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왔다. 일본은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며 백색국가(white list) 27개국에서 제외시켰다. 미국 유럽 등 경제 강국들과 함께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백색국가의 혜택을 보았는데 앞으로 한국은 천여 개가 넘는 수출입 품목에 대해서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게 되었다.

일본이 이 조치를 발표하는 날 오후,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였고 언론은 이를 생중계하였다. 정부는 이 사태를 막기 위해 그동안 협상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이런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앞으로 강한 대응을 해 나갈 것을 표명하면서 국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무역 분쟁을 일으키고 과거의 나쁜 행위에 대해 반성할 줄도 모르는 부도덕한 일본에 대해 앞으로 우리가 가는 길이 험할지라도 과거에도 그랬듯이 견디며 극복해 나가자는 것이다. 국민들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일본에게 본때를 보여주자는 감정의 정점에 와 있는 것 같다.
필자는 감정을 부추기고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을 사용하기 보다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갔으면 한다. 대통령이 얘기했듯이 대응에 맞대응의 반복은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은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요구했고 각자 자신들의 권리로 요구 거부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은 그들의 권한이고 반일 불매운동 역시 한국의 권한이다. 국가 간의 분쟁은 상대방을 굴복시켜야 끝나는 것이고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명분싸움이다. 이미 시작된 이 싸움으로 한국과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평가를 받게 되었고 여기에서 패하는 국가는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를 것이며 무승부가 되어도 양국은 상처를 받을 것이다.

세계의 국가들이 보는 시각은 진실과 정의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다. 모든 국가들이 자기 국가에 무엇이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버려 버린다. 한·일 두 국가의 피 터지는 싸움의 결과가 자신의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이를 더욱 부추겨서라도 자국의 이익을 증대시킬 것이다.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국가를 지지할 것이며 결국 이 싸움에서 패한 국가는 국제적 신뢰를 잃고 피해를 회복하는 데는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한․일 정부가 싸우고 있는 시점에 정부가 그렇게 공들였던 북한마저 힘이 되어주지 않고 노골적으로 한국을 겨냥하고 미사일 실험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무역 분쟁의 중재를 요청받았던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도 일본의 수출 규제에도 별 다른 반응을 보내지 않고 있다. 아예 중재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동안 한미 동맹을 등한시 하더니 이제 와서 동맹을 찾는 한국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미일은 동맹관계이고 한미도 동맹관계이며 그렇게 맺어진 한미일 삼각 동맹관계를 확인시켜주는 것이 GSOMIA(한일정보교류협정)인데 북․중․러 삼각동맹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폐기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한국에게 한번 해보라는 식이다.

국가는 국민을 고통에서 해방시키고 부를 축적하고 든든한 안보로서 이를 지켜주어 행복하게 만들어 줄 책임이 있다. 지금 나라의 경제 지표는 계속 하락하고 있고 세계는 한국의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국민은 이번 경제 전쟁을 승산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러나 전쟁은 뜨거운 감정 보다는 차가운 두뇌로 어떻게 싸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국가는 부강해야 하고 국민은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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