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희(본지 칼럼위원)

  · 전남도립대학교 교수
  · 前중앙일보 기자

자연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담양다운’의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누가 뭐래도 담양을 대표하는 원천 자료는 대나무다. 최근 10여년 전부터 담양은 대나무신산업이 탄력을 받으며 각종 제품으로 쏟아져 나오고, 대나무축제와 대나무엑스포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원천인 대나무라는 콘텐츠에 그 가치가 전달되어 “대숲 맑은”이라는 엠블럼(브랜드 슬로건)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나무의 의-식-주(衣-食-住)로의 원소스 멀티유스가 요청된다.

의(衣)와 식(食)의 경우, 대나무 신산업으로 인해 전통적인 영역에서 최신 버전으로의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주(住)의 경우는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필자는 예의 ‘산타페 프로젝트’를 가동할 것을 권장한다. 필자가 연전에 미국의 뉴멕시코주 인디언거주 마을 산타페에 다녀와서 일간 신문에 기고한 칼럼 ‘산타페를 아십니까’ 일부를 인용해 보기로 한다.
 
“뉴멕시코 주의 산타페는 우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승용차를 이용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산타페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그래서였을까. 2,135m 고원에 걸려 있는 산타페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미주 대륙이 되기 전에 인디언 원주민들이 바람과 햇빛, 흰 구름이 걸린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았듯이, 산타페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개성을 창조적으로 발산하기에 안성맞춤인 민속원형의 고색창연한 도시가 되었다.
 
산타페는 인디언의 토속문화에 스페인과 멕시코, 미국의 앵글로색슨 문화가 얹혀진 독특한 문화가 있기에 꿈을 가진 미국의 젊은 예술가들과 신혼부부들이 가장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될 수 있었다. 푸에블로 인디언 촌락엔 인디언들의 마음이 녹아들어 있었다. 푸에블로(Pueblo)란 5천여 년 전 인디언이 사용한 2개동 3층짜리 주거 유적지다. 모든 지역은 철저히 관광계획에 의해 흙벽돌 주택으로 흙빛, 흙냄새, 흙바람의 자연을 연출하고 있었다. 다운타운인 산타페 플라자를 중심으로 모든 축제와 모임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 주변은 갤러리들의 천국이자, 쇼핑 천국이 되는 상가들이 있다. 겉모습은 그저 그렇지만 내부는 세련된 현대식 구조다. 여기엔 인디언 민예품부터 현대에 이르는 작품들이 8개의 박물관과 수많은 갤러리에 진열돼 있다. 도시 인근엔 유명 스키장, 미네랄 스파, 머드 목욕탕, 노천 온천이 있다. 우리는 스파를 하며 고원 아래로 펼쳐진 드넓은 사막과 키 작은 관목 숲을 바라보며 여정에 찌든 피로를 거뜬히 씻어낼 수 있었다. 
 
사실 남도에도 선사시대 주거문화인 ‘산타페’가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과 전통 흙집과 한옥이 있지 않은가. 남도엔 남도 특유의 체류형 주거상품이 없다. 전국 어디에도 있는 고만고만한 집들은 있다. 그렇다면 외형을 대나무로 두른 집을 만들어보면 또 어떻겠는가. 치밀한 기획과 전략으로 창조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은가. 요컨대 한국문화의 원형과 민속을 복원하고, 이를 글로벌 문화상품으로 내놓을 만한 그랜드 비전, ‘산타페 프로젝트’를 가동하면 어떨까.”

요컨대 미국의 5천년 전 인디언 거주 부락이던 산타페가 붉은 흑벽돌집으로 현대적인 탈바꿈을 했듯이 담양도 현재의 죽녹원 마을을 비롯하여 이 일대에 대나무 외장을 활용한 이색적인 거주- 숙박 시설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면 어떨까.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 한옥과 흙집이 아닌 집 구성의 일부나마 대나무 등을 활용한 담양만의 주거형태를 창조적으로 발굴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관방제림의 경우도 양쪽의 경사진 면을 보기 좋게 유지, 보수하고, 나무의 생물학적 명칭과 함께 식생 특성에 대한 매뉴얼 이름표도 달아보고, 강폭이 비교적 넓은 곳엔 펜션목으로 뷰포인트를 만들어 사진촬영 장소도 만들어 보자. 수변공간에 대한 관광적 접근과 검토도 필요하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의 경우엔 기후체험관-개구리공원-곤충박물관 등과 연동된 생태 투어리즘 안내해설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운용한다면 탐방객에겐 힐링과 휴식의 제공처가 되고 생태도시 담양 홍보에도 일조하지 않을까. 특히 담양기후체험관을 중심으로 학생 및 청소년, 일반인 대상의 다양한 자연생태관광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학습과 체험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체험관과 가장 인접한 수변지역에 야외학습장을 조성하여 담양의 생태계를 살펴보는 본질적인 접근 방법도 요구된다. 자연생태환경에 관한 이해와 인식, 유지와 보존이야말로 관광 이전의 담양의 원형질을 보존케 하는 핵심적인 문제라 판단한다. 요컨대 담양이 가진, 혹은 담양만이 가진 식물과 동물, 어류와 조류와 양서파충류와 곤충, 한국특산종과 외래이입종, 깃대종과 핵심종,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보호종, 산림지역과 하천지역의 최우점종 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와 학습은 자연환경 생태도시로서 담양의 담양다움을 알려주는 최우선적이면서도 본질적인 항목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나무의 식생, 담양의 생태계의 변화 등을 포함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후체험관 교육 및 투어리즘도 병행한다면 금상첨화다.
 
결국 자연생태관광지역인 메타세쿼이아-영산강 수변-관방제림-죽녹원을 찾는 이들은 원도심인 다미담예술구로 유입하여 다양한 문화예술체험의 기회를 갖게 하고, 원도심을 먼저 찾는 이들에겐 보행 로터리를 통하여 자연생태환경 매력지로 유도한다면 생태-문화-마켓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아름다움과 맛이 있는 담양’의 새로운 버전을 마련하는 데 다가가지 않을까.

담빛길로 수렴되는 담주리 다미담 예술구와 객사리 생태문화거리, 천변리 생태문화거리와 해동문화예술촌이 하나의 복합완성체로서 아이덴티티를 이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된다면 매년 1백50만 명의 죽녹원 방문객은 2백만 명 이상으로, 매년 7백만 명의 담양 관광객은 머지않아 8백만 명을 상회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체류형-숙박형 관광객 유입으로 이어져 인바운드가 제고된다면 대한민국 생태수도로서의 품격과 면모를 갖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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