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자연이라는 과목과 생물이라는 과목을 배울 때 곤충 때문에 ‘파브르 곤충기’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다. 발명가 에디슨이 계란을 삶는다고 시계를 집어넣는 것처럼 뭔가 깊이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이나 관찰하는 사람들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 파브르도 그랬다. 곤충을 탐구 할 때 파브르는 특유의 검정색 모자에 소박한 옷차림으로 종종 길가에 엎드려 곤충을 관찰하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광인 취급을 받았다.

파브르가 관찰한 어떤 벌레 중에 이런 곤충이 있다. 화분의 가장자리를 따라 원을 그리며 늘어선 벌레들이 앞의 벌레들이 돌기 시작하자 다른 벌레들도 앞에 있는 벌레들을 따라 돌았다. 처음에는 리더가 무리를 이끌고 가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앞의 벌레를 따르는 것이 아니고 무리 마지막 벌레의 꽁무니만 따라가는 것이었다. 그냥 앞에서 가니까 간 것이다. 돌고 있는  화분 중간에 벌레들이 좋아하는 먹이인 소나무 잎을 갖다 놓아도 벌레들은 늘 하던 대로 꽁무니만 따라갔다. 무엇이 소중하고 왜 돌아야 하는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주일간을 돌다가 결국 모두 굶주림과 탈진으로 죽었다. 조금만 눈을 옆으로 돌리면 풍성한 식량이 있는데도 이 벌레는 맹목적으로 앞에 가는 동료만 따라가다 죽은 것이다.

어떤 벌은 독침으로 애벌레를 마취시켜 끌고 가 새끼들에게 먹이로 주는데 한번은 메뚜기를 마취시켜 더듬이를 물고 끌고 가려하자 그 더듬이를 잘라보았다. 그러자 남은 더듬이를 잡고 끌고 가려하자 이번에는 남은 그 더듬이마저 잘라 보았더니 바로 옆의 여섯 개나 되는 메뚜기 다리를 잡고 끌고 가면 될 것을 그냥 포기해 버렸다. 그거 아니라도 먹을 것이 많다는 것인지 더 이상 귀찮은 짓을 하기 싫다는 것인지 하여튼 바로 옆에 끌고 가기 좋은 똑 같은 다리가 여섯 개나 있는데도 조금도 미련 없이 포기해 버린 것이다.

이 어리석은 벌레들의 모습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남들이 하는 얘기에 솔깃하고 방송에서 하는 뉴스에서 그렇다하니 앞뒤 따지지도 않고 남 욕하는데 열을 올린다. 한정된 국가예산을 잘 쓰자며 만든 예비타당성 검토를 만들었는데 나라 돈이 축나든 말든 위에서 시키니까 한다는 식으로 공무원들은 예산을 집행하려고 한다. 경제정책 실패로 망한 베네수엘라를 보면서도 그 나라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가장 폐쇄되고 인권이 없는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만 민족과 통일이라는 명분을 들어 그 실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조금만 옆을 보면 살기 힘들어 탈북하는 주민들이 보이는데도 애써 그들을 쳐다보려하지 않는다. 그저 그게 좋다고 하니 독재자도 최고의 품위를 가진 국가 지도자로 인식해 버린다.

그렇게 살아오다보니 이제는 타성에 젖어 법이 있어도 윗사람 눈치부터 살피고 잘못된 것임을 알아도 앞에서 가니 그냥 따라간다. 그래서 흔히 하는 욕에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소신도 없이 남의 말에 현혹되고 이끌려 가는 삶을 살지 말자. 결국 그러다가 위의 벌레처럼 왜 죽어가는 지도 모르고 제 잘못에 자기가 걸려 지쳐 죽어가는 속절없는 무리가 될 수 있다. 항상 자신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고 어디로 가고 왜 가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인지 잠시 옆을 쳐다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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