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수(조선이공대 교수)

여러분은 주변에서 모르는 사람이 나를 부를 때 뭐라고 부르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까. 관공서에 가면 아버님 또는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사장님이라고 하고, 젊은 사람들은 아저씨, 한 동네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냥 아제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나이 들어 보이면 아저씨, 늙으면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무방했는데 요즘은 상대방 기분을 맞추려고 하는지 다양한 호칭을 만들어 내고 부르는 것 같다.

어떤 교육감은 학교 내의 모든 사람들은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며 이름 뒤에 님을 붙이거나 그냥 쌤으로 부르라고 했다. 학교 청소부도 쌤 경비원도 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도 선생님도 모두를 님이나 쌤으로 부르라는 것이다. 왜 학교에서 선생님을 다른 직종과 차별하여 왔을까. 그것은 오래 전부터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이며 그분의 일거수일투족과 말씀 한마디를 새겨듣고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스승이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 스승의 자리도 인권평등 앞에서는 자리 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

아직 나이에 비해 팔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손자 또래의 어린애들이 할아버지로 부르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사장도 아닌 내가 사장님 소리 듣는 것도 이상하고 공무원이 부르는 어르신이라는 호칭에는 내가 어르신으로 대접 받을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어르신은 나이가 많은 사람을 높여서 부르는 호칭에 불과하지만 이면에는 인생 연륜을 살면서 원만한 사람으로 성숙된 삶을 살았다는 존경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65세가 되면 법으로는 노인이지만 늙은 사람들이라는 그 노인 속에서 존경받는 어르신이라는 존재로 빠져 나올 자격이 있냐는 나만의 자아성찰이다.

어떤 사람은 노인과 어르신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노인은 몸과 마음이 세월가면 자연히 늙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자신을 가꾸고 젊어지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자기 생각과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상대에게 이해와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노인은 상대를 자기 기준에 맞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좋은 덕담을 해 주고, 긍정적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다. 노인은 상대에게 간섭하고 잘난 체하며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스스로를 절제할 줄 알고 알아도 모른 체 겸손하며 느긋하게 생활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대가 없이 받기만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상대에게 베풀어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고독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주변에 좋은 친구를 두고 활발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노인은 이제 배울 것이 없어 자기가 최고인 양 생각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그 대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늙어서도 사랑의 시를 썼던 독일의 시인 괴테는 노인은 건강, 돈, 일, 친구, 꿈을 잃은 게으른 자의 이름이고 어르신은 부지런한 자의 애칭이라고 했다. 65세가 되면 노인복지법에 따라 국가에서 살만한 수준으로 혜택을 부여한다. 게으른 노인이 아닌 부지런한 어르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일하는 노인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학교나 사회는 어르신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행동하도록 국가차원의 노인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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