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에서 비닐하우스로    김 용 학

“사제지간이 바뀌었습니다.”

김용학씨는 광주광역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했던 관장이었다. 관원 중 한 분이 가끔 딸기를 가져오셨는데 그 맛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동안 먹어본 딸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연로하신 나이에도 건강 때문에 도장을 찾은 관원에게 품종을 물으니 와우리 딸기라고 했다. 그는 와우리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분이셨다. 그분은 와우리 딸기의 환상적인 맛을 자주 들먹였다.

“딸기 농사 한번 지어보시는게 어떻겠습니까?”
갈수록 출생률이 떨어져 미래를 걱정하던 참이라 그분의 제안에 심각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유 자금의 유무를 떠나 농사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는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지도해드리겠습니다.”
그분의 제안에 따라 결국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다행히 아내가 귀농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도장에서 사범 역할을 했던 아내도 미래를 불투명하게 본 모양이었다.

그가 와우리에 들어오자 귀농을 권유했던 그분은 약속대로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임대할 부지의 알선까지 해주셨다. 그분은 일종의 멘토였다. 멘토께서 농기계를 직접 몰고 와 이랑을 만들어주셨다, 삽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만 남겨놓고, 내일은 그걸 마무리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랑에 깔린 흙을 걷어내는 작업이었다.
“사제지간이 바뀐 거지요.”
하지만 삽질 한 번 해보지 않았던 그에게 삽질은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안겼다.
“100미터를 11초나 12초대에 달렸거든요? 그런데 그 100 미터가 그렇게 긴 줄 몰랐습니다. 진저리나는 거리였습니다.”

그는 멘토가 지시했던 대로 하지 않고, 삽을 좌우로 흔들어 대충 흙을 치웠다. 그럼에도 손에 물집이 잡혔다. 그만큼 농사에 문외한이었다.
멘토가 다시 하라고 지시했다. 멘토는 부드럽게 말씀하셨지만, 함께 오신 부인께서 그렇게 해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나무라셨다. 뜨끔했다. 멘토의 말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농부에게는 간단한 일일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중노동이었다. 삽질하면서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그래서 딸기는 저에게 눈물입니다.”

▲싱싱한 상태로 수확한 딸기

“한 뼘의 땅을, 한 시간도 놀리지 않는 농신을 본받으려고요.”

멘토가 적극적으로 지원했음에도 작업은 고되었다. 작년에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이 들었고, 일하기도 싫었다. 주변에서는 농한기에 육묘하는데 그는 하지 않았다. 경험이 부족한 그에게 육묘는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일하기 싫은 탓이 더 크게 작용했다.
“모종을 사서 심었는데 형편없었어요. 올해 농사 죽 썼다고 소문이 나돌 정도였죠.”
이를 본 주변 분들이 도움을 주었다. 남은 모종을 선뜻 내주고 수시로 조언했다. 손을 호호 불어가며 노지에 있는 모종을 옮겨 심었다. 그런 노력 덕분에 평년작은 했다.
올해는 작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차근 육모’ 방법으로 직접 모종을 키웠다. 죽향과 설향을 육묘했다.

덧붙여 빈 땅을 놀리지 않으려고 공부 중이다.
“한 뼘의 땅을, 한 시간도 놀리지 않는 농신(농사의 신)이 계시는데 그분을 본받으려고요.”
그는 농신을 뵐 때마다 경외감을 느낀다. 농신도 그에게 소소한 노하우까지 전수했다.
“두더지 특성이며 덫 놓는 위치까지 자세히 알려주셨죠. 농신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두더지 걱정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그는 독서로 하루를 연다. 부부가 함께 나가는 독서모임을 대비해서다. 일주일에 한 권을 읽어야 하는데 따로 시간을 내서 읽는게 아니라 눈을 뜨자마자 한 시간 반 정도 독서를 하고 다른 일을 시작한다. 도시에서의 생활이 연장되고 있는 셈이다.
“도시 생활이 긴장의 연속이었다면, 농촌은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삶이지요.

“6차 산업을 준비 중입니다.”

▲딸기 가공 체험장

▲딸기 체험

“기자재는 매년 오르지만 판매가는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1차 농업의 전망이 어둡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6차 산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생산, 가공, 판매, 교육, 견학, 체험까지 포괄하는 게 6차 산업이지요.”
바쁜 농가에서는 조막손이라도 도움이 된다. 농경사회에서 자식을 많이 낳은 것도 일손 때문이다. 아무리 기계의 비중이 커졌다고 해도 일손이 많을수록 좋다. 아내가 밥만 챙겨줘도 부럽다고 하는 농부도 있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매우 적극적이다. 많은 분이 부러운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 아내가 그의 미래를 보조하려고 발품을 판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관련 교육에 빠지지 않는다. 독서 모임에 빠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견학 오신 분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 중이다. 당분간은 딸기에 국한될 것이다. 하지만 딸기에 대해 자신이 생기면 다른 작목을 재배하여 다양한 작목을 체험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귀농인 김용학 연락처 : 010-3608-0150) / 특별기고=강성오 농업전문기자

강성오 농업전문기자  webmaster@d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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