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언제 내렸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소나기 한번 내리지 않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눈에 보이는 것은 모조리 잡아먹을 기세로 뜨겁게 달구어 놓았다. 너무 뜨거워 낮에는 일을 하기가 두렵고 밤에는 편한 잠을 잘 수가 없다. 축 처져버린 농작물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 폭염은 날이 갈수록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우리나라 45개 공식 기상 관측 지점에서 최고 기록은 1942년 8월 대구에서 기록한 40℃도였다. 그런데 지난 주 홍천이 41℃도로 이 기록을 깼고 서울도 1907년 기상관측 이후 111년 만에 가장 높은 39.6℃도를 기록했다. 지금 한반도가 온대기후 지역인지 적도에 속한 열대기후 지역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뜨겁다.

들녘에 나가 일을 하다보면 아침 9시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뜨거움을 느끼고 오후 5시까지는 일터에 나오기가 힘들 정도이니 인부 구하기도 어렵다. 아스팔트 도로위로 신기루 현상이 나타나는데, 건축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공장 근로자들은 그야말로 50도를 넘어 70도까지 오른 최악의 노동현장에서 힘들게 일을 하고 있다.

뜨거우면 당도가 올라가는 여름과일들은 솥에 넣고 찐 것처럼 물러지고 쭈그러들어 상품성을 잃었고 쌀값에 이어 과일 채소 값이 오르고 있다. 오르는 온도와 함께 세금이 오르고, 임금이 오르고, 기름 값이 오르고, 가정용 누진제 전기요금은 폭탄처럼 오르고, 지금 오르지 않는 것이 없다. 힘들게 꾸려 나가는 도시의 점포들도 무더위에 휴가철과 겹쳐 장사가 더욱 안 된다고 한다.

폭염은 이상한 기록도 세우고 있다. 병아리가 자연 부화되고, 석탄 야적장에서는 저절로 불이 붙었고, 축사에서는 사료가 발화되어 화재를 일으키기도 했다.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전국에서 온열(溫熱)환자가 3,000명을 넘어섰고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40명에 육박한다. 폭염에는 작업이나 야외활동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럴 때 가장 곤욕스러운 것은 기상청이다. 꼭 자신들이 잘못해서 비가 안 오는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고 한다. 지금 한반도는 티베트 고기압에다가 북태평양 고기압이 겹치고 쌓이고 누적되고 있고, 태백산맥을 넘은 공기가 푄(fohn) 현상으로 뜨거운 공기를 더 불어 넣고 있어 날이 갈수록 폭염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국제관계 속에서 안보와 경제의 문제가 나라를 힘들게 하고 있는데 이 기록적인 폭염은 국민들 일상 삶까지 힘들게 하고 있다.

조선시대 왕들은 가뭄에 흉년이 들고 재난이 닥치면 자신이 부덕하고 정치를 잘못해서 하늘을 노엽게 한 결과로 받아 들였다. 그래서 스스로 몸을 정결케 하고 식음을 전폐하고 근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우제를 드리고 온 나라에 금주령을 내리고, 죄수들을 풀어주어 하늘의 노여움을 달랬다. 관료들도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관(冠)을 벗어 자세를 낮추고 백성들과 마음을 같이 했다.

옛날에 이 정도 가뭄이면 묘(墓)자리 때문이라고 최근에 매장한 묘 하나정도는 파헤쳐 졌을 것이다. 그래도 그 당시 도시에서는 시골에 양수기 보내기 운동을 하고 농촌사람들은 울력을 해서 물길을 찾았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이라 한 톨의  쌀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온 나라가 한해(旱害) 극복에 총력을 기울였다. 아무리 무더위가 계속 된들 예전처럼 전 국민들이 한 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하면 하늘도 감동하여 비를 내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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