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이더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시인 이채가 2008년 발표한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라는 시다.
갑자기 이 시(詩)가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본다. 요즘 뉴스를 들어보나 오가는 얘기를 들어보면 세상이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미세먼지는 이제는 단골 메뉴가 되어버릴 정도로 하늘에는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 없다. 공공요금은 꿈틀거리고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사람, 취직이 안 되고 결혼할 생각도 안 하는 자식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 물가는 올라도 농산품의 가격은 신통치 않다. 과잉생산이라고 하지만 햇볕에 그을리고 진흙탕에서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하는 농부들에게는 별로 아름답지 못한 삶이다.

그동안 무슨 잘못이 그리 많이 쌓였는지 뉴스는 고소와 고발 소식이 넘쳐나고 심지어 죄를 다스리고 물어야 할 경찰도 죄를 짓고 검찰도 법원도 내부가 시끄럽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고 소문을 잘못 전하다가는 허위사실 유포로 법정에 서야할지 모른다.
죄를 처벌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비슷한 사건을 두고 세상이 바라보는 눈이 다르고 벌이 다르다면 억울한 마음이 생겨 세상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무차별적인 미움으로 가득 찬 세상이 되어 가는 것이다.
판결을 내린 판사는 같은데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에 대해서는 최고의 명 판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다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에 대해서는 탄핵까지 언급하며 비판한다. 결국 그 판사는 자리를 떠나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런 처지의 경우가 많다. 자기만의 생각을 떠나 처지를 바꾸어 상대의 위치에서 생각해 보는 맹자의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생각하면 일이 훨씬 손쉽게 풀리고 대화가 가능한 것이 즐비한데도 오늘도 서로가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내 마음은 아름답고 내 생각은 옳지만 너는 불순하고 틀렸다는 아집과 이번에 너도 한번 당해 보라는 보복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전직 두 대통령을 사면할 때 여러 단체와 사람들이 극렬하게 반대를 하였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하면서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고 한다. '여러분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내가 어떤 고초를 그들로부터 당했습니까. 용서가 더 중요합니다. 죄를 미워하지,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됩니다'라고. 그렇다 내 마음이 아름다우면 세상도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이채의 시(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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