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뉴스는 올해 창간 4주년을 맞아 『기획연재Ⅳ/소설』로 이번호부터 소설 ‘졸복’을 연재합니다. ‘졸복’은 담양으로 귀농한 작가가 직접 쓰고 다듬은 소설이며, 바다를 소재로 끊임없는 변화에 도전하고 고난을 극복해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열어가는 삶의 현실을 다양한 주제로 그려낸 작품으로 시중에 출간, 서점에서도 판매중입니다. 
본지는 강성오 작가의 소설 ‘졸복’을 월2회 가량 지면을 통해 연재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작가 프로필】
담양이 좋아 몇 년전 담양으로 귀농한 강성오 작가는 자신이 평소 꿈꿔왔던 작가의 꿈을 이뤄 그동안 틈나는 대로 글을 써 왔던 것을 책으로 펴냈다.
문학나무 출판으로 300여쪽에 달하는 소설 ‘졸복’은 책 이름을 대표한 ‘졸복’을 비롯 ▲균을 위한 발라드 ▲미끼 ▲관 ▲그림자놀이 ▲상괭이 ▲오라해서 갔더니 ▲분재,섬 소사나무 ▲농어 주낙 등 9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서 강성오 작가는 “농어촌은 많은 이에게 동경의 대상이거나 인생의 종착지이며 문학과 예술에서는 소재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나에게 농어촌은 삶의 터전이자 유년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면서 “소설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쓴 ‘농어 주낙’ 이 우연히 인터넷 댓글에서 좋은 평을 얻어 소설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으며, 어디에 내놓기 부끄럽지만 내가 좋아하는 농어촌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틈틈이 졸작을 엮어보았다”고 말했다.

작가 강성오는 필명 ‘무진’으로 완도가 고향이다. 담양으로 귀농해 원로작가 문순태 선생에게서 글쓰기를 사사했으며 생오지소설창작대학을 수료했고 현재 본지 농촌·문화예술 분야 전문기자로도 활동중이다. 
한라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2012년),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2013년), 농어촌문학상(2014년),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2016년), 제10회 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 수상(2018년) 등의 경력과 함께 무등문예창작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제1화>

남자의 등장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남자는 민박집 이름 때문에 무작정 들어왔는데, 마당에서도 낚시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녀는 ‘바닷가뽀짝옆집 민박가능’ 이란 팻말을 뱃머리부터 도로 곳곳에 세워두었다. 3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섰던 팻말은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빛이 바랬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방향을 식별하기 어려운 화살표를 따라 남자가 마당으로 들어선 것이었다. 그녀는 팻말을 진즉 뽑아버리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이 이울고 있었다.
  
“인자 손님 안 받어라우.”
  그녀는 남자가 돌아가기를 바랐다. 
  “왜요? 방이 다 나갔습니까?”
 남자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작은 방을 바라보았다. 민박으로 내주곤 했던 방이었다. 남자의 시선이 머무는 대청마루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고, 창호지 문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신혼 방을 엿보려고 뚫은 구멍을 여태 막지 않고 그대로 둔 것 같았다. 안방 문에도 구멍이 서너 개 뚫려 있는데, 바깥 동정을 살피려고 그녀가 일부러 뚫어놓았다.
  “그런 건 아닌디, 며칠째 소지도 안 했고, 할 시간도 없능께 다른 집을 알아보씨요. 쩌그 바다가 보이는 집으로 가보씨요.”
 
 바다가 보이는 펜션은 해수욕장 왼쪽, 이십 미터 높이에 자리 잡았다. 지은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은 양옥에 냉난방 시설이 잘 갖추어졌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금빛 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해수욕장으로 오가는 숲길에 맷돌 크기의 넓적한 돌 사이사이의 새파란 잔디가 싱그러웠다. 은은한 조명이 운치 있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비큐를 즐길 수 있어 지난 시월까지만 해도 예약하기 어려웠다. 예약 않고 바다가 보이는 집에 왔다가 방이 없으면 그녀 집에 오곤 했다. 그녀는 이삭을 줍는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들르는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다가 마지못해 머물렀다. 십일월에 접어들자 주말이 아니면 그 집이나 그녀 집이나 방이 남아돌았다. 화요일이라 오늘은 거기도 텅텅 비었을 것이다. 그녀 집하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설이 좋으니 인상을 찌푸릴 일은 없을 것 같아 그 집을 권했다.

  “청소가 문제라면 제가 하겠습니다.”
  남자가 큰 배낭과 아이스박스를 바닥에 내렸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낚시가방을 바닥에 내리려다, 가방에 붙은 명찰을 뒤집었다. 그녀는 김종복이라는 이름을 얼핏 보았지만 남자의 행동의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어떻게 손님한테 소지를 맡긴다요? 그냥 쩌 집으로 가씨요!”
  그녀는 바다가 보이는 펜션을 가리키는 검지를 내리지 않았다.
  “쉬러 온 게 아니고 낚시 왔거든요. 마누라와 대판 싸우고 텐트 치고 갯바위에서 낚시나 하려고 급히 왔는데 갯바위장화랑 랜턴을 빼먹었어요. 그걸 배를 타고 나서야 알았고, 어떻게 하나 고민했는데 간판이 보여서 화살표를 따라 이리 왔거든요. 청소가 부담이라면 여기 마당에다 텐트 치고 자면 안 되겠습니까?”
 남자가 정중히 부탁했다. 어떤 일로 마누라와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안전장비도 없이 갯바위에서 머물게 하고 싶지 않아 그녀는 그러라 하고, 조건을 붙였다.
  “저에게 다른 요청은 하지 마씨요. 들어 줄 수 없능께라우.”

  그녀 말에 남자가 알았다며 집안을 빠르게 둘러보더니 전등불 아래로 이동해 낚시가방을 내렸다. 돌담 안쪽의 수돗가 옆이었다. 남자는 해가 넘어가기 전에 야영 준비를 마치려는 듯 서둘러 텐트를 치고 짐을 풀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먼저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외딴집으로 들어오는 길로 눈을 돌렸다. 자잘한 돌이 지천으로 깔린 비포장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졌고 무성한 억새가 겨우 사람이 통행할 정도로 비좁은 도로 한가운데까지 침범하고 있었다. 억새에 세월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엊그제만 해도 자줏빛이 감도는 노란 꽃이었는데, 어느덧 하얗게 변해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도 힘없이 나부꼈다. 한동안 그녀가 낫질을 하지 않아 오는 동안 남자는 손으로 억새를 몇 번은 헤치고 그녀 집으로 들어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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