중요한 셋째는 3선(選)을 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12년 간 ‘소통령’을 맡겨도 되냐는 볼멘소리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특정 정책의 효과를 보려면 10∼15년 동안 그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 기업 유치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효과를 보려면 15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국내외 연구 사례는 제법 많다. 그러려면 지자체장의 3선은 필수 조건이다. 단임으로 끝나거나 임기 중 검찰청을 들락거리면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교도소에 가지 않고 3선을 해도 좋을 지자체장을 뽑아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야 먹고사는 걱정을 덜 수 있다.

어떤 사람을 도지사,시장,군수로 뽑아야 하는가? 이는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지자체장이 되려고 안달인 후보자들 면면을 ‘매서운’ 눈으로 살펴봐야 한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이 농반진반으로 간혹 던지는 말이 있다.
“아빠! 광주에 내려와 살고 싶은데 내가 다닐 직장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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