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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담양천년 기획특집(담양담양사람들) / 귀농으로 새희망을 일구다(19)

삼인산 표고버섯   정 한 승

“쇄골 골절로 힘든 일이 두려웠습니다.”

작명가는 이름을 짓는데 많은 것을 참고한다. 본인은 물론 부모 사주도 참고하고, 항렬, 음운, 수리까지 참고 대상이다. 지명 역시 참고할 게 많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형상이 아닐까 싶다. 삼인산은 사람인 자 세 개가 겹친 것처럼 보여 삼인산이라고 이름 지었다. 사람, 사람, 사람. 세 사람을 염두에 두니 음미할 것이 많다. 이성계가 등극하려고 삼인산에서 제를 올리고, 기도를 드렸다는 설화가 있으니 명산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겠다. 그런 삼인산 자락에 자리 잡고 표고버섯을 재배한 귀농인이 있다. 조한승. 그가 생산한 상품을 ‘삼인산 표고버섯’이라 지었다.

베이비부머의 마지막 기수인 그는 목포의 철물 회사에 근무하며 납품과 조달을 담당했다. 호남지방을 순회하며 철물점에 물건을 공급하는 것도 해야 할 일 중 하나였다. 일 때문에 하루에 수백 킬로미터를 운전하며 돌아다녔다. 평일에는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주말은 축구하며 보내곤 했다. 한 주라도 나가지 않으면 일주일이 뻐근할 정도로 축구에 젖어 있었다. 일과 축구에 미쳐 살아가던 그가 귀농을 결심한 건 부상 때문이다.

“축구하다 쇄골이 부러졌어요. 더 이상 심한 일을 하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힘든 일이 두려웠습니다. 철물이 무겁잖습니까? 그래서 다른 일을 찾았습니다.”

그가 허공에 뜬 공을 헤딩하려고 점프했다가 상대측 수비와 부딪쳤다. 낙하하며 기절했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 검사해보니 쇄골이 다섯 조각으로 부러져 있었다.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고 삼 개월 간 입원했다. 입원하며 현재 일에 대한 고민을 수도 없이 했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이가 있으니 머지않아 퇴직할 텐데, 퇴직 후 놀고먹을 수 없으니 마땅한 일을 찾을 필요도 있었다. 나이 먹어서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땅을 밟고 일하는 것이었다.

그의 고민을 축구동호회 후배가 듣고 제안했다. 후배는 담양 금성면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었다. 하우스 8동 규모였다. 가끔 가보기도 했다.
“표고버섯을 한번 해보시는 게 어때요?”
“표고버섯?”
“표고는 일자무식인데?”
“제가 모두 전수해드릴께요.”
그는 후배 제안에 따랐다.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후배 농장으로 들어갔다. 일손을 거들고 기술을 배우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직서를 작성하는데 엄청난 두려움이 밀려왔다. 화순이 본적이긴 하지만 광주에서 나고 자랐으니 광주 토박이고, 농사가 두려웠다. 하지만 백팔십도 달라질 환경이 두려웠다. 지금까지의 삶과 정반대되는 삶을 살아가려는데 어찌 두려움이 없겠는가.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속이 새까매졌는지 모른다. 그런데다 가족들이 반대했다. 농촌에서 도시로 가는 것도 아니고, 도시에서 농촌으로 간다니 아내가 머리띠만 두르지 않았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어렵게, 정말 어렵게 설득하여 사직서를 제출했다.

퇴사 후 후배 농장에서 1년을 지냈다. 그 1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버섯에 대한 노하우를 배운 것도 그렇고, 농사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되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농사를 짓는 게 잘하는 짓인지 수시로 회의감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사라진 것이었다. 버섯의 부가가치도 높아 보였다. 도전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배지 때문에 마음고생 좀 했습니다.”

