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뉴스는 지역사회와 더욱 가깝고 밀착된 마을뉴스, 동네뉴스, 골목뉴스 확충을 위해 '뚤레뚤레 동네한바퀴' 코너를 신설하고 군민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마을의 자랑거리와 소식,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합니다. 참여를 희망하는 마을은 우선적으로 취재, 소개해 드립니다/편집자 주

감꽃 아름답게 피는 시목마을

빗속, 이른 아침 장화와 고무장갑을 끼고 비가 내린 틈을 이용해서 작년과 재작년 우리 집 뜰 여기저기 심어두었던 꽃과 나무를 옮겨 심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시목마을을 방문했다. 이틀 전 시목마을에 와서 마르실댁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창평장에서 4Km 산길을 지나가면 여기에 마을이 있을까 싶은데 시목마을과 무월마을이 나온다. 시목마을은 전라남도가 선진국형 농촌모델 육성을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정한 유기농생태마을 제2호로 지정됐다. 마을문화관에서 500m 앞에 사진작가 나규채 선생님 부인이 운영하시는 정원과 전망이 특별히 아름다워 자꾸 가고 싶은 ‘달빛여행’ 까페가 있다.

▲마르실 댁

우산 쓰고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마을문화관 앞에서 460년 된 느티나무 2그루를 바라보고 있는데 마을 분이 친절하게도 누굴 찾아왔느냐고 물으신다. 
실은 3월에 이웃에 사는 우산댁과 시목마을에 산책을 갔다. 수선화가 정말 멋진 전라남도 지정 제1호 유기농(단감.호도) 명인 나상채 선생님 농장 길(여러 가지 꽃과 나무들을 멋지게 전정해서 계절별로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을 산책하고 마을 골목길을 걷다가 마르실 댁 어르신을 만났다. 마을에 대해 궁금한 것도 여쭤보고 몇 마디 얘기를 나누었다. 

“어디 사세요? 여기 집을 구경해도 되요?” “짜잔하게 사는디 뭐 구경할 것이 있으까?” 집 뒤로 돌아가니 장독대에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항아리가 30개는 넘어 보였다. “내가 매실 농사 지어서 담갔는디 맛 한번 봐봐 아주 맛있게 담가졌어.” 손가락을 찍어서 맛을 보니 몇 년 숙성시킨 것처럼 깊은 맛이 나는 것이 일품이었다. “정말 맛있네요.” “방에 들어가 봐. 소주병이 있응께. 한 병씩 담아가.” “아니예요.” “갠찬해. 어른이 주는 것인디 대파랑 시금치도 좀 갖다 묵어...” 이렇게 만났는데 상추씨가 없다고 하셔서 매실액 빚 갚음 차 가져다드리게 된 사이다. “다음에 어머니 살아오신 얘기 좀 들려줄 수 있어요? 자식 손주들이 어르신 살아온 이야기 한 번쯤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 또 와.” 

마르실 댁 뒤에 커다란 독들이 많아 여쭤보니 유기농 매실 수세미 효소와 감 현미 식초 등을 생산하는 시목원 (대표:김영회)이 있다고 한다.

▲마르실 댁 장독대

다음은 마르실 댁이 들려준 당신 삶이다.
“친정아버지는 서당 훈장님으로 친정이 괜찮게 살았는디 딸한테 글을 갈치믄 시집가서 힘들다고 편지해싸서 안된다고 글을 못 배우게 했제.” “어떻게 여기로 시집오셨어요?” 시목리 사람이 친정 친척 집에 살다가 나를 중매 했제. 신랑은 폐병으로 피를 쏟으며 기침을 하다가 서른 둘에 돌아가셨제. 그 때는 아무것도 없었제. 남편이 죽어도 슬플 시간이 없었든 것 같어. 시댁 작은 아부지가 이장님이고 잘 산다고 걱정말라고 했어. 그래서 우리 친정어머니가 속아부렀제. 제금 날 때 달랑 오두막집과 논 두 마지기 뿐이었제. 잘산다고 거짓말을 해서 와본께 시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시어머니는 어린 시동생들을 두고 개가해서 시동생들까지 돌보게 되었당께. 하도 살기가 팍팍해서 20년간 창평까지 걸어가서 버스타고 말바우시장 포목점에 바느질 일하러 댕겼당께. 그렇게 해서 논도 밭도 사고. . . 나를 똑�聆繭箚� 불렀어.” 
“그게 무슨 뜻이예요?” “일만 하고 똑똑하다고.” “바느질해서 만든 앞치마 상보 한복 뜯어 만든 이불 등이 예사롭지 않았다.

“살면서 제일 기뻤던 일이나 슬펐던 일이 뭐예요?” “울 시간도 기뻐할 시간도 없었당께” 
“젊은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주위 사람들이랑 좋게 지내야 써 사람은 내가 좋으면 다 좋아.” 대체 마르실 댁은 마음 씀씀이가 좋으시다. 뭐든지 나누려고 하신다. 도시에 사는 자식들 집에 가시면 자식들도 그 동네의 어른들을 모셔서 음식을 대접한다. 그래서 마르실댁은 도시에 사는 자식들 집에서 지내실 때도 심심하거나 답답하지 않다. 마을에서도 안평 댁과 동산리 댁과는 왕래가 잦은 사이다.

나오면서 마르실 댁 텃밭을 보니 내 텃밭과 비교가 되었다. 잡초 한 뿌리도 없이 깨끗한 것을 보니 평생 저렇게 부지런히 사셨음이 실감이 났다./ 양홍숙 군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마을풍경

▲460년된 느티나무와 민박관

▲단감나무 농장

양홍숙 군민기자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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