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가, 지난 한 해가 어떠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정부와 언론에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내리는 지난 한 해가 과연 그러했느냐는 질문이다. 살면서 사람과 어울리고 대화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반면 대화의 상대가 없거나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주고받는 것이 힘들 때는 답답함을 넘어 왜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한탄이 나온다.

식당 주인과 잠시 얘기를 하거나 택시 운전기사와 짧은 대화를 할 때면 세상 참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듣는다. 살기 편한 사람은 다달이 봉급 꼬박꼬박 나오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노동자들뿐일 것이라 한다. 봉급 인상 시위하고 잘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다.

작년까지 공공근로는 9개월만 했고 신청하면 면접을 거쳐 대상자를 선발했는데 금년부터는 연중 내내 일하고 신청만 하면 다 받아준다고 한다. 그리고 노인들 대부분은 용돈처럼 나누어주는 공공근로 사업을 만들어 준 정부에 후한 평가를 준다고 한다. 청년 취업률은 줄어도 노인 일자리를 늘려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취업률 통계를 높이려는 의도를 모르는 것일까.

청와대 집무실에 만들어진 일자리가 상황판이 언론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그것을 취재해 보려는 언론도 없는 것 같고 궁금해 하는 국민도 없는 것 같다. 강력한 엔진을 달고 가고픈 곳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는 배가 아닌 엔진이 꺼져 바람이 부는 데로 이리저리 떠도는 배처럼 사는 것 같다. 목적지도 모르고 그저 좋은 곳으로 가겠지 생각하면서 매일 먹여주고 재워주는 안락함에 빠져 있는지 모르겠다.

방향을 일러주고 정보를 알려줘야 할 언론은 애써 그러한 이슈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알려달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편집하고 즐겁고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비판의 글도 독자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정론과 진실 공정보다는 언론도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이다.

금년부터 달라지는 것들이 각 분야별로 많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임시직, 일용직, 외국인 근로자 등에까지 적용되는 최저 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는 반가운 일이며, 아동수당 지급, 농민수당 지급 등 돈을 주겠다는 데 싫어할 사람 없고 노인들 기초연금이 인상되고 고교 무상교육이 확대된다는 데 정부가 잘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엄청난 재정이 필요하고 그 돈은 나라의 빚이며 그 빚은 결국 내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은 현재 단계에서는 실감하지 못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를 조사모삼(朝四暮三)으로 바꾸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지금 우리는 저녁 먹을 것이 줄어들어도 당장 먹어야 할 아침을 든든히 해주겠다는 말에 박수를 치고 있다.

가마솥에 차가운 물을 넣고 서서히 끊이면 물이 펄펄 끓어도 개구리들은 나가지 않고 죽는다. 온도가 급격하게 바뀌면 앗 뜨거 하고 나가지만 물의 온도가 천천히 오르고 있는 상태에선 견디고 견디다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조금만 뒤돌아보면 알 수 있는 것을 지금 우리는 점점 뜨거워지는 솥 속의 개구리처럼 따뜻함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지 모른다. 경제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2020년 한 해도 좋은 결과를 예측하지 않는다. 언론과 일부에서 내보내는 그런 감미로운 평가에 취했어도 이제는 깰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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