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6. 23일 김종필 전 총리가 92년의 삶을 마치고 영면하였다. 사람의 生老病死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대로 그는 生老病을 다 거치고 이제는 死만 남았다는 것을 예측했는지 자신의 墓碑銘을 3년 전부터 준비해놓았다고 한다.

「思無邪」를 人生의 道理로 삼고 한평생 어기지 않았으며 「無恒産而無恒心」을 治國의 根本으로 삼아 國利民福과 國泰民安을 具現하기 위하여 獻身盡力 하였거늘 晩年에 이르러 「年九十而知 八十九非」라고 嘆하며 數多한 물음에는 「笑而不答」하던 者- 內助의 德을 베풀어준 永世伴侶와 함께 이곳에 누웠노라

위의 묘비명은 개인으로서 한 평생 지켜야 할 처세의 기준과 정치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해야 할 목표를 보여주고, 마지막 내조해준 부인에게 감사하는 순서로 적었다. 이에 대하여 어떤 이는 먼저 간 아내에 대한 애틋한 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생각을 바르게 하여 평생 邪惡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思無邪에 의미를 두고 본다.
또 다른 이들은 JP라는 이니셜을 가지고 국가 경제성장에 진력해 온 열정과 한국 정치에서 榮辱의 역사를 함께한 「無恒産而無恒心」에 중점을 둔다.

무항산이무항심(無恒産而無恒心)은 춘추전국시대 지금의 산둥성에 있는 제(濟)나라 선왕(宣王)이 정치에 대하여 묻자 맹자가 이에 답변하는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도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뜻있는 선비만이 가능한 일이다. 일반 백성들은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 바른 마음이 없는 백성들은 유혹에 빠져 방탕하고 편파적이고 사악하고 허황된 사치에 빠지고 어찌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정치를 해놓고 백성들이 죄를 지었다고 법으로 그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곧 백성을 그물 쳐놓고 잡는 것과 같다(無恒産而有恒心者 唯士爲能 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 苟無恒心 放僻邪侈 無不爲已 及陷於罪然後 從而刑之 是罔民也)』어진 임금이라면 자신의 백성을 그물질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性善說의 유학자 맹자의 정치사상은 백성들을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게 해주는 것이 임금의 첫째 도리라고 본다. 

속담에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안다”는 말이 있다. 有恒産이면 有恒心 먹고 살만해야 도덕도 양심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흘 굶어서 도둑 안 되는 놈 없다'는 말도 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우면 여기저기서 나라 돈을 제 돈처럼 써대면서 떼먹고 어려운 백성들의 등 처먹는 관료들의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고 그 속에서도 살아보겠다고 뇌물주고 아부하는 백성들이 늘어나게 된다. 권력과 재산을 가진 특권층 사람들은 그런 백성들을 더욱 옥죄는 법을 만들어 규제하는 것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해방이 되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피폐해진 나라를 복구하고 가난한 국민들을 잘 살게 해 주어야 할 정치인들은 좌우로 나뉘어 정치 싸움에 빠져있고 관료들은 부정과 부패로 얼룩지고 깡패들까지 백성들을 괴롭히는 나라를 바라 본 혈기 있는 젊은 JP의 눈에는 평생 이 폐단을 혁파하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思無邪」, 「無恒産而無恒心」은 지금 정치인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요즘 JP는 적폐청산의 이니셜이라고도 한다. 이제 JP는 죽어서도 또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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