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국 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초안 권고안을 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명으로 통과시켰다. 오로지 공산당이 이끌어가는 중국 정치에서 이런 압도적인 찬성을 보여주는 선거결과는 이상할 게 없다.
중국은 홍콩 보안법을 홍콩의회에서 제정하여 주기를 바랐으나 야당,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와 계속되는 반정부시위로 제정이 어렵게 되자 중국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골자는 홍콩 내에서 벌어지는 홍콩시민들의 반정부 활동을 감시,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 법으로 홍콩에서는 단순한 시위활동에 참여한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게 되어 앞으로 시위는 전면적인 탄압을 받을 것이다.

홍콩은 1841년부터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의 식민지(영국령 홍콩)였다가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되어 중화인민공화국 소속 홍콩특별행정구가 되었다. 당시 반환 조건은 중국 영토가 되어도 홍콩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일국양제의 시행이었다. 그러나 올림픽도 중국과는 별도의 대표팀을 구성해 참가할 정도로 자유를 누리고 중국 본토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부유한 홍콩이 중국의 사회주의식 인민 통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큰 문제점이었다. 소수민족을 통합해야 하는 중국에서 일국양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였다.
경제문제로 중국과 최고의 갈등관계에 있는 미국은 이번 중국의 홍콩판 국가보안법 통과로 홍콩에 부여해온 무역·관세·투자·비자 등에 대한 특혜를 없앨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중국이 강제 합병한 위구르에 대한 ‘인권정책법’도 하원에서 통과되면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전 분야로 확대되고 최고의 수위로 치솟고 있다.

그동안 홍콩은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와 다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 세계 금융시장의 허브 도시로 부를 누려왔지만 홍콩이 자치권을 상실하고 중국의 직접 통제 하에 들어가게 되면 금융 도시로서의 모습은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시장이 떠나면 관련 기업이 떠나고, 기업이 떠나면 인력이 떠나게 된다. 홍콩 탈출은 작년에 있었던 범죄인 송환법 제정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소위 홍콩의 백만장자들은 홍콩의 미래를 예측하고 아일랜드, 대만, 포르투갈, 미국 등으로 투자이민을 신청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갈등을 피하고 자유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돈 많은 부자와 지식층, 경영 엘리트 그룹도 떠나게 되면 홍콩은 그야말로 평범한 중국의 도시에 불과한데 누가 남아 있으려 하겠는가.

지금 벌어지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홍콩을 지키려는 평범한 홍콩 시민들의 투쟁이다. 홍콩 시민들은 ‘하늘의 명령을 거역하는 정권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천멸중공(天滅中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몰려나왔다. 인구 750만 명의 홍콩이 14억 대륙국가의 중앙정부와 대적할 순 없지만 사즉생(死卽生)의 싸움에 나선 셈이다. 힘없는 홍콩시민들은 세계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은 홍콩에서 떠날 생각이다.

지금의 홍콩 사태는 결코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로 가볍게 넘길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 조치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도 덩달아 높아지게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이제 어느 편에 설 것인지 각 국가들에게 주문을 하고 있다. 지금 어려워지는 경제 현실에서 정부의 친중 정책은 이미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과 세계의 경제정책이 조금씩 불리하게 변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맹인 미국의 편에서 시장경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협력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운명의 시간이 다가 오고 있는 것이다. 명나라냐 청나라냐 선택의 길에서 병자호란을 자초한 아픈 과거 역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신중한 외교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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