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강원도에서 국가 재난에 해당하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불탔고 어떤 마을은 동네 전체가 소실되고 아까운 재산들이 불타고 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초대형 산불이었다.

이틀이 넘게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진 산불에 대해 피해 마을 주민은 625때 전투폭격을 받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밤중에 마을 방송에서 이유 불문하고 빨리 동네를 떠나라고 해서 가축도 내버려둔 채 몸만 빠져 나왔다고 한다.

너무 큰 산불이라 발화 원인과 이렇게 대형으로 번진 이유에 대해 다양한 말들이 나왔다. 지형적으로 강원도 동해안 지역은 서쪽에서 바람이 불 경우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푄 현상(fohn)을 일으켜 건조하고 따듯한 바람으로 변하여 불게 되어 있다.

조선 영조시대 발간된 택리지에 이러한 바람을 양간지풍(襄杆之風)이라고 기록 될 정도로 이 지역은 태백산에서 넘어 온 건조하고 강한 바람으로 대형 산불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있던 지역이다. 2000년 동해안 대형 산불, 2005년 낙산사 일대 대형 산불, 그리고 이번에 또 발생한 대형 산불 사고는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뉴스를 보면 한전의 고압 전봇대에 달린 개폐기에서 스파크 불똥이 튀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이 근처 CCTV에 잡혔다. 국과수에서 정밀 감식중이지만 한전의 전선 개폐기는 절연체로 만들어 졌고 수명연한이나 점검기록을 봐도 직접적인 사고원인이라기 보다는 당시 강한 바람으로 인해 전력 송전 설비들이 버티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정부에서는 화재지역을 국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복구비를 지원하고 각종 세금과 요금을 감면해주는 혜택을 부여했다. 우리 속담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등 꼭 일이 터지고 나서 호들갑을 떠는 것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 부르는 것은 산이 아름답고 그 산에 나무가 있고 숲속에 사는 동물들과 흐르는 물이 어우러져 자연미가 넘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산불에 취약한 봄철에는 철저한 대비를 해야 했었다.

군대 다녀 온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지만, 공군은 비행기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비행을 중지시켜 원인을 밝혀내고 조치를 한 다음 비행을 재개한다. 어떤 부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전 부대에 전파하여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고 확인하고 결과를 보고받고 책임을 지는 대비태세를 유지한다. 그렇게 해도 놓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 각종 사고가 너무 자주 발생하고 사고가 났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져 아까운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은 물론 국민 생활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사고가 나면 항상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번 화재지역은 과거부터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데 과연 누가  사전대비와 후속조치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인지 그런 책임자가 있기는 한지 물어보고 싶다. 당시 그 지역 지자체장은 제주도 여행 중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산불은 요란한 현수막과 깃발을 달고 방송을 하고 다닌다고 예방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선출직을 포함하여 모든 공직자들은 해당 분야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마땅히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그동안 많은 사고가 발생했어도 책임을 지고 물러 난 경우는 드물다.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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