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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담양담양사람들)/ 담양의 문화예술인(9)금속공예 유영선 명인 (담양군공예명인 제9호)
  • 강성오 문화전문기자
  • 승인 2019.06.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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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금속공예 외길....독보적 전문가
담양정착 ‘銀공예+대뿌리’의 만남 첫 시도
독특하고 창의적인 작품활동 호평 받아

유영선 명인은 금속공예가로 30여년을 활동해 온 전문 공예인이다.
광주시 미술대전, 관광상품공모전 다수 수상을 비롯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 굵직한 행사에서 30여 차례의 전시회 및 개인전을 개최한 것은 물론 공예인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으로도 여러차례 참여했다. 남다른 부지런함으로 개인 작품활동에도 열정을 쏟아붓고 있으며 독특하고 창의적인 작품 감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해드리움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유영선 명인이 운영하는 담빛길 해드리움 공방

유영선 명인이 머무는 ‘해드리움’ 은 해가 들어온다는 것과 해드린다는 중의적 뜻을 가진 이름이다. 해드리움은 담양읍 객사리에 위치한다. 담양은 한자로 연못담(潭) 볕양(陽)을 쓰니 풀이하면 볕을 담는 연못이므로 해드리움은 연못에 담긴 볕이 들어오는 장소에서 무언가를 해드리겠다는 명인의 의지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해드리움은 명인의 작업 공간이자, 일반인의 체험 공간이다. 작품을 구상하고, 작업하고, 수업과 강의를 준비한다. 주부라서 집안 일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서둘러 끝내고 해드리움으로 나오곤 한다. 이유가 있다.

“해드리움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명인의 말처럼 해드리움에 있으면 무아지경에 빠져 작업할 수 있으니 특별한 일이 아니면 언제나 해드리움에 머문다. 그곳에서 금속공예를 기반으로 무엇을 접목할지 구상하곤 한다.
명인이 금속공예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대학 3학년부터였다. 명인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에 입학했다. 커리큘럼 상 1,2학년 때는 기본적으로 섬유, 목공예, 염색, 도자기 등 다양한 분야를 체험해야 했다. 2학년 때 금속공예를 접했는데, 바로 이거다, 하는 느낌이 왔다. 금속공예가로 진로를 선택하라는 신의 계시 같기도 했다. 명인은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금속공예를 배웠다.

3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충장로 5가에 밀집해 있는 금은방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학교에서 배운 것에 만족하지 않고 현장에서 배우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거절했다. 자기들 일도 바쁜데 가르쳐 줄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명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가게가 있었다. 그곳에서 고경주 선생을 소개해주었다. 선생은 광주 귀금속공예부문 제1호 명장의 타이이틀에 걸맞게 금세공 분야의 거목이었다.
고영주 선생을 찾아뵙고 사연을 밝혔더니 흔쾌히 제자로 받아주셨다. 선생은 성심성의껏 지도해 주셨다. 명인의 의지와 노력을 높이 평가하셨는지 일체의 비용도 요구하지 않았다. 명인은 선생 밑에서 6개월간 세공 기술을 배웠다. 워낙 세세하게 지도해주신 덕에 몇 십 년 경력자보다 뛰어나다는 평까지 들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

금속공예를 더 배우고 싶은 갈증이 생겨 대학원에 입학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배웠다.
“나름 금속공예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에 가 보니 우물 안 개구리였어요. 제 작품이 그렇게 촌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했고 각종 전시회는 모두 찾아갔어요.”
견문을 넓히다 보니 또 다른 세계가 보였다. 보석이었다. 보석을 모르고 귀금속을 디자인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인 듯해 보석을 깊이 있게 배우겠노라고 휴학계를 냈다.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보석감정연구소에 입학해 보석 감정·감별 전문가 과정과 장신구 디자인 과정을 수료하느라 2년이면 졸업할 대학원을 4년 만에 마쳤다.

“금속공예는 삶의 과정이죠.”

