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소련의 지원 아래 북한이 남침한다는 정보도 있었고 그런 징후도 있었지만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상할 정도로 전쟁 준비를 소홀히 했고 심지어 전쟁준비를 방해까지 하였다. 이승만 대통령도 서울이 함락직전인데도 북진을 하고 있다는 허위 보고를 받을 정도로 정치나 군대에까지 남로당 간첩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전쟁의 결과는 참혹했다. 전국이 폐허가 되었고 천만 이산가족이 생기고 국군은 물론 유엔군으로 참전한 수많은 군인들이 전사하고 실종되고 상이용사가 되었다. 그런 희생으로 얻어내고 지켜낸 것이 오늘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이었다.
그래서 1년 하루만이라도 그들의 죽음과 희생을 기리고자 만든 것이 현충일이고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단 하루만이라도 진정한 현충의 정신이 살아있는 것일까.

금년 현충일 행사에는 천안함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초청계획에서 빠져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희생자 유족은 초청되고 막상 국가를 지키다 희생된 장병들의 유족이 초청되지 못하는 이상한 일에 대해 행정적인 실수로 변명할 정도로 이 나라의 현충은 실수해도 되는 수준이 되 버렸다.

조지 패튼 장군의 역사협회 회장인 찰스 프라빈스는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군인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시위할 자유를 누리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누리고, 투표할 권리를 누리게 해준 사람은 군인이다. 국기에 경례하고, 국기를 받들어 봉사하고, 시신을 넣은 관이 국기로 덮이고, 시위자가 국기를 태울 자유를 누리도록 해주는 사람은 군인이다.』

군인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울타리를 굳건히 지켜줄 때 우리가 사는 모든 일상의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제는 망가져도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빼앗긴 나라는 다시 찾기 힘들기에 감상적인 여론이나 개인의 소신으로 처리할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북한을 더 가깝게 여기고 70년 전 통일을 가로막았던 중공을 혈맹인 미국보다 더 우방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충의 의미가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현충 분위기는 어떨까. 지난 달 28일은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로 전국에서 전몰장병을 위한 추모식과 재향군인들의 퍼레이드가 열렸고, 대통령은 워싱턴 DC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헌화를 하고 추모했다.

미국의 프로 야구장에는 돌아오지 못한 장병들을 위한 빈 좌석 하나가 항상 마련되어 있다. 전사한 장병과 실종된 군인들이 돌아와 야구를 관람하라는 것이다. 이날 신문에 한 장의 사진이 감동을 주었다. 비가 내리는 현충일에 애틀랜타의 메이저리그 구장의 빈 의자 옆에 ROTC 정복을 입은 한 흑인 학생이 부동자세로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때 야구 구경을 온 백인 중년 남성이 우산을 펴서 자신은 비를 맞으면서 그 학생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이 감동적인 사진 한 장이 미국이 세계 강국이 된 힘의 원천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가를 지키는 안보에는 여당 야당이 없고 좌 우파 구분이 없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외교의 주도권을 잡고 경제력으로 안보를 뒷받침한다는 현실 안보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 논리는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며 상대방의 의사도 묻지 않고 평화를 주장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안타깝게도 호국보훈의 달 6월은 현충의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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