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숲을 이루는 아파트는 한밤이면 한 장의 예술 사진이다. 최근 지은 아파트는 거기에 예술적 미를 더하는 조명을 추가하여 이제 도시는 야경의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야간 투어관광 상품을 만들어 낸다.
그 도시의 아파트는 완전히 불 켜진 모습보다 여기저기 불이 꺼진 곳이 있을 때 모자이크 그림처럼 보인다. 늦게 퇴근했거나 일찍 잠자리에 들었거나 여행을 갔거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나름의 예술적 미를 더한다.

시골의 호롱불 빛나는 야간 정취는 이제 사라졌다. 곳곳에 가로등이 있어 밤하늘 별빛마저 흐리게 만든다. 각 방마다 불이 켜진 집은 젊은 사람들이 사는 곳, 한 방에만 불이 켜진 곳은 노인들이 사는 집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 방 하나에 불마저 하나 둘 꺼지고 있다. 요양원에 들어갔거나 어딘가로 떠나서 빈집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옆집에 누군가 이사를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사를 나눈 적도 없고 누가 사는 지도 모른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다는 시골 이웃의 개념이 사라진 것도 오래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따라 만나는 어른들에게는 무조건 ‘진지드셨습니까’를 외치며 고개 숙이며 지나쳤다. 참 먹을 것이 없던 그 시절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가수 진성씨가 부르고 최근 미스터 트롯에서 인기를 누리던 14살 소년 정동원이가 부른 ‘보리고개’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어머니는 그랬다. 배 꺼지면 안 되니 울지 말고 뛰지도 말라는 눈물겨운 어머니의 탄식이 스며있는 노래다. 그 시절은 겪고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 어려우면 나라가 빚을 져도 돈을 주는 시대가 되어서인지 요즘 세대는 배고픔의 시절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아니 경험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시절이 되었다. 나 말고는 관심을 안 가져도 되는 무관심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코로나 19로 모든 국민이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니 장사가 안 되고 주가지수가 말해주듯 경제가 심각하다. 가장 많은 환자를 배출한 대구는 그야말로 정적에 파묻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도 뒤집어 보면 그동안 무관심 속에 단절되고 잊어 버렸던 것을 그래도 느끼며 배우는 것도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각종 모임의 취소로 인해 그냥 만났던 친구들과의 우정도 새삼 그리워지고 엘리베이터에서 무표정하게 했던 인사도 마스크를 써보니 소중한 이웃 간의 언어였다는 것도 말이다.
자기만 알고 있다는 젊은 세대의 이기주의도 대구를 향해 달려가는 간호사의 이마에 팬 고글 자국이 이 나라의 미래가 아직 정정하다는 것을 알았고 임대료를 낮춰주는 미덕에서 결코 고리대금의 악덕 건물주만 있다는 편견을 버렸고 결코 무관심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 지역 명품 와우 딸기 작목회에서는 최고 품질의 딸기를 대구지역에서 봉사하는 의료진들에게 보낸다고 한다. 우리 지역도 이런 따뜻한 관심이 살아있다.
언론의 역할이 소중하다. 나라의 매사가 언론의 관심이 어디에 쏠리느냐에 따라 나라의 관심 향방이 엇갈린다. 코로나 사태와 선거정치 뉴스 속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따뜻한 이웃의 손길과 훈훈한 인심들을 보여주는 소식은 세상은 결코 무관심과 이기주의의 세상이 아니고 몸을 던지며 희생하는 관심이 더 역동치는 사회라는 것을 말이다.
희망을 갖는다. 봄과 함께 눈부신 벚꽃 구경을 갈수 있다는 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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