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면서 어려운 고비가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한번 했던 거짓말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다. 무심코 또는 농담 삼아서, 그리고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얼떨결에 둘러 대었던 거짓말을 자꾸 의심스럽다면서 묻고 추궁하고 진짜냐고 되물을 때 솔직히 죄송하지만 거짓말이었다고 양심고백을 하기가 왜 그렇게 어렵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는지 지금 돌아보면 후회가 된다.

그 옛날 초등학교 다닐 때 들은 동화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있었다. 다 아는 얘기지만, 나무꾼이 나무를 하다가 쫓기는 사슴을 구해주기 위해 사냥꾼에게 거짓말을 해서 사슴을 살려주었고, 사슴은 이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선녀를 나무꾼의 아내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어 이런저런 일들이 많지만 결국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동화는 어린애들에게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하늘에서 그만한 보상이 따르니 착한일 하면서 세상을 살라는 교훈을 준다. 염려되는 부분은 나무꾼은 착한 사람이고 사슴은 선의 상징이며 사냥꾼은 이 선을 깨트리는 악의 존재로, 선녀는 아름답고 아내로서 최상의 조건을 갖춘 여자라는 고착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은 이 동화를 두고 순수한 의미 그 자체를 넘어 동화 스토리의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 비약을 한다. 나무꾼은 하찮은 사슴 한 마리 살리기 위해 사람들끼리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을 했고, 그리고 여자의 목욕 장면을 훔쳐본 성폭력범죄인이고, 날개옷을 훔친 절도범에 여성을 납치 강제 결혼까지 한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그런 사람을 하느님은 자비를 베풀어 선한 사람도 가기 어려운 천당에까지 올라오게 해서 다시 살도록 배려한 것은 불평등하다고 까지 발전한다.

과거에는 이렇게까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편적으로 사람을 착하게 보았고 신은 권선징악의 상징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이 그렇게 비판적 시각을 갖게 했는지 모르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자꾸 비약을 하고 스토리를 원작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 버린다.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사냥꾼도 그렇게 호락호락 순진하게 나무꾼의 얘기에 넘어가지 않는다. 눈빛만 봐도 거짓말인지 알아채고 확실하냐고 다그치고 양심에 찔린 사냥꾼은 진실과 거짓 앞에 망설이게 된다. 이때가 중요한 스토리 분기점이다. 한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다음에 하는 말은 앞의 거짓말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결국 스스로 말의 논리가 엉망이 되어 더욱 신뢰에 먹칠을 하고 가장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아마도 세상 좀 살았다는 사람은 이런 경험 정도는 몇 차례 겪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이 그렇듯 요즘 무슨 일이 터지면 사법부에 진실과 정의를 가려달라는 고소고발이 넘친다고 한다. 언론은 매일 그 사건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얘기를 전달하고 나름의 판단 예측을 보태느라 정신이 없다. 이때 언론이 한쪽편의 얘기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한쪽의 얘기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게 되면 구경꾼인 국민들은 듣도 보도 못한 사건에 괜히 뇌화부동해서 돌팔매질을 한다. 요즘 양심적이고 정의로워야 할 높으신 분들이 진실 싸움에 휘말리고 있다. 한번 털어버리면 편한 것을 왜들 그렇게 싸우고 있는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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