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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가난한 시절

가난한 시절, 못 배운게 한이 되었던 아버지께서는 우리 삼남매에게 혹독할 만큼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셨다.

80년대 과외 금지법이 있었고 단속 역시 엄한 시절에도 비밀 과외를 시켰고 많은 사설 학원을 다녔었다.
중학교때부터 광주로 올라온 나는 별 목적 의식 없이 다른 아이들이 하는대로 종합학원을 다녔었다.
많게는 100명 이상이 꽉 차있던 그 교실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지금 생각하면 뼈빠지게 고생하시며 뒷바라지 해주었던 부모님께 참 면목이 없다.
그래서였는지 나중에 내 아이만큼은 본인이 좋아하는 걸 시키며 절대 나같은 전철은 밟지 않게 해야지 하는 다짐을 했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아이가 태어났고 그 아이가 내게 무언가 묻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다.
책을 무척 좋아해서 엄마인 내가 책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어 주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아이에게 서서히 학습지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아이 스스로가 원해서였지, 부모로써는 한번도 강요한 적 없다고 자부하며 아이를 예전의 나처럼 학원가로 내몰았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내 아이의 사교육 의존도는 실로 어마어마 했다.
심지어 주말에도 학원가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하루종일 지내는 날도 있었다.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얼마나 의미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집을 나서는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격려해 주었고 때로는 이만큼도 안하면 어찌 되겠냐는 무언의 압박도 가했던 것 같다.
점점 대화를 잃어가고 혹여 대화라는 것을 하다가도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다가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리곤 했다. 사춘기라고 치부하기엔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어느날, 모든 걸 내려놓고 아이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가 아닌, 한 아이의 엄마로서 경청하다보니 둘만의 교집합은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반성한다.
나의 조바심이, 나의 불안감이, 얼마나 아이를 힘들게 했는지...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어떻게 넘을수 있겠냐고 체념해버린 나의 아집이 얼마나 많은 내 아이의 창의성을 짓밟아 버렸는지...

정작 어른인 나는 이렇게 혼란스러워 몇번이고 고민하고 이것 저것 생각 하는데 어린 내 아이에게 만큼은 앞만 보라며 틀에 박힌 생활을 그대로 답습하게 했는지 마냥 아프다.

사랑하는 딸아!
지금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두가지야.
널 항상 믿어.
그리고 조금 늦어도 괜찮아, 항상 기다릴께.

담양뉴스  webmaster@d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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