금속은 두드리면 늘어난다. 금속 덩어리를 자신의 구생대로 디자인하려면 수 없는 망치질과 땜질을 해야 한다. 금속 자체가 예민하기에 섬세함도 필요하다. 각진 금속을 오목하게 하려면 단순한 동작을 셀 수 없이 반복해야 한다.
“금속공예는 삶의 과정인 것 같아요.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면 지루할 수 있거든요. 끈기가 없으면 작품을 완성할 수가 없죠. 삶도 그러잖아요? 단순하고 지루한 일상이라고 실증내면 결과를 내기 어렵듯 금속공예도 그래요.”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면서도 지루하다고 생각지 않는 건 명인의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명인은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방학 때면 만들기 숙제를 내주곤 했는데 명인에게는 숙제가 아니라 놀이였다. 즐기듯 숙제를 하였으니 명인이 만든 과제물은 칭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성장해서도 인정받아 유수의 전시회에 출품했다. 2009년 프랑스 보르도시 초대전인 ‘여인의 향기’, 2013년 디자인 비엔날레 특별전인 ‘9월의 매화’, 2013년 동경 기프트 쇼, 2017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18년 프랑스 메종오브제전에 출품하여 호평을 받았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1991년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특선, 2012년 관광상품 공모전 금상, 2013년 공예품대전 장려상, 2014년 전국 대나무 공예대전에서 대상 등을 수상 했다. 또한 2005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인전 등 광주와 서울에서 개인전을 5히 열었으며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담양군공예명인 제9호로 선정되었다. 금속재료에 대나무뿌리를 접목한 창의성과 30년 넘게 수많은 금속공예 작품 제작 및 후배양성에 힘을 쏟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은+대뿌리의 만남

“토속적인 게 통한다.”

광주 출신은 명인이 담양에 터를 잡은 건 대학교 때의 기억이 한몫했다. 사진반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담양으로 촬영하러 왔다. 그때 담양이 따뜻하고 아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회가 되면 담양에 살고 싶은 마음이 싹텄다. 금속공예에 대뿌리를 접목하기 전에 담양에 호의를 가진 것이었고, 결국 담양에 터를 잡았다.
명인은 요즈막 청원 명안삼 명인에게 옻칠을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다. 명안삼 명인은 남원에서 칠예원이란 나전칠기공방을 운영하면서 전통의 나전칠기 공예를 현대적으로 되살리려고 각고의 노력을 한다. 뿐만 아니라 후학을 위한 재능기부를 아끼지 않는다. 그런 분에게 옻칠을 배운 건 금속공예에 접목하기 위해서다.

금속은 기본적으로 열전도율이 높다. 숟가락이나 컵 등을 금속으로만 만든다면 손잡이 부분이 뜨거워 실생활에 사용하기 어렵다. 이런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손잡이 부분에 대나무 뿌리나 물푸레나무를 덧씌워야 한다. 나무는 습도에 약해 금속보다 빨리 썩을 수 있으니 옻칠을 하여 단점을 보강하는 것은 물론 색상을 풍부하게 하고 따뜻한 질감을 더하려는 것이다.
“토속적인 게 통한 것 같아요. 그래서 민화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토속적인 것을 금속공예에 접목하려구요.”
명인의 작품은 솟대나 함지박 같은 토속적인 재료를 참고한다. 낯익은 이미지를 수용하여 편안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또한 자연적인 소재에서 영감을 얻곤 한다. 인위적이지 않은 것을 금속에 접목하면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영선 명인의 은공예 작품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해드리움에서는 창작만 하는 게 아니다. 이니셜 은반지 체험도 진행하고, 관내나 광주 소재 학교에서 강의할 자료도 준비한다.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 틈에서도 탕작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명인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개인전에서는 30년 이상 정진해온 솜씨가 집대성될 것이다. 개인전을 위해 작품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몇 차례 개인전을 열었지만, 개인전은 늘 설레고 책임감이 따른다. 보다 발전된, 보다 다양한,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전시하고픈 욕구가 꿈틀거린다. 명인이 전시회에서 늘 선사하거나 선사하고 싶은 건 차가운 금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것이었다. 금속만 가지고는 어렵고, 각이 진 금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끼기 어렵다. 명인은 금속을 수 없이 두드리고, 다듬고, 대나무 뿌리나 물푸레나무로 따듯하게 입힌다. 그러느라 명인의 손이 성한 데가 없다. 그런 명인이 머무는 해드리움에, 담양 하늘에 뜬 햇빛이 시나브로 스며든다. 그녀의 손길을 어루만진다./ 강성오 문화전문기자

 

강성오 문화전문기자  webmaster@d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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