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필(본지 칼럼위원)

   ·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 前대인예술시장 총감독

지금 담양은 현지인들은 잘 모르더라도 외부의 시각에서는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다. 문화의 중흥기라 할 시점이 담양에 도래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주변인들이 필자 곁에는 많이 있다. 한 도시에 대한 입에 발린 칭송의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말이어서 담양 고서가 고향인 나는 무척 고무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의 징후는 다양하게 들어선 문화시설을 보면서만 던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함께 말씀을 나누는 군민이나 예술가나 공무원 등과 교류하면서 나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보람된 것을 느낀다.

이럴 때 일수록 나는 줄탁동시 라는 말씀이 더 간절하게 실현되기를 원한다. 부화하는 달걀과 어미닭 사이의 교감과 노력이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라는 새로운 신세계가 성립된다는 원리. 그것은 세상살이에도 그대로 관철된다.

광주 두암동에 있는 한 비빔밥 집을 자주 들린다. 싱싱한 생고기 비빕밥에 매료되어 찾았던 작년 8월, 섭씨 34도를 넘는 날씨가 지속되었는데, 그 집에 작은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고온으로 재료의 운송이나 관리에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당분간 생고기 비빔밥은 판매하지 못함을 이해 바랍니다 라는 글이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생고기가 유통되는 전라도 지역이 갖는 자부심은 넘치고 이를 활용한 요식업도 다양하게 발전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망의 점검이나 관리는 사실상 사후 약방문인 것일터. 손님의 실망과 매출의 감소로 이어지는 수익구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과감히 이렇게 안내판을 내걸은 사장님이 존경스러웠다. 육가공에서 전통을 존중하며 유일하게 생고기의 유통이 허락된 남도에서 이런 사장님 한분이 보여준 모범이 단지 이 음식점 하나가 아니라 다른 음식점에도 전파되고 실행된다면 참 좋겠다고 여기었다.

예전에 담양 딸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무기농을 하는 딸기 밭에 가족이 제초제를 사용하자 이 딸기밭의 전부 갈아엎었던 일. 딸기를 유통하고 소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일이 바로 담양에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담양 청년회의소가 나서서 외국산 담배가 없는 담양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에 모든 담배 소매상이 호응하여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양담배가 없는 고장 담양을 만들었던 경험도 지니고 있다.

도로 옆을 장식하는 가로수를 베고 길을 이설하는 작업이 벌어지자 가로수를 살려내라고 군민들이 일체가 되어 군의 수장을 설득하고 도로관리청을 움직여 오늘날 전국 최고의 명소인 메타세퀘이아 가로수 길을 만들어낸 것도 바로 담양이다.

활력이 있는 도시, 사람사는 도시, 미래가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도시재생이라는 정책에 몰입해 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 정책이 담양을 삶의 공동체, 희망이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바로 세우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상호존중의 미덕을 실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앞서 거론한 다양한 사례들을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치환할 것이 아니라 오늘 군민이 먼저 나서서 실현 가능한 요소가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이다.

도시계획가와 학자, 전문가 들이 담양을 만들어 주리라는 기대를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도시라는 생물은 그 안에 생활하고 있는 이들만이 만들 수 있는 유기체다. 여느 지역보다 자긍심이 높은 군수와 공무원과 군민이 있지만, 그것이 따로 놀아서는 안된다. 행정의 장식적 요소, 심사에 필요한 제도적 이행으로서가 아니라 진심을 다해 함께 만나고, 고민하고, 제시하고, 실현하는 진정한 거버넌스가 작금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새로 단장한 해동주조장이었던 해동문화예술촌, 천변리 정미소였던 정미다방, 죽세공품 생산지였던 담빛길, 시장길이었던 쓰담길, 관사였던 인문학 가옥 등 곳곳에 들어선 재생을 위한 몸부림이 그저 이곳을 만들고 관리하는 이들의 사용처가 아니고, 이곳에 생애의 기억으로 터무니가 새겨져 있는 모든이들은 내것인 것 마냥 활용하고, 과거와 현재가 조응하여 만들어낼 미래를 함께 제시하고 실현해 보는 것이다.

도시는 환경미화를 한다고 가꿔지는 것이 아니며, 웅장한 건물, 세기의 인물과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주목받는 것이 아니다. 그 도시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가꾸어가며 그곳에 삶을 거들어 주는 이들이 있어야 만 가능하다. 버려진 쓰레기와 방치된 가옥, 무분별한 주차, 자기 편의를 위한 한치도 양보없는 편의주의자, 제 사익만을 바라며 모든 일에 냉소하는 이들, 이런이들이 자기 이해를 가지고 테이블로 나오며, 함께 낑낑대는 것, 그러면서 함께 할 일들을 궁리하고 도모하는 줄탁동시가 이뤄질 때 비로소 도시재생은 이뤄지는 것이다.

행정은 군민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 말것이며, 군민은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 말고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일체감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오늘의 사고와 행동이 규정할 미래가 기대되는 법고창신의 담양을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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