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옥 귀농인(2017년 귀농/무정면 대조2길 10-17.?010-3610-9520)

담양뉴스는 ‘주민참여보도’ 일환으로 본지 시민기자의 전지적 시점에서 취재한 【귀농일기】 코너를 신설해 지면에 보도합니다.
‘귀농일기’는 도시에서 담양으로 귀농해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적응하면서 농촌생활에 정착해가는 귀농인들의 일상을 기록해가는 지역밀착형 기사입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 나는 지천명을 몇 년 앞두고 있다. 예전에는 나이 50이면 지천명이라고 했지만 진화하고 진화한 현대를 살고 있는 나는, 불혹을 넘어선 지 5년이 넘은 나는, 하늘의 뜻은커녕 버섯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표고버섯을 재배한지 어언 6년, 이제 버섯을 조금 알았다고 속으로 자만한 순간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표고버섯이 아닌가 싶다.
  
표고버섯을 처음 접한 것은 용접 때문이었다. 나는 귀농하기 전 광주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각기 성격이 다양한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이걸 계속해야하나 하고 갈등하고 있을 때 비닐하우스로 용접하러 갔다. 비닐하우스 설치를 하면서 표고버섯을 처음 알게 되었다. 6년 전이었다.
갈 길이 표고버섯이다 싶었다. 용접도 일하는만큼 돈을 벌었지만 표고버섯도 그럴 것 같아 도전해보고 싶어서 용접을 접고 함평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소득이야 정확히 모르겠지만 최소한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는 없으리라 생각한 탓이었다. 미리 약속한 분의 농장을 임대해 버섯을 재배했다. 낯선 분야를 알아가는 게 재미있었다. 적성에도 맞았다. 선배 농가의 조언을 허투루 듣지 않고 하나하나 가슴에 새겼다. 선배 농가를 능가하는 결실을 맺곤 했다. 별다른 노하우 때문이 아니었다. 용접 기술이 있으니 부실한 부분은 보강하고, 불편한 부분은 개선하여 일하기 편하게 구조를 개선했다. 그랬더니 생산성이 높아졌다.

일하기 편한 환경에 생산성이 높으니 농장 주인이 욕심을 냈다. 2년 임대차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기간이 끝나니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았다. 여생을 전부 표고버섯에 걸었는데 쫓겨나야 했다. 당혹감과 배신감에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굴렸다. 내 땅 한 뼘도 없이 농사짓는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폭탄을 안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절감했다. 
그럼에도 방법이 없었다. 번듯하게, 보란 듯이 다시 시작하면 좋으련만 여윳돈이 없으니 농지를 매입하고 비닐하우스를 지어 새롭게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귀농인을 위한 지원 자금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나는 선후배들에게 표고버섯 농장을 수소문하여 나주에다 다시 터를 잡았다. 함평에서 겪었던 쓰라림을 다시 겪지 않으려고 5년 이상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습관처럼 농장 환경을 개선했다. 그랬더니 주인이 자꾸 욕심을 냈다. 계약 만료 기간이 한참 남아있는데도 나가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수시로 보냈다. 법적으로 불리할 게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심적 부담이 컸다. 주인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다음 정착지를 물색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담양에 둥지를 틀게 된 건, 그 두 번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주인이 표고버섯을 재배하지 않은, 포도 농장을 임대해 버섯 농장으로 개조했다.
  

나는 아침 밥상을 재빨리 물리고 농장으로 향한다. 온도, 습도에 민감한 녀석들이라 이상이 없는지 살피고 녀석들에게 다가간다. 속으로 말을 건다. 잘 잤어? 녀석들은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이 잘 잤다고 떼 지어 말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나는 흐뭇한 얼굴로 녀석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나는 녀석들을 관찰하는 게 좋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녀석들을 관찰하고 있으면, 유년시절 개미집을 관찰하며 지었던 해맑은 미소를 떠올리곤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관찰하기를 좋아했다. 한 바퀴 돌아보니 녀석들은 밤새 탈이 없었다. 
표고버섯은 특별한 매뉴얼이 없다. 누군가가 매뉴얼을 만들었겠지만 각 농장마다 환경이 다르니 내 농장에 적용할 수가 없다. 버섯이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데, 각 농장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직 경험에서 나온 감으로 관리를 한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가 좋은 것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스마트팜을 도입한 농가들도 마음 놓고 농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거액을 들였음에도 농장에서 파묻혀 사는 분이 허다한 실정이다. 작은 변화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하루 사이에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을 확인한다. 오늘 귀농창업자금 면접이 있는데 아직 4시간 남았다. 주소지 이전을 늦게 한 탓에 다행이 5년을 넘지 않아 귀농인 자격이 유지되고 있다. 만약 선정이 된다면 나는 드디어 내 소유의 땅을 갖게 된다. 남의 소유물이라 머릿속 구상을 함부로 실현할 수 없었는데, 내 땅에, 내 시설물이라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할 것이다. 나는 설레는 가슴으로 표고버섯을 살핀다. 심사 받으러 갈 때까지 나는 녀석들을 관찰하고 또 관찰할 것이다./ 강성오 군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강성오 군민기자  webmaster@dnnews.co.kr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