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이야기⑤/담양의 평양감사와 죽엽청주(竹葉淸酒)

평양감사가 나주 목(牧)을 다니러 왔다가 다시 평양으로 돌아가면서 가는 길에 담양부를 거치면서 전해진 일화이다. 아침에 나주를 출발해 평양으로 가던 평양감사는 어둔 밤이 되어 담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평양감사라면 엄청난 직위에 있었던 분이라 그 양반을 모시고 그날 저녁에 흥을 돋우기 위해서 담양부사는 담양의 죽엽주를 내놓았다. 그리고 마침 음력 5월이기 때문에 많은 죽순이 나오는데 죽순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서 평양감사를 대접했다. 평양감사는 죽엽주에 죽순요리를 맛있게 먹고 떠나면서 너무 맛이 있었던지 죽엽주와 죽순을 가지고 올라갔다.동지섣달 한겨울에 함박눈이 내리는 어느날, 가지고 올라간 술은 남아있는데 죽순이 떨어졌다. 평양감사는 신하들에게 “여봐라. 어디서 그 죽순을 구할 수 없느냐? 죽순이 있으면 조금만 구해보아라”고 명을 내렸다. 그러나 한겨울에 어떻게 죽순을 구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평양감사가 입맛만 다시고 있다가 끝내는 대나무바구니를 걷어 푹 끓여서 그 물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죽엽주가 생긴 사연은 이렇다. 한여름, 어느 부잣집에서 밥이 쉬어버리자 부엌에서 일하는 여종이 이를 숨기고자 쉰밥을 집 근처 대밭에다 버리고 떨어진 댓잎으로 쉰밥을 덮어두었다. 주인마님이 알게 되면 노발대발하고 난리가 날 것 같아 대밭에 몰래 버린 것이다. 예전에 대밭을 ‘황금밭’ 또는 ‘돈밭’ 이라고 했다. 하루는 마님이 대밭을 순찰을 했다. 집 곁에 있는 대밭을 담뱃대를 들고 돌아보는데 어디선가 향내가 나는 것이었다. 대밭에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 향내가 나나 해서 돌아보니 그 자리에만 오면 향내가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들고 있던 담뱃대를 가지고 향내가 나는 곳을 치워보니 하얀 쌀밥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로 거기에서 향내가 나면서 그 향과 더불어 술내가 나는 것이었다. 이렇게 발견된 것이 바로 지금의 죽엽청주다. 주인 모르게 버렸던 밥이 뜻하지 않는 술로 변하자 주인영감은 댓잎을 원료로 해서 술을 만들게 되었고 그 술 이름을 ‘죽엽청주’라 했다고 전해온다.

한편, 담양에서는 음력으로 5월 13일을 전후로 해서 대나무를 심었다. 담양에는 어느 마을이고 대밭이 있었는데 심지어 읍내 담주리나 천변리에도 대밭이 있었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대를 심었다. 그래서 마을이 있는 곳에 대밭이 있고 대밭이 있는 곳에 마을이 있다는 말이 생겼다. 오전에 대를 심고 나서 오후에는 죽엽주를 마시면서 화전을 부치고 잔치를 벌여 마을마다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이날이 ‘죽취일(竹醉日)’ 인데 기록으로 전해진다.

담양뉴스  webmaster@dnnews.co.kr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