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과의 과거시험에는 사서오경을 중심으로 내용을 달달 외우고 해석해야 하는 구술시험과 몇 구절을 뽑아 그 의미를 논술하는 시험이 있었다. 관료가 되려면 말 그대로 사서삼경을 달달 외우고 그 뜻까지 다 해석할 수 있어야 했다. 여기서 사서는 유교의 네 가지 기본 경전인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을 말한다.

예전에 서당을 다닌 사람들은 논어 맹자 정도는 읽고 해석할 수 있었다. 지금도 연로하신 어르신들 중에는 세상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주저하지 않고 논어 맹자의 글귀를 읊으며 한 말씀 하실 정도로 사서에 해박하신 분들이 계신다.

맹자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에게 가르침을 받았기에 공자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그는 주로 왕이나 힘깨나 쓰는 권력자들과 어울렸다고 한다. 그래서 맹자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착하다는 성선설에 바탕을 두고 왕도정치를 주장했다.

요즘 세대는 맹자를 거의 읽지 않기 때문에 맹자보다는 그를 키운 어머니의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와 단기지교(斷機之敎)를 더 잘 알고 있다고 본다. 맹모삼천지교는 아들교육에 나쁜 영향을 주는 환경을 피하여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것이고 단기지교는 아들이 공부를 게을리 하자 어머니는 칼을 들고 길쌈하던 것을 끊으면서 지금까지 수고가 허사되지 않도록 하라는 가르침을 주었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가끔 제자들에게 맹자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맹모삼천지교에 대해서 몇 마디 추가해서 그 의미를 더해주곤 한다. 맹자의 어머니는 과연 나쁜 교육환경을 피해 이사를 했었던 것일까. 적어도 맹자의 어머니는 매우 현명한 교육 방법을 가지신 분이 더 깊은 뜻이 있지 않았을까. 이런 의미로 재 해석해보면 어떨까. 공동묘지가 있는 곳에서는 인생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성찰하게 하고 시장에서는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이해시킨 다음 비로소 학문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정립하도록 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거짓말이었다 하더라도 아들에게 말한 사소한 약속을 꼭 지켰던 어머니라면 그런 깊은 뜻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교육의 결과로 맹자는 왕과 정치인들과 어울리며 어떻게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조언을 많이 하였다. 너무나 바른 소리를 서슴지 않아 왕들은 맹자를 미워하기도 하였다.
이런 일화가 있다. 맹자가 왕에게 감옥의 질서를 담당하는 관료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왕은 당장 파면시키겠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나라 전체가 기강이 문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왕은 즉답을 피해버렸다고 한다. 이처럼 맹자는 왕도정치에서 군주가 자기 임무를 소홀히 하여 백성들이 불평을 한다면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하였다. 심지어 자리를 지키려고 독재를 하거나 백성을 억압하면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여 왕들로부터 기피인물이 되고 죽어서도 핍박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청문회를 할 때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마다 왜 이리 흠집이 많은지 모르겠다. 맹자는 위아래가 자기의 이익을 우선으로 챙기거나 자기에게 이익이 되니까 일을 한다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였다. 복잡한 세상,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백성들을 위해 바른 정치를 하겠다면 사서삼경과 같은 고전을 읽어 보고 그 속에서 깨우침을 얻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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