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간지 신문 한 컷에 반년 전 연예계와 경찰, 정치계를 흔들었던 한 사람이 구속된 지 6개월 만에 무죄로 석방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1심 판결을 내렸던 판사는 ‘피고인이 100％ 결백하거나 공소사실이 진실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검찰이 수사를 해서 피고의 죄를 입증하고 기소한 것은 맞다 즉 죄가 있는데 그러나 무죄를 선고한다는 이 판사의 판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법으로 사회 정의를 구현해 나가는 검사나 변호사 판사는

 똑 같이 사법시험을 통과했거나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얼마의 벌을 줄까 하는 양형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사실에 대한 그들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차이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흔히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허용 한계를 넘어서면 안 된다. 법과 관련된 특정신문인 법률신문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 잇따라 무죄’라는 기사를 보았다. 법을 집행하는 자기들끼리 고발을 하고 수사를 하고 죄가 있어 기소를 했는데 같은 판사라고 무죄를 선고했다면 한계를 넘은 것 아닐까.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n번방 사건의 재판을 맡은 어떤 판사는 과거 재판 결과를 문제 삼는 국민들이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리자 결국 재판 임무에서 배제되었다. 국민의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것이다. 여론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판사는 여론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의 재판처럼 사람을 둘로 쪼개어 나누어 주는 한이 있어도 국민들이 원하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요즘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검사들이 무한한 권력을 이용해 죄 없는 사람을 잡아들이는 무리한 수사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것인데 과연 검사들만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래서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어떤 사람은 공수처법이 시행되면 가장 먼저 검찰총장부터 잡아넣어야 한다고 공언하는 것일까. 지금 검찰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된 대형 사건들과 이번 선거에서 문제가 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 검찰총장은 죄 없는 사람을 억지로 수사하고 있다는 것일까. 혹시 많은 정치인들이 연루되어 그래서 검찰을 손보자는 것은 아닌 것인지, 국민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이유로 법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또 하나의 권력인 것인지 혼란스럽다.

흔히 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가. 법을 어겨 국가나 사회에 해를 끼친 죄인을 잡아 재판에 회부하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다. 이 죄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는 변호사법 첫머리에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으로 명시되어 있고, 그리고 죄인에게 벌을 주는 판사는 헌법에 이들의 주장을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사람으로 나와 있다. 

이들의 역할을 알아보면서 사법부의 상징 '정의의 여신 디케'가 왜 한 손에 칼을 들고, 또 한 손에 저울을 들고 눈을 가리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눈을 가리고 있다는 것은 사적인 인간관계나 개인감정을 떠나서 오로지 법만을 바라보고 공정하게 처리하라는 엄한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썼던 톨스토이가 이 사회를 향해 주장하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판사 이반이 자신을 돌아보았던 것은 결국 죽음 앞에서였다. 

지금 누가 불의하고 누가 정의로운지, 누가 부정부패로 얼룩진 집단이며 누가 썩은 양심을 지녔는지는 그들 모두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문턱에서 정의의 여신 디케를 만나면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법에 명시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 새로운 기구나 법을 만들지 않아도 지금의 법으로도 이 사회는 바로 설수 있다. 국민의 뜻으로 포장된 ‘떼법’에 끌려가지 않고 바른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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