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허름한 옷차림의 노부부가 미국의 유명한 하버드 대학 정문을 들어가려 하자 경비원이 그들을 제지했다. 대학 총장을 만나보고 싶다고 하자 경비원은 이들의 신분이나 대학본부에 확인도 하지 않고 단순히 옷차림이 허술하다는 선입관에 이들을 들여보내지 않았다. 
경비원의 태도가 불쾌했지만 노부부는 대학교를 설립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겠느냐고 물었다. 경비원은 퉁명스럽게 댁들 같은 사람이 그건 왜 묻느냐는 식으로 깔아뭉개 버렸다. 

그러나 허름한 차림의 노부부는 외모와는 달리 미국의 상원의원을 지낸 엄청난 재력가였다. 나이가 들어 사업을 접고 정계 은퇴를 하였으나 자식이 없어 여생을 쓸쓸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노부부는 그 많은 재산을 교육 사업에 헌납하기로 결심하고 명문 하버드 대학을 방문하였던 것이다. 
결국 노부부는 기부하는 대신 직접 학교를 짓기로 결심했다. 그들이 가진 전 재산을 투자하여 설립한 대학이 바로 세계 최고의 명문이 된 스텐포드 대학이다. 

스탠포드 대학은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를 건설하고 상원의원을 지낸 스탠포드가 1885년에 설립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신의 농장 부지에 수준 높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고 연구 중심의 대학으로 육성하여 현재는 세계 대학 평가에서 3위 안에 드는 명문대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비원의 사람 차별로 인해 기부를 받지 못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하버드대학에서는 그 날의 잘못을 반성하며 정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붙여 오가는 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DON'T SHOW FAVORITISM) !
성경에는 사람을 판단할 때 외모로 하지 말라는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외모 지상주의라 할 만큼 사람들은 그 사람의 외모와 허세를 중시한다. 비록 조그만 회사의 경영인일지라도 사장님 소리를 들으려면 우선 타고 다니는 차부터 그럴싸해야 한다. 서민적 냄새를 풍기겠다는 단체장들의 관용차라도 차량의 외모는 광택이 나고 반짝거려야 한다. 

가까운 일본을 가면 경차의 번호판 색깔이 다르지만 승용차나 트럭이 작은 차가 많이 보인다. 반면에 우리는 중형 이상의 차량을 타고 다녀야 한다. 대형 상가나 아파트 주차장을 가보면 그 실태를 알 수 있다. 아마도 골프장에 트레이닝 복장에 경차를 타고 나타났다면 이상스러운 눈으로 쳐다 볼 것이다. 허름한 것은 돈 없고 권력 없는 밑바닥 계층이라는 선입관념이 은연중에 사람의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선을 옛날 조상님들은 사람가난이라고 했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외모나 출신가문에 두는 병폐를 지적한 것이다. 아무리 재물을 많이 가졌고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도 인물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학벌이 좋고 재능이 있어도 쓰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이것은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잘못된 선입견 때문인 것이다. 선입견은 사람을 권력과 명예추구를 위한 끝없는 자기 욕심을 만들어 내고 그 한계를 모르게 만든다. 

곧 있을 총선에 정치인들은 선거법을 바꾸고 당선을 위해 이리 저리 기웃거리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왜 그렇게 정치에 매달리는 것일까. 그만큼 정치인들이 누리는 특권을 이용해 마지막까지 외모로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는 것이 아닐까. 
사업가이며 정치인이었던 스탠포드가 자신을 낮춘 삶으로 사회에 헌신한 모습이 무척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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