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2020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올해보다 약 44조원이 늘어 난 513조5000억원 규모로 초(超) 슈퍼 예산이다. 예산편성 주무부서는 ‘경제 활력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라고 표현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암울한 경제 현상인 성장률 둔화, 경기 부진, 고용의 질과 분배 악화, 수출 감소 등을 돈으로 풀어 보겠다는 것으로 평가한다.

국가를 이끌어 가는 예산은 국가에 속한 개인이나 법인에 강제적으로 부과되는 국민의 세금을 기본으로 한다. 경제가 좋아지면 개인이나 기업은 돈을 벌어 신이 나고 국가는 걷히는 세금도 늘어나서 현 정부가 추구하는 넉넉한 복지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작년까지는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이 지탱해줘 이러한 정부의 늘어나는 재정지출을 어느 정도 지탱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의 경제 전망은 어둡다. 정부도 어려운 경제로 세수(稅收)가 줄어들 것을 예견하고 60조원 규모의 적자 보충용 국채(國債)를 발행하여 이를 메우려 한다. 이런 추세라면 2023년에는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 설 것이라 전망한다. 이자만 매년 20조원이 예산에서 나가야 한다. 국민들은 1년에 42만원을 원금 상환도 아닌 이자로 내야 하는 것이다.

가정 살림이나 기업을 꾸려 나갈 때 돈이 부족하면 돈이 씀씀이를 줄인다. 그러나 돈벌이도 시원찮은데 씀씀이를 늘린다면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빚이 얼마나 부담이 되고 피를 말리는 것인지는 빚을 지고 시달려 본 사람은 안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가정은 풍비박산이 되고 기업은 망하고 수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그러나 국가가 지는 빚은 다르다. 국가는 갖가지 방법으로 세금을 더 거두어들이거나 국가 채권이라는 종이 한 장으로 쉽게 채무를 돌려막고 채무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채무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은 내 주머니에서 당장 나가는 돈이 아니어서 실감은 하지 못하지만 나라가 부도나지 않으려면 결국 내가 세금으로 이 부채를 갚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국가 경제는 불경기에 접어들었다. 불경기에는 조세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건전한 국가 운영 정책은 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 적자를 줄여나가는 것은 당연한 경제 조치다. 그러나 정부는 부채를 늘려서라도 돈을 풀어 재정지출을 늘리면 경기가 활성화되고 그로 인해 기업은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취업자의 수도 늘어나고 경제성장률도 높아지고 조세 수입이 늘어나서 정부의 재정적자도 갚아 나갈 수 있다는 경제정책을 쓰고 있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기업이나 자영업들은 힘들게 하루를 버티고 있다. 내년이면 또 내년이면 좋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전망을 밝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년에도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려 취업자 수를 늘린다고 하지만 노인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 분야 인력 충원, 공무원 증원 등 단기간 내 경제 통계 지표를 좋게 보이려고 정책을 펼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오히려 내년에도 더 많은 무상 복지 혜택을 늘려 나가려고 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우리의 속성을 이용하여 국채나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지지율을 높이려한다. 어려운 나라살림 속에서 정부로부터 돈을 타냈다고 자랑하는 것은 한편으로 우리들의 주머니를 더 털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인들이 내년에 있을 선거를 의식해서 이런 정책을 쓰고 있다는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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