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죽녹원을 간다.
새삼스럽게 대나무를 보러 가는건 아니고
익숙함이라는 단어 앞에 잊고 살았던
그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어서 간다.

작년 봄에 올라왔던
죽순은 어느새
여느 대나무들 사이에서
늘상 있었던 대나무인양
태연하게 서 있고

나 또한, 죽녹원이
그 옛날부터 쭉
이곳에 있었던양
자랑스러워하며
외지인들에게 소개한다.

봄을 재촉하며 내리는
비를 맞으며, 생각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죽순은 올라올테고
죽녹원은 또 멋짐을 뽐내며
2018년을 보내겠지.

그러다 갑자기
내 뿌듯함은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누군가의 혜안이,
누군가의 정성이
우리의 자랑이 됐고
우리의 상징이 됐다.
늘 있었던 것같은 익숙함은
누군가의 노력과 손길이
제시해줬던 결과였구나...

여태 당연해 보인 이곳이
오늘따라
고마움과 존경으로 가득차며,
참으로 특별하게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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