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분통이 터지고 울화가 치밀 때가 많다. 이럴 때는 누군가와 술 한 잔 기울이며 속내를 털어버리고 싶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은 것이 세상살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여기저기서 산불이 나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세계적인 유산이 불에 탔다. 프랑스 파리의 랜드 마크이며 역사와 자존심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자 지구촌이 들썩이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우리도 이번 노트르담 성당과  같은 국보 1호 서울 숭례문을 2008년 화재로 잃고 5년의 복원 공사를 거쳐 원래의 모습을 찾은 적이 있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 루이 7세의 명령으로 공사가 시작돼 100여 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이곳은 나폴레옹의 대관식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장례식 등 프랑스 역사가 숨 쉬는 장소이며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배경으로도 알려져 매일 3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다.

그러나 이 성당에는 불행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 노트르담 성당에서 기독교 신자인 앙리 4세는 천주교 신자인 마르그리트와 1572년에 피의 결혼식을 올렸다. 국민 90%의 가톨릭 신자와 10% 정도인 기독교 신자와의 죽고 죽이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혼식 날 천주교도는 노트르담 성당 앞마당에서 3000명을 죽였고 이후 3개월 동안 14000명을 죽였다. 죽임을 피해 기독교인(위그노)들은 독일 영국 네덜란드로 도망갔다. 교육 수준이 높고 기술도 있고 돈도 많았던 위그노들은 과학 기술도 떨어지고 가난했던 그 나라들을 급속도로 발전시켰다. 반면 위그노가 빠져나간 프랑스는 쇠퇴의 길을 밟았다. 그 후 앙리 4세는 가톨릭으로 개종해서 더 이상의 전쟁을 막았지만 결국 그도 57세에 가톨릭교도에게 피살당했다. 뒤를 이은 루이 14세는 자신의 신변을 보장받기 위해서였는지 너무 가톨릭에 치우쳐 기독교와 이슬람을 탄압하면서 결국 세계 최대의 강국 프랑스는 몰락하기에 이르렀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세계인들의 명소가 되었지만 이면에는 이처럼 잔혹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프랑스 국민들은 그 잔혹한 현장을 지우려고 하지 않고 역사의 현장으로 그대로 보존하여왔던 것이다.

지금도 연극이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레미제라블’을 저술한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이 성당과 관련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노트르담의 꼽추’를 저술했다. 노트르담의 꼽추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처녀 에스메랄다, 노트르담의 부주교 프롤로를 중심으로 15세기 파리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시민들의 세상살이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위고는 이 소설에서 무자비한 마녀재판, 공개 처형 등 당시 무너진 사법과 형벌제도를 비판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상류사회가 일반 시민을 억압하던 시절에 발간된 이 소설은 엄청난 반응을 보였고 위고는 급진적인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면서 대중의 추앙을 받게 되었다. 뒤 이은 또 하나의 대작 레미제라블 역시 장발장을 등장시켜 무전유죄로 억압받는 시민들로 하여금 프랑스 혁명을 일으키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어느 나라건 영광과 치욕을 떠나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현장을 통해 과거를 배우고 미래를 생각하게 만든다. 자신의 이념과 사상에 맞지 않는다고 지워버리고 싶지만 보존하여 반면교사로 삼을 것인가 아예 흔적을 지워버릴 것인가의 선택은 후대(後代)를 위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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