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방선거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완승을 했다. 이것은 사전에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싸우려는 의지가 강해야 한다. 그런데 여당에 대항해서 싸워야 할 야당들은 이번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미리 판단하고 꼬리를 내려버렸다. 승자 여당이나 유권자들도 이번 선거는 문대통령의 지지율을 볼 때 판세는 이미 여당의 승리로 점치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여당이 강세인 지역에서는 아예 야당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전라도에서는 특정인의 얼굴이나 여당 간판을 내 걸면 무조건 이긴다는 공식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전략은 공약으로 승부를 걸기 보다는 여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안 될 경우에는 여당 지도자들과의 인연이나 여당의 핵심 멤버임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었다.

여당의 공천은 당선이기에 예비후보들은 자신이 여당의 핵심멤버이고 특정 지도자의 복심임을 홍보하는데 주력하였다. 홍보물의 색깔은 여당의 색과 일치시키고 사진 한 장을 내걸어도 이런 특성을 살리는데 신경을 썼다.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였거나 공천과 무관하게 완주할 생각인 후보는 애초부터 무소속으로 출마하였지만 이런 선거 전략에서 벗어 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당선자들은 이런 선거 논리에 동의할 수 없고 나름 최선의 공약을 지역 주민에게 설득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 공약을 받아들인 주민들의 찬성투표를 받아 당선되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물론 그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손자병법의 先勝而求戰(선승이구전) 즉 이겨놓고 싸우는 것은 결과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하지만 싸움 자체는 훨씬 부담이 적다.

이런 정치적 특성을 가진 지역에 살면서 조심해야 할 것은 여당의 정책에 반하는 논리를 주장하거나 여당을 이끌어 온 리더의 치적에 대해 비평(批評)을 하는 것이다. 언론에 이런 논조의 글을 쓴다는 것 자체도 지역정서와 반하는 것이어서 매우 조심스럽다.

역사는 헤겔의 변증법(辨證法) 논리처럼 정(正)과 이에 대한 반(反)의 논리가 서로 논쟁하며 보다 나은 합(合)의 논리를 만들어 내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건전한 비평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성숙한 정치의 모습이고 국민들도 이를 지지해주어야 한다. 바림직한 정치사회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여당에 건전한 야당이 축을 이루고 논쟁을 통해서 최선을 만들어 내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임에도 전라도에서는 비평을 해야 할 정당이 들어 갈 틈이 없다.

지방자치 단체장과 이를 견제해야 할 의회가 동색이니 단체장은 지역을 이끌어 가는데 유리하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성향을 바꾼다는 것과 공천권을 가진 자에게 충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

호남인의 마음을 잡는 것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중앙정치인들은 호남을 정치의 중심지라고 치켜세우고 우리는 이순신 장군의 若無湖南 是無國家(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어록을 들면서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다. 그러나 이런 지역 정서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오래 지속되어서는 국가나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지역에서도 건전한 반대의 목소리도 낼 수 있고 또 경청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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