삼인산 자락에 땅을 임대하여 하우스를 지었다. 세 동을 지었는데, 1억이 넘게 들었다. 그리고 귀농창업자금 일억을 대출받아 배지를 구입해 본격적인 버섯 재배에 들어갔다. 버섯은 주로 참나무 원목과 톱밥배지로 재배하는데 그가 시작할 무렵에는 톱밥배지가 붐을 이루고 있었다. 톱밥배지는 초기 투지비가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확량은 많다. 그도 톱밥배지를 위한 시설을 갖추다 보니 원목 시설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

과학의 발전은 농업 기술에도 영향을 끼친다. 예전에는 원목에 천공하여 종균을 배양했다. 종균을 발아시키려고 원목을 뒤집곤 했는데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다. 하지만 톱밥배지 농법이 개발되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줄었다. 재배 공정도 축소되었다. 톱밥배지에 종균을 접종하여 출하하기 때문에, 접종 과정이 사라진 것이다. 종균이 접종된 톱밥배지는 국산과 중국산이 국내에 주로 쓰인다.

“중국산 배지를 썼는데, 한 동의 절반이 발아되지 않았습니다. 판매처에 항의했죠. 그랬더니 자기네는 정상적인 배지였다고 합디다.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있거나, 관리를 잘못해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우기는 겁니다. 운송 과정이 문제면 전체가 발아 되지 않을 것이고, 관리가 문제라면 같은 동에서 절반이 아니라 한 동 전체가 발아되지 않는 게 상식적이지 않냐고 했는데 자기들은 아무 하자가 없다는 겁니다. 환장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배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어떻게 증명하겠습니까? 그 뒤로 중국산은 아예 안 씁니다. 그래도 국산은 배지에 문제가 있으면 인정하고, 다음 작기에 대물로 보상이 되거든요.”

▲상품 출하되는 '삼인산 표고버섯'의 자태
▲무농약인증 '삼인산 표고버섯'

 

표고버섯은 발아가 중요하다. 발아시키려면 충격이 필요하다. 원목에다 접종하면 망치로 타격을 가하기도 한다. 톱밥배지의 종균 또한 충격이 필요한데 망치로 타격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쓴다. 자주 환기시켜 온도 변화를 주고, 물을 뿌리거나 배지가 바스러지지 않게 약하게 타격을 가하기도 한다. 중국산 배지의 이상으로 발아가 되지 않자 그는 얼마나 많은 충격요법을 사용했는지 모른다. 몸 고생보다, 마음고생이 컸다.

그의 또 다른 마음고생은 환경 차이에서 발생했다. 후배 농장과 그의 농장은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의 차이는 많다. 그의 농장은 평지에 있는데, 후배 농장은 기슭에 있다. 그의 농장 앞에 저수지가 있는데, 후배 농장 인근에는 저수지가 없다. 일조량도 다르고, 기온 차이도 난다. 환경이 많이 다르다는 말이다. 후배 농장에서 배운 기술이 100% 적용되지 않았다. 그만의 농장 특성과 재배법을 찾아야 했다. 그는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현장에 맞는 방법을 찾아갔다. 초기에는 그런 특성을 찾느라 상당한 시일이 흘렀다. 투자는 투자대로 했지, 배웠던 것과 차이가 나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컸는지 모른다.

“약용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제가 자랄 때는 표고가 굉장히 귀했습니다. 재배하는 농가도 드물었으니 얼마나 귀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음식으로 먹기보다는 약으로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햇볕에 말린 버섯을 약으로 이용하는 것을 보았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우리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대부분 그랬을 겁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식자재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데 아직도 약재로 인식하신 분들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젊은 주부보다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많습니다. 저 역시도 마트에 가면 선뜻 손이 잘 안 가는 편이었으니 나이 드신 분들은 오죽하겠습니까?”

표고버섯을 약재로 썼을 정도로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많다. 감기, 중풍, 암, 혈압에도 좋고 간이나 골다공증에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쫄깃한 식감은 고기를 씹는 듯해 사찰이나 채식주의자에게 고기 대신 쓰이기도 한다. 햇볕에 말려 비타민D를 생성하게 하여 차로 우려내면 치아나 뼈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표고버섯은 웰빙식품이자 약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약용으로 인식한 분이 있다는 것이다. 웰빙식품으로 인식한 주부가 많으면 소비도 증가할 텐데 말이다.

