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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지역밀착형 기사/귀농일기(10)귀농인 류진남 님의 ‘딸기와 하루하루’
▲귀농인 류진남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10일) 비가 온다고 한다. 비 올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하니 비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 예보가 아니라도 비가 내릴 듯하다. 비 오기 직전에 경험했던 찌뿌듯함이 온 몸에서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하늘도 우중충하기 그지없다.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몸이 묵지근하다. 나는 그런 몸으로도 분무통을 둘러멘다. 비가 오면 탄저병이 기승을 부리는데 예방 차원으로 딸기 모종에 약을 하기 위함이다.

분무통을 메고 딸기 가까이 가니 딸기가 나를 반기는 듯하다. 마치 애들이 기다리던 아빠를 맞이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꼼꼼히 분무를 시작한다. 이파리에 수분이 켜켜이 쌓인다. 초록 초록한 이파리에서 싱그러움이 넘실거린다. 싱그러운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니 묵지근하던 몸이 가뿐해진다. 나는 쉬지 않고 녀석들에게 예방약을 분무한다.
비닐하우스 끝에 다다라서 뒤돌아선다. 분무를 한 딸기와 하지 않은 딸기의 차이가 확연하다. 분무한 딸기는 어떤 바이러스도 거뜬히 이길 것처럼 믿음직해 보인다. 아직 예방약을 처방 받지 못한 녀석들은 어서 빨리 예방약을 달라고, 소리 없이 아우성이다. 비닐하우스에 적요감이 출렁인다. 나는 발걸음을 성큼 내딛으며 적요를 휘젓는다. 

나는 담양으로 귀농하기 전에 광주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비료를 취급하는 유통회사였다. 비료를 공급하는 게 일이었기에 수많은 농가를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전라도 구석구석을 훑었다. 다양한 농가를 만나다 보니 그들의 생활수준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귀농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아내에게 귀농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는 애들 교육 문제를 들먹이며 미적거렸다. 나는 귀농을 굳힌 상태라, 이왕이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가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아내는 나의 완강한 의지에 그만 두 손을 들었다.

귀농하기로 합의하니 나머지는 순조로웠다. 귀농지는 좌고우면할 것도 없이 담양이었다. 담양에 연고가 있거나 지인이 있는 게 아니었다. 멘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담양이 좋았다. 첫눈에 아내에게 반했을 때처럼, 담양이 그렇게 친근하게 느껴졌다. 고향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내도 느낌이 좋다고 했다.

▲딸기 농사

담양에 터를 잡고 시작한 것이 딸기였다. 내가 딸기를 선택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애들 때문이다. 애들이 그렇게 딸기를 좋아했다. 그런 애들에게 딸기를 실컷 먹게 해주고 싶었다. 둘째는 진입 장벽이었다. 딸기를 시작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다. 농지 구입과 하우스를 설치 등을 하는데 도시에서 치킨집이나 편의점 등의 체인점을 내는 것보다 결코 적게 들지 않았다. 만만치 않게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진입 장벽이라고 보았다. 그렇다고 내가 여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귀농창업자금을 대출받아 부족한 자금을 해결했다.

의욕이 너무 앞서서 보지 못한 것도 있었다. 앞의 두 가지 이유로 딸기를 재배하기로 했지만 품종 선택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게 있었다. 설향과 아리향을 재배했는데 아리향은 충청도에서 개발한 품종인데 담양 농가에서 거의 재배하지 않았다. 때문에 작목반도 없었다. 설향은 작목반에 내면 끝인데, 아리향은 내가 손수 팔아야 했다. 양이 많지 않으니 농산물시장에 낼 수도 없어 직접 팔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올해는 모두 설향만 할 것이다.

현재는 비닐하우스 3동에다 모종을 기르는 중이다. 아내는 틈틈이 나를 돕는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목에 수건을 두르고 나와 딸기와 데이트를 한다. 얼굴을 온통 가렸는데도 딸기들은 무에 그리 좋은지 아내가 가까이 오면 난리 법석을 떤다. 내 마음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도우니 마음은 언제나 든든하다.

오늘도 아내가 완전 무장을 하고 내 옆에서 나를 응원한다. 분무를 하고 있으니 약 냄새가 날 게 뻔한데도 가까이서 지켜보는 중이다. 아내는 나를 걱정하는 것일까. 딸기를 걱정하는 것일까. 조심해서 분무하라는 말이 아니라. 빠진 데 없이 꼼꼼하게 치라는 말이 귓속을 파고든다. 그런데도 그 말이 싫지가 않다. 농사 경험이 없이 귀농한 아내가 시나브로 농부가 되었다. 머지않아 분무통을 빼앗아 등에 지고 자기가 하겠노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분무를 하다 말고 아내를 지그시 바라본다. 광주에서 살 때보다 사랑이 더 탐스럽게 영글어간다./강성오 군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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