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모든 사람이 잠든 새벽에 비명소리를 듣고 베란다로 나간 목격자는 사람을 죽인 살해 현장과 살인자를 목격하지만 동시에 살인자가 목격자가 있는 아파트 층수를 헤아리는 장면도 목격한다. 목격자는 신고를 하려다가 범인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포기한다. 이후 살인자는 목격자를 끝까지 쫓고, 목격자의 아내까지 위험에 처하자 가족의 안전을 위해 살인사건을 못 본 척해야 하고, 목격자와 범인을 잡기 위해 단 한명의 목격자가 아쉬운 수사관에게 협조하지 못하는 어떻게 보면 답답한 상황을 보게 된다. 그 아파트가 대규모 단지라하지만 나 외에는 한명의 목격자도 없는 그 상황에서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그 목격자가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경우 4개의 단어가 떠오른다. 무지(無知)는 애초부터 알지 못하는 것이니 제외한다. 무관심(無關心)은 어떤 일에 대하여 흥미를 갖지 못한 경우다. 사람이 죽든 말든 상관을 하지 않는다. 외면(外面)은 상대한 사람과 마주 대하기를 꺼리어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려 버림을 뜻하고 방관(傍觀)은 어떤 일에 직접 관계하지 않고 곁에서 구경하듯 지켜만 보는 것이다. 살인자에게 쫓기는 목격자는 이제 무관심할 수도 방관할 수도 외면 할 수도 없다.
반면에 내게 직접적인 해가 없다면 차라리 외면해 버리고 남의 일처럼 쳐다보는 방관자가 많아지고 결국 사회는 무관심이 죄가 아닌 도덕률이 되어버리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는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제보율이 낮아지는 방관자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문학가 알베르 까뮈(Albert Camus)는 일찍이 자신의 소설을 통해 이런 사회에 경고의 의미를 보냈다. 이름 있는 변호사가 어느 날 세느강을 지나 집으로 가고 있을 때에 다리 난간에 기대어 슬피 울고 있는 한 여인을 보았다. 직감적으로 이 여인은 강물로 투신자살할 것이라는 예감을 느끼고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뒤에 야기될 여러 가지 귀찮은 일이 있을 것 같아 모른척하고 지나쳐 버렸다. 다리를 다 지나왔을 때 풍덩하는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놀라서 몰려드는 것을 보면서도 서둘러 집으로 왔다. 그렇게 이 사건은 지나갔고 잊혀졌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변호사는 강물 속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도 잘 수 없었고 미친 듯이 헤매야만 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죽으려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여인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는 밤마다 들려오는 여인의 비명소리에 시달리는 힘든 시간이 오겠지만 설마하면서 애써 외면하고 그냥 무관심하게 지나가버리는 것 같다.

‘학교에 인권은 있어도 인성은 없다’. 어느 퇴직 교사가 들려 준 말이다. 학생들에게 친근감을 가지고 몸을 건드린다거나 훈계 지도를 하겠다고 몇 마디 던진 말이 자칫 학생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면 뒷감당이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모른 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관심을 갖다가 나도 모르게 걸려드느니 외면하고 무관심으로 보내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선(善)과 정의(正義)가 무너지고 거짓이 진실을 덮어버리는 사회를 보면서도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외면하거나 방관하거나 무관심하면 안 된다. 곧 그 여파는 내 삶의 전부가 되기 때문이다.

담양뉴스  webmaster@dnnews.co.kr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