“아쉬운 점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현재 중국산 종균이 국내에 널리 분포되었습니다. 산림조합에서 종균을 보급하지만 중국산을 쓰는 농가가 아직도 많습니다. 때문에 원산지 표시가 강화되었지요. 올해부터는 국내 생산품이라 해도 인증품의 표시 사항에 자세히 표기하게 법으로 정했습니다. 괄호 안에 접종배양의 원산지 국가를 표기해야 합니다. 법 때문에 중국산을 사용한 농가는 접종배양 중국이라고 표기하는데 공판장의 도매인은 물론 소비자들도 종균의 인식에 대한 변화가 아직은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산을 쓰던 국내산을 쓰던 가격 차이가 없습니다. 종균은 중국산과 국산의 가격 차이가 심한데도 말입니다.”

“버섯은 나의 분신.”

▲표고버섯 재배사

표고버섯의 적정 온도는 15에서 25℃다. 추위에 강해 -30℃에도 거뜬히 살아남는다. 그런데 30℃가 넘어가면 고온장애가 생긴다. 온도가 올라가면 쉽게 죽지 않아도 종균의 면역력이 약해져 잡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재배하기 어렵다. 봄에도 삼십 도가 넘어간 날이 간간이 있는데, 그런 날은 비상이나 마찬가지다. 온도를 낮추려고 수막을 틀고, 환풍기를 틀고, 측창을 열고 여러 가지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내부 온도가 이미 올라버리면 상당한 피해를 입는다.

“버섯은 나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분신의 사전적 의미가 갈라져 나온 또 다른 몸이잖습니까? 흔히 자식을 일컫기도 하는데, 자식을 키우며 얼마나 공을 들입니까? 저도 버섯에 들인 공이 어마어마합니다. 마치 갓난아이 다루듯 하고 있으니 분신과도 같은 버섯입니다. 그런 분신한테 농약을 쓸 수 없잖아요? 그래서 무농약농법으로 재배하고 인증도 받았습니다.”

그가 목포에서 근무했을 때는 애들과 보낸 시간이 늘 부족했다. 그런데 귀농하고 보니 애들과 보낸 시간이 많아졌다. 일손이 많이 필요할 때면 대학생인 두 자녀가 틈틈이 일손을 거든다. 일하며 나눈 대화로 그동안 몰랐던 자식들의 고민을 알고, 친구 관계며, 이성교제, 목표나, 지향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내가 자식들에게 이렇게 무관심했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버섯은 깨달음의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버섯은 환기가 중요하다. 버섯에서 탄산가스가 배출되는데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기형 버섯이 나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습도를 맞추기 위해서도 환기가 중요하다. 습도가 높으면 ‘물버섯’이 나온다. 그는 농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온도 습도를 파악하고 환기를 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 돌보듯 버섯을 보살핀다.

그가 보살펴야 하는 것은 버섯만이 아니다. 베이비부머가 흔히 그렇듯 그 역시도, 자식은 물론 부모도 보살펴야 한다. 부모님을 보살피는 일은 표 나지도 않는다. 집안 청소를 수시로 해도 표가 잘 나지 않거나, 농장을 청결하게 하려고 수시로 청소해도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듯, 부모를 돌보는 일도 표가 나지 않는다. 아버지께서 작고하셔서 어머니뿐인데 정정하게 혼자 살고 계신다. 지금은 용돈으로 족하지만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른다. 아직 학생인 자녀들을 돌보는 일도 만만치 않다. 현재에 만족할 수 없는 처지다.

만족은 도태나 마찬가지다. 직장생활도 그렇지만 관심 갖고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하지 않은, 노력하지 농부는 거의 없으니 농부에게 노력이란 단어를 곧이곧대로 적용하기가 애매하다. 그가 말하는 노력은 그런 부지런을 떠는 노력이 아니다.

“작법이 눈에 띄게 변하더라고요. 그런 작법을 따라가지 못하면 금방 도태될 것 같습니다. 도태되지 않게 노력해야지요.”

그는 삼인산으로 시선을 던진다. 참을 인 자가 세 개 모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사람 인 자가 세 개 모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람 사는 세상이니, 사람이 모여야, 사람 살맛이 나지 않을까. 농장이 바쁠 때면 그의 가족이 모두 모이니 세상 살맛이 난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삼인산이 빙그레 웃으며 그를 내려다본다.
(귀농인 정한승 연락처 : 010-3627-6132)/특별기고=강성오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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