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이야기⑨삼인산(三人山) (하)

 * 수북면 오정리와 대전면 행성리에 접해 있는 삼인산은 많은 전설을 갖고 있는데 조선 태조 이성계에 얽힌 전설은 이 산이 명산임을 말해주고 있다. 나라를 세운 뒤로 태조 이성계는 이 나라의 장래와 사직을 위해 신에게 의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조선 방방곡곡의 사찰을 찾아다니며 불공을 드리기로 했다. 이 나라의 모든 백성과 창업이 수백 세에 이르기까지 길이 번영하도록 불공을 드리는 것이었다.

(상)편에서 이어짐
그리하여 태조는 다시 침전에 들어 잠을 청했다. 태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등산을 오르고 있었다. 이윽고 산정에 이르니 그 곳에는 산신령이 태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신령은 태조를 보자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태조대왕 잘 왔소. 실은 오늘이 무등산에서 열린 우리 분회의 법회 마지막 날이오. 그 동안 그대가 삼칠일을 기도를 하였음에도 가보지 못한 것은 인근의 보살과 나한들이 모두 모였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던 것이오. 그런데 조금 전에는 그대가 흡사 비명과 같은 큰 소리를 내서 석가부처님께서 내게 가보고 오라는 분부를 내리셔서 지신이 그대에게 찾아갔던 중에 중도에서 정몽주와 같은 고려의 충신들을 만나 모든 사연을 듣고 되돌아왔던 것이오.”
“아니 정몽주를 만났사옵니까?”
“그렇소. 지금 정몽주는 석가부처님께 벌을 받고 있는데 그 까닭인즉 법회 중에 이탈하여 산중에서 소요를 일으켰기 때문이오. 그리고 석가부처님께서는 아울러 분부하셨소. 그대가 스스로 부덕을 뉘우치고 있으니 그 마음이 옳은즉 나가서 그대를 맞아들이라고 분부하셨소. 그래서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소.”
“백골난망이로소이다. 석가부처님께서 이 몸을 맞아들이도록 분부하셨다니 참으로 감사하옵니다. 부처님의 자비는 하늘보다 넓은 줄로 아옵니다.”
 “그야 이를 것이 없소. 석가세존께옵서는 중생을 위해 왕위까지 버리시와 입산고행 끝에 도를 터득하시고 지금은 남검부족 해동 조선국에 법회까지 열게 된 바이오.”

태조는 신령의 안내를 받으며 법회가 열리고 있는 곳에 이르렀다. 신령의 말대로 그곳에는 여러 보살과 나한 그리고 신령들이 운집해 있었다. 한가운데 높은 곳에는 석가세존이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설법을 펴고 있었다. 세존은 태조를 보자 손짓으로 부르며 입을 열었다.

“조선국 대왕이시여! 잘 왔소. 자 어서 들어오시오.”
태조는 인자롭고 빛나는 세존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합장한 뒤에
“이토록 조선국에서 법회를 베푸신 자비에 그저 감읍할 뿐이옵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자 세존이 말을 받았다.
“예부터 왕도는 치도요 인도라 하였소. 대왕도 중생을 어여삐 여기는 자비로써 왕도를 걸어야 할 줄로 아오.”
“부처님, 제발 이 몸에게 일러주시옵소서. 어떻게 백성을 다스려야 이씨 창업이 길이 보존되겠나이까?”
그러자 석가세존은 주장자를 번쩍 들며 말했다. “대왕 내가 가리키는 곳을 보오.”

주장자는 깜깜한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태조는 주장자가 가리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일까. 주장자 끝에서 물이 넘쳐흘렀고 그 물은 흘러서 강을 이루었으며 그 강물 속에서 산봉우리가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산봉우리는 세 갈래로 나뉘어 마치 솔밭처럼 솟는 것이었다. 이윽고 주장자는 붓으로 변해 하늘을 향했고 강물의 흐름소리는 말소리로 변하여 다음과 같이 들렸다.

“이씨 왕조의 태조인 이성계 그대의 치사가 만세에 이를 것이며 그 치적을 나는 하늘에 적으리라.”
태조는 넋을 잃고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래오래 보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태조가 문득 정신을 되찾아 옆을 살피니 그곳에는 석가세존도 신령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시랑이 근심스런 눈으로 태조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태조는 다시 한 번 꿈을 되새겨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사랑에게 말했다.

“시랑, 참으로 괴이한 꿈을 꾸었소. 하룻밤에 꿈을 거푸 꾸다니 참으로 괴이한 일이오.”
이렇게 말하며 꿈 얘기를 들려주었다. 태조의 꿈 얘기를 다 듣고 난 시랑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마마 그건 분명 마마의 지성이 부처님께 미쳤사온즉 영험을 얻으신 줄로 아뢰오. 그러하오니 어몽에 나타난 장소를 납시어 기도를 드리신 연후에 신탁을 기다리심이 옳은 줄로 아뢰오.”
 “그대의 말이 옳소. 자 어서 그 산을 찾도록 하오.”

그리하여 시랑은 그 산을 찾도록 분부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산을 찾기 시작했다. 이윽고 담양군 수북면에 있는 삼인산이 태조의 꿈에서 현몽한 산과 흡사하다는 전갈이 왔다. 태조는 삼일기도를 끝낸 후에 그곳으로 행차했다.

“과연 과인이 꿈에서 본 산과 같소. 붓처럼 솟은 봉우리며 사람인자 형국의 산줄기 그리고 꿈에서 본 산과 같소. 붓처럼 솟은 봉우리며 사람인자 형국의 산줄기 그리고 산중턱을 감도는 강이 모두 꿈에서 본 산과 흡사하오. 앞으로는 이 산을 몽불산이라 부르도록 하시오. 그리고 해마다 과인의 창업을 신령들에게 알리어 백성들이 평화롭게 살도록 기도를 드리게 하오.”

태조는 이렇게 분부했다. 그리하여 이 산은 태조의 분부대로 몽불산으로 일컬어졌고 나라에서는 날을 정하여 산신제를 지냈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산신제는 어느덧 백성들이 복을 비는 제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지금도 아들 낳기를 원하거나 치부를 원하는 아낙네가 기도를 드리기 위해 이 산에 모인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산명까지 몽선산으로 변했다. 봉우리도 몽선필봉으로 변하여 이 땅의 임금이 치도에 어긋나면 그 일을 하늘에 기록한다고 전해온다. 그래서인지 그곳 사람들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몽선필봉에 올라 그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기도했다고 전해진다./담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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