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배운 사람들은 a²+b²=c²라는 공식을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수학의 피타고라스 정리다. 피타고라스를 대단한 수학자로만 생각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학교를 세우고 연구를 하면서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엄격한 규율을 만들어 통제를 한 폭군과 같은 교육자였다. 피타고라스는 자신이 정의한 이론에 배치되는 주장을 하거나 자신이 세운 계율(戒律)을 위반한 사람을 가차 없이 내리쳤다. 그런 피타고라스를 비유하여 만들어져 나온 얘기가 바로 피타고라스 침대다.

얘기는 이렇다. 어떤 힘센 사람이 지나가는 사람을 침대에 뉘어 놓고 침대 밖으로 나오는 것은 손이건 발이건 무조건 잘라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는 그 보다 더 힘센 사람이 그 사람을 침대에 뉘어 놓고 똑 같은 계율을 적용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의 발과 팔은 물론 몸뚱이 어느 부분 나오지 않는 부분이 없어 그 사람은 처참하게 잘려 죽었다는 얘기다. 말도 안 되는 얘기 같지만 사람들은 가끔 그런 잔인한 법을 만들어 놓고 자신은 거기에 해당 안 될 것처럼 남의 목을 친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사람하나 잡으려고 집요하게 압수수색을 하고 포토라인에 세워 수치심을 느끼도록 한다. 잡혀 들어가는 사람의 면모를 보면 아마도 눕힐 사람을 미리 정해놓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일단 침대에 눕히고 보는 것 같다. 일단 침대에 눕혀지고 나면 언론은 추악한 면모만을 부각시켜 세상에 알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 들은 대로 저 악랄한 죄인을 처단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힘을 가지게 되면 사람들은 침대부터 만드는 것 같다. 침대를 만들기 위한 침대를 만들고 오늘도 수많은 침대들이 우리도 모르는 가운데 만들어지고 있다. 힘 있는 사람은 편한 잠을 자는 침대지만 약자에게는 그저 불안한 그런 침대들 말이다.
오직 자신의 사상과 이념만을 주장했던 피타고라스도 결국은 숨겨진 진실을 들고 나온 반대파에 암살당한다. 한때의 무소불위의 권력도 자신의 사상과 이념을 고집하고 불의를 자행하는 데 사용하다가는 결국 자신이 그 무소불위의 권력에 희생제물이 된다는 보여준다.

법의 잣대가 공정치 못하면 불공정한 세상이 되고 무법천지가 된다. 어떤 사람을 죽이기 위해 밥 먹는 테이블을 침대라고 우기면서 팔다리를 잘라 죽이는 억지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 너희들은 지금보다 더했다는 논리로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 시키고 상대방의 주장을 묵살하거나 무시해 버리면 안 된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에 등장하는 장발장은 배고픔에 빵을 훔치다가 3년형을 선고받는다. 지금도 여론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고 특별사면의 대상도 달라지는 세상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의 잣대가 신분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건 이미 법치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테이블인지 침대인지 구분이 명확한 사안을 위록지마처럼 테이블에 사람을 올려놓고 침대라는 법을 적용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는 또 다른 힘 있는 사람이 등장하여 내가 만들었던 침대에 내가 뉘이고 내 팔다리가 잘리고 목이 달아나가는 일이 일어 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알면서도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피타고라스 침대를 만들고 사람을 뉘이고 팔다리를 자른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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