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우리에게 몇 가지 반성과 관심을 가지고 풀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과 보상, 노후 삶을 보살피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가 설립 취지와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도 하지 않고 30년 동안 위안부를 팔아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고, 정신대와 위안부는 성격이 다른데도 이를 구분하지 않고 할머니들을 공개적인 행사에 성노예의 상징인 위안부로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바른 역사를 교육시켜 배상과 사과, 용서, 화해를 통한 한일 관계의 발전도 주문했다.

그동안 정신대(挺身隊)와 위안부라는 용어의 혼합된 사용은 한일 외교와 시민 사회단체의 활동, 그리고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인식에 혼란을 주었다. 당시 어느 정도 정상적인 급여를 받고 일했던 정신대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본군에게 처녀성은 물론 여성으로서의 꿈마저 산산이 찢겨진 위안부를 구분하지 않고 일본에 무조건 배상과 사죄를 요구했으니 협상이나 보상에서 별 진척을 보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연일 새로운 폭로가 쏟아져 나오고 위안부 할머니 관련 시민단체의 민낯도 일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으면서도 투명한 회계처리에 미흡하고 할머니들의 의식주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였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렇게 단체를 이끌었던 사람이 지금은 유명 정치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에 더하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시설인 ‘나눔의 집’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면서 도대체 이 사회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렇게까지 이용하였는가 하는 사실에 실망하였다.

이런 일련의 일들에 대해 정부나 정치권, 그리고 시민단체나 모든 국민들이 반성을 하고 몇 분 안남은 할머니들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진정한 대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리 사회는 이 사건을 잊어가고 있다.
건전한 사회를 이끌어 갈 시민 사회단체는 중앙과 지방조직으로 수천 개가 있다고 한다. 군대에서 제대하면 재향군인회, 노인이 되면 노인회, 부녀회, 자치회 등등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우리는 시민단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나 그러한 조직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단체는 있으나 모두에게 혜택이 가는 그런 활동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관변단체나 시민사회단체는 각각의 목적과 취지대로 사회를 위해 제몫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보통사람들은 아예 그런 단체가 있는지도 모른 채 방관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위안부 사건이 30년 동안 방치되며 곪을 대로 곪은 것은 그렇게 믿고 예산을 지원하고 기부를 하면서도 제대로 된 감사한 번 받지 않았고 시민단체의 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민단체 감시를 위한 시민단체가 생겨야 할 판이다.
지금이라도 시민단체들은 이름에 맞게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 아까운 예산이 먹고 마시는 곳에 쓰이지는 않는지 그리고 지역 행정에 간섭이나 하는 권력의 존재는 아닌지 반성하고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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