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우(본지 칼럼위원/담빛예술창고 관장)

젠트리피케이션 극복의 문화적 도시재생과 예술기획자

예술가 또는 기획자는 눈앞 현실과 자신의 발끝부터 바라보는 근시안적 시각으로 일반 대중과 문화를 선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만의 우주관과 철학으로 바탕하여 경험이 뒷받침된 통찰이 자신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문명에서 일어나는 인과성들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는 미래에 대한 비젼을 설정할 수 없으며 뚜렷한 목적을 상정하기조차 힘든 일입니다. 
각 선진 국가의 발전순서를 살펴보면 공통점과 일정한 패턴이 존재하고 그런 점을 이해한다면 선진문화를 추구하는 일반 대중의 니즈를 앞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군사형 도시에서 산업형 도시, 다시 문화 복합형 도시로 발전되는 순서와 예술을 위한 예술에서 도시확장과 함께한 예술 공간 투자 시기, 문화적 도시재생, 융복합산업화로 이어지는 과정은 문명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냥과 약탈의 시대를 넘어 산업화사회에서 도시의 확장이 뚜렷해졌고 그에 따른 문화예술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문화 수준의 성장은 탈산업화와 함께 비싼 인건비, 도시 공동화를 가져왔고 도시재생으로 자연스럽게 순서를 갖게 됩니다.
현대문명의 신노예제도와 실패한 자본주의는 국가주의 민족주의, 왜곡된 교육과 종교를 통해 진행되어 왔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문명과 도시는 유기체로 현실에 머물지 않습니다. 
도시가 산업형으로 변화한 이후 국민소득이 선진대열에 들어서는 시점에 도시 공동화가 시작됩니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적 수준이 높은 문화를 추구하며 소위 3D 업종을 하지 않고 점차 고부가가치산업과 일자리만 선호하게 되어 공장이 도시를 떠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공장 또한 도심권 외곽에 위치했었으나 도시의 확장에 따라 중심권역이 되어 도시 외곽 또는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옮기게 됩니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전후 과정을 살피는 포괄적 시각이 도시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이나 뒷골목 싼 임대료를 지불하는 곳에 소상공인, 자재업 장인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가 변화하며 도시재생을 겪게 되면 외곽지역이라도 핫플레이스가 되고 필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투어리티피케이션, 오버 투어리즘 등의 과정이 찾아오게 됩니다. 

원주민(건물주가 아닌 임대업 소상공인)은 형편에 맞게 사업장을 옮겨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젊은이와 외부관광객이 찾아드는 핫플레이스와 어울리지도, 비싸져 버린 임대료 때문에 버틸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발전과정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원주민도 로컬도 중요하지만 문명 발전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기에 공장이 이사 가듯 옮겨갈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처음 젠트리피케이션 이전으로 돌아가 생각해 봅시다.
유기적 도시 변화에 따라 공동화가 오면서 소상공인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그렇지 않더라도 사람이 찾아들지 않아 변화에 어쩌지 못하고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건물주 또한 임대료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는 엄두도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상황인식에 변화를 가질 수 있는 일반 대중은 많지 않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변화를 싫어하고 창의적인 생각이 제한된 문명의 교육에 길들여진 탓이기도 합니다. 이대로 시간만 보내면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번 공동화 현상이 오면 다시 회복하기란 새로 짓는 일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문화적 도시재생이 필요하다는 것은 현 문명에서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일입니다. 다만 기획자와 예술가 역할이 국내에서는 오남용되는 것이 문제라 하겠지요. 실제 기획자로서 사회구조를 통찰하고 공공의식이 투철한 바른 기획자를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대부분 생활형 기획자들로 공적자금이 대책 없이 쏟아지다 보니 그에 맞추어진 '국비헌터'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 또한 거시적 안목보다는 정치 공직 성과에 맞추어진 일회성 사업으로 추진하다 보니 나타나는 안타까운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업에 활용되는 예술가는 장기 비젼의 컨텐츠가 아닌 단발성 행사동원 인력으로 취급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원망할 수 없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일반 대중도, 행사에 동원되는 예술가도, 생활형 기획자도, 상명하복의 공직사회도 아닙니다.

문명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바로잡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개혁은 쿠데타보다 힘들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리스크라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가장 먼저 정치 행정이 포괄적 상황인식에 따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며 사람 중심의 올바른 기획자가 장기 비젼을 가지고 접근하여야 합니다. 공직(또는 개발업자와 자본)과 주민을 설득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입니다. 원주민의 삶의 방식에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눈앞의 보이는 것만 추진해 간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사업 시작 전에 이미 충분한 논의와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임대료 상승,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대처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기존의 직종이 사라지며 현대인의 니즈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그 답은 문화예술에 있습니다. 문화적 도시재생의 올바른 이해에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 등의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시기를 겪었고 성과보다 중요한 사용자 중심의 자생적 도시재생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문화예술이 도시재생 뉴딜과 융복합 형태로 산업화되어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실질사업으로 전환되어가야 할 시점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빠르게 적응해 가야 합니다. 세상이 변하고 다양한 욕구가 존재하는데 나만 제자리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체성을 잊지 않고 모든 다양성에 눈을 열어두는 것이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는 올바른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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