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 갑작스런 정전에 에어돔손상·농작물고사
피해액만 2억원 달해, 한전은 “책임없다” 입장

수북면의 한 시설하우스 농가에서 지난 6월초 갑자기 발생한 ‘정전’으로 인해 하우스 손상 및 농작물 고사 등으로 2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으나 한전측은 “책임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피해보상이 막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당사자인 에어돔하우스 시설농가 수북면 개동리 김 모씨는 지난 6월초 갑작스런 정전사고가 발생해 에어돔하우스 중방구조물 및 비닐과 그물이 훼손되고 키우던 당조고추 작물이 모두 고사해 버려 시설손상 8천만원, 농작물 피해 1억 1400여 만원 등 총 2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김 씨는 ‘정전’ 책임을 물어 한전담양지사에 피해보상을 요청했으나 한전측은 정전의 원인과 농가의 손실을 파악한 뒤, 김씨가 유사시에 대비한 비상발전기 등을 설치하지 않은 것 등으로 규정상 보상할 수 없다며 보상받으려면 소송을 제기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사고가 난 날은 날씨도 쾌청하고 좋아 천재지변도 아닌데 갑자기 정전이 돼버려 에어돔시설과 농작물이 모두 피해를 입었는데도 한전측은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멀쩡한 날 정전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은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는 말이냐” 며 “한전측이 비상발전기 설치 등 관련규정과 약관을 내세워 농가에 책임을 돌리고 보상받으려면 규정상 소송 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공기관의 적절한 처신은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번 정전사고와 관련, 한전측은 사고당일 김씨 시설하우스 앞 전주 변압기주에 설치된 피뢰기 소손(차단기 1상 개방)으로 약 50분 가량 정전이 발생했으며 피뢰기 분리(3상) 및 차단기 휴즈교체 등 복구작업을 실시했음을 밝히고 피해보상에 관해서는 전기사용신청서에 명시된 전기공급약관 제39조 등의 이유를 들어 ‘보상불가’를 통보했다.

이 39조 중 김씨에게 책임을 돌린 조항은 2항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전기공급이 중지되거나 결상될 경우 경제적 손실이 발생될 우려가 있는 고객은 비상용 자가발전기,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결상보호장치, 정전경보장치 등 적절한 자체보호장치를 시설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대해 김씨는 “애초 전기사용 신청을 할 때 신청서에 기재된 내용에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아예 전기공급계약을 할 수 없으니 농가에서는 누구나 관례로 여기고 신청서 내용에 동의, 서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면서 “이같은 독소조항을 신청서 하단에 임의로 넣어놓고 서명하라는데 누군들 안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또 “더구나 정전에 대비한 비상용 자가발전기를 설치하려면 2천만원 가량 비용이 드는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정전에 대비해 막대한 돈을 들여 보조발전기를 설치할 농가가 과연 있겠느냐” 면서 “설치에서 끝나지 않고 유지, 보수비도 만만치 않은데 농가에서 어떻게 그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항변했다. 

김씨는 “담양으로 귀농해 귀농창업자금 3억원을 대출받아 2017년에 에어돔하우스를 시설하고 이제 막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 시작했는데 정전사고로 한순간에 농작물이 모두 고사하고 시설손상까지 2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당하고 나서 잠을 못이루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와관련 한전 관계자는 “딱한 사정은 공감하지만 현행 전기사용약관 제39조 외에 제47조, 49조에 명시된 규정에 의하면 보상을 해 줄 수가 없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국민권익위원회, 법률구조공단 등에 피해사실을 알리고 자문과 도움을 구하고 있다. 이같은 김씨의 정전피해와 관련, 전기전문가들에 의하면 유사한 소송에서 농가가 승소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씨 또한 법률자문을 거쳐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한전의 전기사용신청서에 기재된 전기사용약관 제39조 등의 법률상 효력 및 합법성 여부와 함께 농가의 비상발전기 등 설치와 피해보상과의 연관성에 대한 몇가지 사항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한편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지역농업인들은 “이번 정전사고는 김씨만의 일이 아니며 시설하우스 농가 누구에게나 적용되고 또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될 수 있다” 면서 “이같은 피해로 농가가 고통 받지 않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는 물론 전기사용에 있어 시설하우스 농가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장광호 기자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