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택(대덕면 무월리 이장)

얼마 전 어느 방송국에 전국의 이장들이 출연하여 농촌 일에 입담을 펼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이 출연하는 시대이니만큼 특별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보면 꽤 의미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5년에 지방자치가 시작되었다. 2007년부터 읍면동까지 확대되었고, 2018년에는 마을 단위까지 확대를 목적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담양군을 선도 자치단체로 지정하였으며, 대덕면에서는 무월마을과 장산마을이 선도마을로 시범 운영 중이다.

마을자치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완성된다. 행정의 최전선에서 최소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마을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고, 면·군·도 등 상부기관으로부터 행정 재정적 지원을 받아 마을의 정책들을 수행하는 식이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마을이 지방자치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장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되게 되었다. 방송 프로그램에 이장들이 등장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임을 암시한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자연마을은 촌락, 동네, 마을 등으로 불렀다. 가끔 부락(部落)이라는 용어가 쓰이기도 하는데, 일제강점기에 우리의 마을을 일본에서 천민들이 모여 사는 ‘부락’으로 낮춰 부르던 용어로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될 말이다. 이(里)라는 명칭은 고려 후기 이후 자연마을의 규모가 커지면서 생겼다. 이후 마을의 대중소에 따라 하나 또는 몇 개를 묶어 행정단위로 사용했다. 이의 책임자는 이정(里正)으로 불렸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이장(里長)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장을 맡은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았다. 실로 대단한 자리임을 실감한다. 일반 행정은 전문화되어가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장의 행정범위는 종합적이다. 기획, 산업, 위생, 환경, 경관, 문화예술, 복지, 토목, 건축 등 다방면으로 폭넓은 안목을 요구하고 있다. 거기에 마을민들의 통합, 마을의 애경사, 소소한 잔일 처리까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선배 이장님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하는 이유이다.

마을자치시대의 이장은 많은 부문에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해마다 농수산축산부에서 전국마을경진대회를 개최하여 전국적으로 우수마을을 선정하고 있다. 선정된 마을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마을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고자 하는 열정, 지속적인 추진력을 가진 이장이나 지도자가 있었다. 무월마을도 쟁쟁한 역대 이장들의 노고로 2016년 환경경관분야에서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폭넓은 안목과 역량을 갖춘 이장에게도 가장 힘든 일은 정치권처럼 각기 다른 성향과 의견들이 혼재해 있는 마을민들을 어떻게 하나의 공동체로 뭉쳐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장의 지도력이 중요하겠지만 마을민들의 동의와 적극적인 참여가 최우선임은 말할 것도 없다. 또 선인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마을을 내가 주역이 되어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야할 최종의 길은 인정과 사랑이 넘치는 ‘나의 살던 고향’을 만들고, ‘모두가 다 함께 행복한 공동체’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택 마을기자(대덕면 무월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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