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월 철거, 5.18구묘역 입구 디딤돌 삼아
광주전남민주동지회, 기념비 부숴 역사의 현장에 깔아

▲1982년 당시 기념비

최근 무정면 1179부대 정문 앞 ‘부대 준공 기념석’에 여전히 남아있는 ‘선진조국의 선봉 대통령 전두환’ 휘호에 대한 비판여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고서면 성산마을에 있던 ‘전두환 대통령 민박 기념비’에 대한 행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마을에 있던 ‘전두환 대통령 민박 기념비’는 지난 1982년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씨 내외가 마을을 방문하고 하룻밤 민박 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을회관 앞에 기념비, 마을입구 도로변에 기념석을 세웠던 것으로 1989년 1월까지 현장에 있었으나 이후 행방을 감추었었다.

기념비 등이 세워질 당시의 신문에는 <전대통령 민박 기념비 제막, 담양 성산마을서> 라는 제하로 “전두환 대통령 민박기념 제막식이 지난 22일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서 이용호 군수를 비롯 각급 기관장과 주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있었다. 이날 제막식이 끝난 후 도단위 기관장들은 이 마을에 황소 1마리를 기증했다.”(1982년 5월26일 기사/사진 3)고 보도했다.

이에앞서 3월 18일자 신문에는 이틀전인 16일 全씨 내외가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저녁식사와 환담을 나누는 소식을 <全대통령, 이장집서 민박. 李여사와 담양서 “고향 품에 안긴 느낌”> <全대통령 민박하며 농정 살펴, 전남 담양군 고서면 성월리 이장집서...농민 등 20여명과 대화 “청와대서도 보리 혼식하고 있지요”> 등의 제목을 달고 상세히 보도했다.

이에 본지는 당시 성산마을에 세웠던 ‘전두환 대통령 민박 기념비’의 행방을 마을이장 등에게 수소문 한 결과, 30년전 광주 5.18단체에서 여러 명이 마을에 찾아와 마을회관 앞 기념비와 큰길가 기념석을 해머와 망치로 깨고 부순 뒤 5.18묘역으로 가져가 묘역 입구의 밑돌로 깔았다는 전언이었다.

▲5.18묘역 입구 디딤돌

▲디딤돌로 쓰인 '전두환 대통령 민박 기념비'

 실제로 본지가 광주 망월묘역을 찾아 갔던 바. 현재까지 5.18구묘역 입구에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민박 마을” 이라 쓰인 부서진 기념석들이 디딤돌로 깔려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5.18구묘역 입구 디딤돌 옆 안내판에는 <잊어서는 안될 역사의 현장!> 이라는 제목아래 “민족의 반역자요 광주민중 학살과 자주 민주 통일의 원흉 전두환이 자기죄를 은폐하고자 학살현장인 광주를 방문하지 못하고 1982년 3월 10일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 잠입하여 민박 기념비를 세웠다. 이에 복받쳐 오르는 분노의 수치심을 참을수가 없어 1989년 1월 13일 이 비를 부수어 이곳에 묻었나니 5월 영령의 원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이곳을 짓밟아 통일을 향한 큰길로 함께 나아갑시다. 영령들이여! 고히 잠드소서! 1989년 1월 13일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구 광주.전남 민주동우회)”라 쓰여 있었다.

이처럼, 성산마을 전두환 민박 기념비 등이 이곳 5.18구묘역 들어가는 길바닥의 디딤돌 신세가 된 것은 억울하게 숨져간 원혼들과 한 맺힌 유족들의 애끓는 염원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한 사연이 있었음을 새삼 느끼게 했다. / 장광호 기자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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